<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② 무엇이 안철수 등을 떠밀었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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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제안 순간,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요시사=정치팀] 직함이 바뀌었다. 이제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23일 오후 8시20분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지난 9월19일, 단상에 올라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안 전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는 안 전 후보의 목소리는 줄곧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무엇이 안 전 후보 목을 그토록 메이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안 전 후보의 말 못할 사퇴 이유를 분석해봤다.

2012 대선정국이 결국 양강체제로 돌입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전격 사퇴함으로써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 후보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양 캠프 모두 '멘붕'

안 전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안 전 후보의 치열한 66일은 역사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가져다 드리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문 후보 몫이 됐다.  

치열한 전면전이었다. 혹시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건 아닌지, 보는 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단일화는 주말을 넘겨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문-안 양측 캠프 인사들은 후보등록마감일인 26일을 가장 유력한 날로 점쳤다.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에 캠프 인사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전 후보가 단일화 시한을 앞두고 숙고하는 동안, 아무도 이러한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안 전 후보의 깊은 고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안철수 양보설'은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조직력 열세가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다.

여론이 정국을 주도하는 분위기에서는 안 전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쪽수가 방점을 찍는 판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문 후보가 뒷심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 전 후보는 쪽수전쟁에서 밀려 '정당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안 전 후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내 정치쇄신 움직임이 호평을 받으면서 신뢰회복에 나섰다. 여론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민주당의 '쪽수전쟁' 조직 동원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였다.

'여론'의 힘으로 올라오다 '쪽수'에 발목 잡혀
'구태' 치우려다 '구태'로 몰려 정치생명 위험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잡음은 요란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김한길-이해찬 당 대표 경선도 석연치 않았다. 이해찬 전 대표가 막판 모바일투표에서 역전하면서 선거인단 모집과정에 의혹이 돼면서, 이 전 대표와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서로 등을 돌렸다.

올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도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은 말썽이었다. 민주당은 아슬아슬하게 파행을 면했지만, 4·11 총선에 이어 쓰라린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와 조직 동원에 대한 반성이나 사실 확인 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명부를 바로 폐기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을 대조할 근거자료가 없었던 것. 

현행법상 경선이 끝나면 6개월간 선거인단 명부를 보관하게 돼 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경선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구멍 난 법망이 쪽수싸움의 통로가 된 셈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5일 문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말 많고 탈 많은 쪽수전쟁에 뛰어들었다. 극적으로 타결된 두 후보의 회동으로 야권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 캠프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단일화 협상단은 파행을 거듭했다.

끝없는 조직 동원 논란
구멍난 법, 민주당 활개

안 전 후보 측이 "협상 위반"이라며 ‘여론조사 조직 동원’을 문제 삼은 것. 안 전 후보 캠프는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착신 전환까지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모바일 투표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이 야권단일화를 앞두고 또다시 조직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문 후보 측 시민캠프는 그동안 매체를 통해 "캠프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문 후보 지지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문 후보 측 시민캠프가 시민멘토단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안 전 후보 측 캠프에서도 지지자나 캠프 활동가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정연순 대변인은 "그럴 수 있는 조직도 없고, 인력도 없는 것 다 알지 않느냐. 설령 있다 하더라도 지지자에게 여론조사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모로 가나 뒤로 가나'
피할 수 없는 민주당

현재 문 후보 측은 전국에 3600명의 시민멘토단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문 후보 측 시민캠프의 선거운동 대상이었다. 민주당의 정예군에 안 전 후보의 의병단이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무소속인 안 전 후보가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대선후보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란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정치쇄신’에 신경 써야 하는 상반된 입장에 놓인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이뤄 여당이 되겠다는 복안으로 조직력을 동원해 동상이몽을 꿈꾸는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졌다.

안 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러한 연결고리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안 전 후보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조심스러운 예측이었다.

안 전 후보는 '모로 가나 뒤로 가나' 민주당과의 치열한 쪽수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문국현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대통령 돼도 '민주당 허수아비' 노릇 할 처지 
정치 계속할 듯… 향후 구체적 거취는 불투명

이처럼 정국은 안 전 후보에게 유난히 척박했다. 안 전 후보가 협상에서 단일화 시한을 후보등록일 전으로 정한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가운데 양측 실무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단일화 지연에 대한 화살은 안 전 후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더욱 안 전 후보를 압박하며 '룰 전쟁'을 벌였다.


지난 23일. 결국 양측 실무팀은 안 전 후보 측이 제안한 중재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후보자등록신청 이틀 전이었다. 설령 합의했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문제였다.

급기야 전라북도 완주에서는 단일화를 촉구하며 한 지지자가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 전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를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안 전 후보는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며 후보직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안 전 후보의 이 같은 선택을 두고 전문가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름다운 지지를 보여주지 못해 앞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쟁을 거치지 않고 후보직을 내려놔 민주당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초석을 마련했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가겠습니다"라고 말해 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로써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문 후보에게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바로 안 전 후보의 지지층 흡수가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안 전 후보가 새로운 카드를 가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문 후보는 우선 정치쇄신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의 반발을 무마하고 당심을 모아야 안 전 후보를 향해 '제2의 구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정치쇄신 움직임도 문 후보의 숙제다.

두 번째는 안 전 후보 캠프 인사를 포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했던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위원장의 거취와 직장을 퇴직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안 전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과의 조직 융합이 두 번째 과제다.

"가시밭길 계속 간다"
안갯속 정치인생

마지막으로 안 전 후보의 정치적 거취 문제 해결이 남는다. 종래 제기됐던 이른바 '문통안총설'이 재차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가 반등을 보이지 못할 경우 회심의 카드로 '안철수 국무총리' 카드를 꺼낼 것이란 분석이다. 

과연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해 오랫동안 대세론을 이어왔던 박 후보를 물리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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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