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② 무엇이 안철수 등을 떠밀었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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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제안 순간,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요시사=정치팀] 직함이 바뀌었다. 이제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23일 오후 8시20분 비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지난 9월19일, 단상에 올라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안 전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는 안 전 후보의 목소리는 줄곧 떨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무엇이 안 전 후보 목을 그토록 메이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안 전 후보의 말 못할 사퇴 이유를 분석해봤다.

2012 대선정국이 결국 양강체제로 돌입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전격 사퇴함으로써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박 후보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됐다.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양 캠프 모두 '멘붕'

안 전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안 전 후보의 치열한 66일은 역사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가져다 드리겠다는 그의 꿈은 이제 문 후보 몫이 됐다.  

치열한 전면전이었다. 혹시라도 파국으로 치닫는 건 아닌지, 보는 이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단일화는 주말을 넘겨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문-안 양측 캠프 인사들은 후보등록마감일인 26일을 가장 유력한 날로 점쳤다.

안 전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에 캠프 인사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 전 후보가 단일화 시한을 앞두고 숙고하는 동안, 아무도 이러한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는 전언이다. 안 전 후보의 깊은 고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안철수 양보설'은 수많은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조직력 열세가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다.

여론이 정국을 주도하는 분위기에서는 안 전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쪽수가 방점을 찍는 판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문 후보가 뒷심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 전 후보는 쪽수전쟁에서 밀려 '정당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안 전 후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반면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내 정치쇄신 움직임이 호평을 받으면서 신뢰회복에 나섰다. 여론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그러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민주당의 '쪽수전쟁' 조직 동원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였다.

'여론'의 힘으로 올라오다 '쪽수'에 발목 잡혀
'구태' 치우려다 '구태'로 몰려 정치생명 위험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박영선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잡음은 요란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김한길-이해찬 당 대표 경선도 석연치 않았다. 이해찬 전 대표가 막판 모바일투표에서 역전하면서 선거인단 모집과정에 의혹이 돼면서, 이 전 대표와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서로 등을 돌렸다.

올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도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은 말썽이었다. 민주당은 아슬아슬하게 파행을 면했지만, 4·11 총선에 이어 쓰라린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와 조직 동원에 대한 반성이나 사실 확인 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은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명부를 바로 폐기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을 대조할 근거자료가 없었던 것. 

현행법상 경선이 끝나면 6개월간 선거인단 명부를 보관하게 돼 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경선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구멍 난 법망이 쪽수싸움의 통로가 된 셈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5일 문 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말 많고 탈 많은 쪽수전쟁에 뛰어들었다. 극적으로 타결된 두 후보의 회동으로 야권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 캠프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단일화 협상단은 파행을 거듭했다.

끝없는 조직 동원 논란
구멍난 법, 민주당 활개

안 전 후보 측이 "협상 위반"이라며 ‘여론조사 조직 동원’을 문제 삼은 것. 안 전 후보 캠프는 문 후보의 시민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착신 전환까지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모바일 투표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민주당이 야권단일화를 앞두고 또다시 조직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문 후보 측 시민캠프는 그동안 매체를 통해 "캠프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문 후보 지지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문 후보 측 시민캠프가 시민멘토단으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안 전 후보 측 캠프에서도 지지자나 캠프 활동가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정연순 대변인은 "그럴 수 있는 조직도 없고, 인력도 없는 것 다 알지 않느냐. 설령 있다 하더라도 지지자에게 여론조사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모로 가나 뒤로 가나'
피할 수 없는 민주당

현재 문 후보 측은 전국에 3600명의 시민멘토단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문 후보 측 시민캠프의 선거운동 대상이었다. 민주당의 정예군에 안 전 후보의 의병단이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무소속인 안 전 후보가 조직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대선후보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란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안 전 후보는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정치쇄신’에 신경 써야 하는 상반된 입장에 놓인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이뤄 여당이 되겠다는 복안으로 조직력을 동원해 동상이몽을 꿈꾸는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졌다.

안 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러한 연결고리는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안 전 후보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조심스러운 예측이었다.

안 전 후보는 '모로 가나 뒤로 가나' 민주당과의 치열한 쪽수싸움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문국현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잇따랐다.

대통령 돼도 '민주당 허수아비' 노릇 할 처지 
정치 계속할 듯… 향후 구체적 거취는 불투명

이처럼 정국은 안 전 후보에게 유난히 척박했다. 안 전 후보가 협상에서 단일화 시한을 후보등록일 전으로 정한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단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가운데 양측 실무팀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단일화 지연에 대한 화살은 안 전 후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더욱 안 전 후보를 압박하며 '룰 전쟁'을 벌였다.


지난 23일. 결국 양측 실무팀은 안 전 후보 측이 제안한 중재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후보자등록신청 이틀 전이었다. 설령 합의했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문제였다.

급기야 전라북도 완주에서는 단일화를 촉구하며 한 지지자가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 전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를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안 전 후보는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며 후보직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안 전 후보의 이 같은 선택을 두고 전문가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름다운 지지를 보여주지 못해 앞으로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쟁을 거치지 않고 후보직을 내려놔 민주당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초석을 마련했다"라는 평가도 있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가겠습니다"라고 말해 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했다.

이로써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문 후보에게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바로 안 전 후보의 지지층 흡수가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 안 전 후보가 새로운 카드를 가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

문 후보는 우선 정치쇄신 과정에서 비롯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의 반발을 무마하고 당심을 모아야 안 전 후보를 향해 '제2의 구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할 정치쇄신 움직임도 문 후보의 숙제다.

두 번째는 안 전 후보 캠프 인사를 포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했던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위원장의 거취와 직장을 퇴직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안 전 후보를 도왔던 사람들과의 조직 융합이 두 번째 과제다.

"가시밭길 계속 간다"
안갯속 정치인생

마지막으로 안 전 후보의 정치적 거취 문제 해결이 남는다. 종래 제기됐던 이른바 '문통안총설'이 재차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가 반등을 보이지 못할 경우 회심의 카드로 '안철수 국무총리' 카드를 꺼낼 것이란 분석이다. 

과연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해 오랫동안 대세론을 이어왔던 박 후보를 물리치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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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