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둘러싼 '민주 VS 비민주' 총성 없는 전쟁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09: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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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든 문재인이든…단일화 성사되면 방 뺄 사람 많다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잡은 지 열흘 만에 둘 사이 '빨간불'이 들어왔다. 안 후보의 인내는 바닥을 보인 듯하고, 문 후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를 내세우고 안 후보를 끌어들여 여당이 되려던 민주당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문 후보는 안 후보만 보고, 민주당 내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지난 11월 6일 안 후보의 제안에 문 후보가 적극 화답하면서 두 사람의 단일화 회동은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언론은 이를 집중 조명했으며 단일화는 급물살을 탔다.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던 국민도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곧 여기저기 파열음이 들리더니,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매체를 통해 "그동안 참았지만 더 참을 수 없다"며 그간의 속내를 드러냈다.

"인신공격 발언"
"합의정신 위배"

안 후보가 협의를 중단한 이유는 '문 후보 측의 인신공격과 합의정신 위배'였다. 어렵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안 후보를 등 돌리게 한 장본인으로 백원우 전 의원과, 대변인인 김현 의원 그리고 김기식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속내를 드러내 안 후보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안 후보를 '삐치게(?)' 만든 백 전 의원의 발언은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 백 전 의원은 트위터에 안 후보 측 단일화 협상단 일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며 비판하는 내용에 리트윗했다. 단일화 진행에 관한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내 위험한 선공을 날린 것이다. 여기에 민주통합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 의원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하는 의견을 표시해 갈등이 확산됐다.

백 전 의원의 트위터에는 안 후보 측 이 실장이 지난 4·11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 당시 사용한 포스터가 첨부돼 있었다. 이러한 이 실장의 현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등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백 전 의원과 김 의원이 이미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 실장의 경력을 문제 삼으며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정치초보의 투정"
"옛날방식 경쟁"

안 후보 측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각을 세웠다. 안 후보 측이 제기하는 민주당의 '관리소홀'은 이뿐이 아니다. 문 후보 측 단일화 협상단 중 1명인 김기식 의원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같은 날 김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양측이 합의한 TV토론과 관련해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지상파TV토론 외에도 가능하다면 두 후보가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복수의 토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안 후보 측은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개인의 생각을 얘기해 합의정신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측은 협상과정에서 공식발표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안 후보 측은 이 같은 합의 내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일부 언론이 문 후보 측 관계자라는 익명 발언을 인용해 "(단일화 룰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안철수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보도한 내용도 안 후보의 신뢰를 깨트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식적으로는 손을 내밀면서 조직적인 세몰이를 하며 자신을  '경쟁상대'로만 본다는 게 안 후보 측의 주장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문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등 돌린 안 후보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근본적인 해결 없는 '사과'로 다시 손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단일화 협상이 좌초돼 파열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민주당 내 이렇다 할 진전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수용'과 '반성'보다는 급급한 해명과 주먹구구식 해결로 안 후보만 끌어들이려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문재인캠프, 여전한 '구태 VS 쇄신' 충돌
안철수캠프, '박-송 VS 금태섭' 알력다툼

문 후보 측이 "확대해석이다" "사실무근" "협상이 결렬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안 후보의 주장을 배척해 온 탓이다.

이 대목에서 안 후보에 대한 문 후보와 민주당의 입장에 묘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문 후보는 전격 사과하며 안 후보를 달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뒷짐 진 채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K 의원은 SNS를 통해 "익명의 캠프관계자 뒷담화를 인용한 언론보도를 믿고 단일화 룰 협상 중단? 새누리 정권에 분노하여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눈에는 '선거 한 번도 치러본 경험이 없는 순진무구한 정치초보자의 투정'으로 보인다"라는 글을 남겨 안 후보의 태도를 비꼬았다.

또한 그는 "수백 명의 캠프관계자 개인입장들까지 통제하긴 어렵다. 양 캠프의 공식입장과 양 후보를 믿고 통 크게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옛날 방식 정치경쟁'에 대해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김현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그러한 안 후보의 발언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를 달래면 민주당이 안 후보의 심기를 건드리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확실한 결단' 없이는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등을 돌리고 있으니, 문 후보에게 민주당 인사들이 골칫거리로 작용하는 셈이다.

문은 '잡고' 당은 '팔짱'
민주캠프 VS 시민캠프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건 '정치쇄신'의 화살이 안 후보를 '적대적인 경쟁상대'로 모는 민주당 인사에게 향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문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와의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끊임없는 '2선 후퇴' 요구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묘한 기류는 민주당의 정치쇄신 움직임이 호평을 받을 당시부터 감지됐다.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선거대책위원회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민주캠프’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주축인 '시민캠프'로 이원화됐다. 이 사이에서 끊임없는 불협화음이 흘러나오면서 보이지 않는 알력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의 인적 쇄신 움직임은 시민캠프 인사들이 포진한 '새로운정치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이 민주당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캠프와 충돌을 빚은 것.

문용식 시민캠프 공동대표는 지난달 22일 한 매체를 통해 "문 후보는 당의 폐쇄성을 깨고 시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시민캠프를 만들었는데 민주캠프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캠프 인사에 지난 4월 총선 때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참여한 사례가 발견돼 문 캠프 내 '구태 대 쇄신' 구도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데 있다.

끈질긴 '계파갈등' 정치쇄신 물 건너가나
'문-안' 힘 합쳐도 정당 앞에 무력해질 것

한편 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민주캠프와 시민캠프는 상호보완재가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한데 섞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캠프 내 갈등을 잘 나타낸다.

민주당이 정치쇄신에 대해 호평을 받으면 받을수록 시민캠프의 영향력은 커졌다. 이에 안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제안하기에 이르자, 민주캠프 인사들의 긴장이 고조됐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갈등이 단일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봉합됐다가 본격적으로 협상테이블이 열리자 터져 나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사정은 안 후보 캠프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 캠프는 정치적 출신 배경이 다른 인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중요 사안을 두고 의견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출신과 비민주당 출신 사이에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일화 추진 여부에 민주당 출신인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적극적인 반면, 비민주당 출신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이들의 갈등이 더욱 분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이들의 이견은 단일화 이후에 더욱 극명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민주당과의 단일화와 연대에 비중을 두는 반면, 비민주당 출신들은 선거 이후 신당 창당 등 독자 행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매체를 통해 말했다.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라인'과 정치권 출신의 '정무라인' 간 갈등 기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실정이다.

민주 출신 VS 비민주 세력
정무라인 VS 정책라인

단일화 협상팀에 당초 거론되던 박선숙·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등 민주당 출신들이 전원 배제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안 캠프에서도 비민주당 출신들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일화를 둘러싼 샅바싸움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립이 아니라 민주당과 비민주 세력 간 계파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목전에 두고도 개인의 사소한 감정싸움이 모든 것을 그르칠 수도 있을 만큼, 세력 싸움은 이토록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한다. 이 같은 민주당 세력과 비 민주세력의 알력싸움에 문?안 후보의 정치인생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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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