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 내에서 꾸준히 '정치쇄신'을 외치고 나서는 의원이 있다. '이해찬-박지원' 2선 후퇴를 주장하며 민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그는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황주홍 의원이다. 단일화의 진전으로 당 안팎의 쇄신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지는 지금, 민주당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황 의원의 속내를 들어봤다.
민주당 내에선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고민조차 조심스러웠다. 하나 둘 목소리가 모이더니 '인적 쇄신'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민주당의 변화는 급물살을 탔다. 쇄신의 방울을 달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의원들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은 탓이다. 그 중심에 있는 황주홍 의원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하고 또렷했다.
다음은 황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일찌감치 문재인 후보를 향해 '당내 인적쇄신'을 일관되게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당내 시선이 따가웠을 텐데, 목소리를 높인 배경은 무엇인가.
▲ 나는 국회의원이 되면서 계보와 계파에 속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파벌'을 추구할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국민의 뜻보다는 당론, 당론보다는 계파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경향을 자주 보게 됐다.
이것을 배경으로 민주당이 국민에게 제대로 지지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인적 쇄신을 하지 않은 탓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인적 쇄신을 하지 않는 한 정치쇄신을 할 수 없고, 결국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없으리란 위기감을 갖게 됐다.
-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쇄신에 대한 생각은 여전한가.
▲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관심을 끄는 주제들이 생겨났다. 지금은 '단일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부각된 상태다.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인적 쇄신의 과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이고 야권 승리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자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쇄신파 의견들의 활동은 어떤가.
▲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이다.
- 안철수 후보 측에서도 문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쇄신 움직임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 나도 높이 평가한다. 문-안 후보 모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심지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치공약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 쇄신 분야에서 차별화가 확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적쇄신 부분이 지연, 실종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 문 후보의 쇄신 움직임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달라.
▲ 문 후보가 안 후보를 회동에 이끌어 낸 점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80점 이상을 주기는 힘들다.
- 인적 쇄신의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
▲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이들의 인간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이들을 쇄신 대상으로 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단일화 부각됐지만, 쇄신 필요성 여전"
"문재인의 인적 쇄신, 80점 주기 어렵다"
- '이해찬-박지원'의 2선 후퇴, 민주당의 전략가와 정보통의 부재로 대선이 위험하지 않겠는가.
▲ 이-박의 2선 후퇴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대선을 이끌 구심점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인적 쇄신 없이는 국민에게 낡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박혀 있는 민주당이 진정으로 정치쇄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어렵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 황 의원께서 주장하는 '완전한' 쇄신은 무엇인가.
▲ 모든 정치의 유일한 기준은 국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회가 가지고 있는 특권, 정치권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진정한 쇄신이다. 나아가 제도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의원내각제도로 바꾸는 것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좀 더 현실적인 완전한 쇄신, 가능하겠는가.
▲ 문-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 그리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 정치를 이런 모습으로 바꾸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과 함께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실천함으로써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당선 직후 서둘러 쇄신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 문-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면.
▲ 박 후보 측에서 문-안 후보의 단일화 합의를 원색적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왜 이렇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겠는가? 바로 야권이 하나로 똘똘 뭉치면 새누리당의 집권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격이 계속될 텐데,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심각한 지지층 이탈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문-안 후보가 합의한다 하더라도 양 진영의 기 싸움으로 인한 파장이 예상된다. 반드시 피해야 할 위험 요인이 있다면 무엇인가.
▲ 각 캠프와 지지자들도 대의를 위해 함께 하는 '동지'가 될 사람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 여론조사, 모바일 투표, 후보자 간 담판 등 어떠한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단일화 방식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방식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양측 지지자들을 모두 모을 수 있는 방식, 즉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 대선 승리의 원동력을 만들 것으로 본다.
- 단일화 이후 '공동정부론'과 '신당창당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상적인 노선이 있다면.
▲ 우선 단일화를 위해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마치 대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지분 나누기'나 '권력 배분' 이야기만 한다면, 국민에게 단일화 감동도 주지 못할 것이고 새누리당과의 차별성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황주홍 의원 프로필>
▲ 광주제일고등학교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미주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 아태평화재단 부총장
▲ 한국정치학회 상임이사
▲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 전라남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
▲ 제39대~제41대 전남 강진군 군수
▲ 제19대 국회의원(전남 장흥군·강진군·영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