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숨은 주역 '보좌관-비서관' 물갈이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2 17: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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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4년 임기 동안 '생존율 50%'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의 '물갈이'가 올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4·11 총선 당시가 첫 번째 물갈이 시즌이었다. 낙마한 의원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짐을 꾸렸다. 그 자리는 새로운 사람들이 채웠다. 국정감사가 끝난 지금. 국회 의원회관에 새로운 인물이 보인다. 또다시 누군가가 '내쫓긴' 것이다. 하지만 내쫓긴 자리를 꿰찬 사람의 수명도 그리 길지 않다. 길어야 2개월 남짓. 대선이 끝난 내년 1월에 대대적인 세 번째 물갈이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은 행사장 인사, 축사, TV 토론회, 인터뷰, 국정감사 질의서, 대정부 질의서, 정책 관련자료 등 이 모든 것이 국회의원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보좌진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주말과 휴일 그리고 명절까지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이렇듯 국회의원의 참모들은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공채 뒤집는 '파워인사'

국회의원은 보통 7명의 식구와 나랏일을 함께 한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인, 5급 비서관 2인, 6·7·9급 비서 각 1인과 4년을 보낸다. 또한 필요에 따라 2인의 인턴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참모'로 불리는 이들은 내부적으로 임무를 분담한다. 보좌진은 주로 수석(총괄)보좌관, 정책보좌관으로 나뉜다. 그 아래 공보비서관, 정책비서관, 정무비서관 등이 있다. 비서는 주로 일정, 회계, 총무 등 의원실 살림을 맡는다. 지역일과 홍보를 담당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된다. 불안한 신분과 비교적 높은 호봉을 제외하면 일반 공무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일반 공무원의 보수는 경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1호봉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국회 별정직공무원은 경력과 무관하게 정해진 호봉의 보수를 받는다. 이들의 보수가 높은 것은 직업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A의원실 B보좌관은 국회 별정직공무원이 일반공무원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해 "사실상 8년치 임금이 4년 동안 지급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임기 4년이 끝나면 다음 선거에서 당선돼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 게다가 반 이상의 사람들이 4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거나 쫓겨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마음이 맞아 시작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관계가 어긋나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의원이 가차 없이 손을 놓는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C비서관은 "속된 말로 '팽'당하는 것"이라며 매우 흔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상임위원회가 2년마다 바뀌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 1년이라도 계약기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러한 국회 물갈이는 올해 4·11 총선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올해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새로 단 사람은 약 50명. 이들의 참모진만 모두 350명이다.

A보좌관은 "이들 중 200명은 국회의원 친인척이다. 나머지 150명은 공채로 입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별정직공무원의 임명권이 오직 국회의원에게 맡겨져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할 참모진을 채용하기 전에 자질을 심사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이 없으니 내키지 않으면 쉽게 자르고 들어온 사람도 쉽게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식구의 국회 입성과 동시에 350명의 사람이 짐을 꾸렸다. 물론 이들 중에는 다른 의원실로 이동한 사람도 있다. 정보력과 인맥을 갖춘 이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총선 고비를 넘긴 이들도 국정감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5개월 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끝나면 '모셔오고, 내쫓고'
권력-입김 따라 귀환하는 경우 있어

국감에서는 국정 전반에 걸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러한 평가는 보좌진의 능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러한 평가와 능력에 '한 치의 오차'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좌진이 산하단체의 조사를 잘못했거나 사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문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들고 간 국회의원은 국감장에서 망신을 피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국회의원의 '보복인사'가 한 차례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D보좌관은 "이럴 때를 노리고 국회에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17대 국회에서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지냈던 사람이다. 운이 좋은 경우 자리 하나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와 불안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보좌관에게는 그만한 영광도 따른다.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것이다.

또는 청와대에 입성하거나 각 부처 장관의 정책보좌관이 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며 "경력을 인정받아 자신이 담당하던 기관의 기관장이나 감사, 이사로 가는 경우도 매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보신주의'를 배경으로 한 수명 연장을 가장 큰 목표로 여기는 보좌관도 있다. 별정직공무원 생활 20년을 채워 공무원연금을 받을 심산으로 '조용하고 안전하게' 보좌관 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E보좌관은 "이들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 한다. 법안마련에도 소극적이고 국회의원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비판했다.

이 중에는 사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맥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속내다. 일례로 의정보고서 발간과 같은 사업이 그것이다. 국회의원이 발행하는 의정보고서는 단가가 약 300~400만원에 이른다. 이것은 약 15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한 달에 열 건의 의정보고서만 발행해도 1억원의 돈을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여론조사 사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회의원들은 기존업체나 자신의 지역구 업체 또는 더 싼 곳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산하단체로 가거나 다른 직렬에서 공무원을 한다. 또는 학업을 계속하거나 낙향을 한다. 여의도 낭인이 돼 선거철마다 국회에 등장하는 사람도 있다. 

계약기간 없어 불안

국감에 의한 물갈이가 한 차례 끝나면 다시 대선이다. 대선 후 한 달이 지나면 보좌관 중 20~30명이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대선을 거치며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수많은 참모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자리를 내 줄 것이다. 그 빈자리는 국회의원의 자의로, 국회의원 지인의 입김으로, 혹은 공식적인 채용공고를 통해 채워질 것이다.

F보좌관은 "국회에 입성하면 눈이 한없이 높아진다. 매일 보고 통화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다. 자기가 국회의원인 줄 안다. 그렇게 붕 뜨다 쫓겨나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좌진 스스로 겸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모들의 '불안정성'도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무작정 보좌관이 되려고 하기 전에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지 숙고하고 자신에 대한 검증을 스스로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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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