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황제경영'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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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간 창업공신…물러났나? 밀려났나?

[일요시사=경제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남자'가 회사를 그만뒀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얘기다. 표면적으로는 본인 스스로 쉬고 싶다는 일신상의 이유로 확인됐지만 외부 시선은 다르다. 그간 박 회장과 경영철학과 지향점의 차이로 갈등을 빚어 왔던 구 부회장을 실적 악화를 이유로 압박해 스스로 물러나게 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창업공신이라 할지라도 '황제경영'으로 유명한 박 회장의 눈 밖에 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 회사 측에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수년간 휴일 없이 일한만큼 이제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돌연 떠나는
미래에셋 창업공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당분간 정상기 부회장과 장부연 경영관리부문 대표의 2인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총괄은 정 부회장이 맡는다.

구 부회장에 이어 윤진홍 옛 미래에셋맵스운용 부회장이 올해 안에 미래에셋을 떠날 예정이며 강창희 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지난 5일 퇴임식을 하고 미래에셋을 떠났다.

이로서 미래에셋 부회장단은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 부회장과 정 부회장만 남게 됐다.


구 부회장의 거취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잠시 휴식을 가지고 천천히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며 "갑작스런 사의표명이 아니라 경영진들 사이에서는 이미 논의가 이뤄진 사항으로, 구 부회장의 부재를 메울 수 있도록 운용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래에셋그룹은 정기인사를 앞당겨 총 12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1월의 시작과 함께 들려온 구 부회장의 사임 소식은 증권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구 부회장이 지난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최현만 부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을 창립한 1등 창업공신이기 때문이다. 

박현주-최현만-구재상 체제 14년 만에 지각변동
구재상 돌연 사임…갈등설 등 내부 분위기 주목

'일신상의 이유'라는 퇴진 배경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업계에서는 펀드운용성과 부진 등과 관련해 박 회장과의 갈등이 구 부회장을 사임으로 몰고 갔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회장과 구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투자 철학의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구 부회장은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1997년 동원증권 압구정 지점장 시절 중앙지점장이었던 박 회장과 서초지점장이었던 최 부회장과 함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이어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 담당 상무를 맡아 14년간 그룹의 자산운용 부문을 책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박 회장은 구 부회장을 한때 '투자 천재'라고 표현하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최 부회장과 함께 박 회장의 '좌 현만' '우 재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랬던 구 부회장의 사임설이 여의도 증권가에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펀드 운용 전략을 놓고 박 회장과 갈등이 심해져 구 부회장이 곧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미래에셋 측은 "풍문이다"며 부인했지만 구 부회장의 사임설은 4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98년 국내 첫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출시하면서 운용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07년에는 '인사인트펀드'로 국내 펀드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1등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손실이 원금 절반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투자철학·지향점
박 회장과 대립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과 한국자산운용 등 여타 운용사들이 최근 3~4년 수탁고를 늘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반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때 33조원을 웃돌던 수탁고가 10조원 남짓으로 급감했다. 구 부회장의 사임 소식이 들려온 지난 1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총 12조1204억원으로 올해에만 2조2131억원 감소했다.

구 부회장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왜 하필 구 부회장이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그간 박 회장이 투자철학과 지향점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대립해 왔던 구 부회장을 투자 실적을 핑계로 압박해 물러나게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해외 투자를 강조하며 그룹전략의 포커싱을 해외로 두면서 국내 투자를 전담하는 구 부회장의 부담이 컸다"며 "미래에셋 전체 그림에 대한 그룹 내부 수장들의 지향점이 달랐던 것이 가장 큰 사임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그룹은 작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최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 영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 치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구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보다는 국내 운용에 더 집중해 부진의 늪에 빠진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이 사임하면서 박 회장의 견제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박 회장은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집에서 부쳐준 생활비를 밑천으로 명동 증권가를 누비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증권 투자해 번 돈으로 1984년 서울 회현동 코리아헤럴드 빌딩 18층에 3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어 작은 사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1인 지배 체제 하
예고된 사임

2년 뒤인 1986년 박 회장은 투자자문회사를 접고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그로부터 불과 45일 뒤 대리로 승진한 박 회장은 1989년 당시 33세의 나이에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으로 발탁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중앙지점을 전국 1등으로 올려놨고 압구정 지점장으로 발령나고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같은 전력을 바탕으로 1995년 이사로 승진했다.

잘 나가던 박 회장은 1997년 6월 당시 압구정지점장(현 구 부회장), 서초지점장(현 최 부회장)과 함께 동원증권을 떠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1998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내놨다. 박현주 펀드는 2시간20분 만에 판매가 마감됐고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은행 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2004년 이후 적립식 펀드 위주 투자문화로 바꾸는데도 기여했다. 박 회장은 2005년 SK생명보험을 인수, 자산운용과 증권, 생명보험으로 짜인 금융그룹을 탄생시켰다.

그러던 박 회장은 2007년 말 일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10월 말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 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 한 달 만에 4조원어치가 팔렸던 인사이트 펀드는 6개월 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박현주라는 브랜드에 추자했던 개인들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실적악화 책임? 견제장치 제거?
구조조정식 세대교체 분석도


당시 전문가들은 인사이트 펀드의 몰락에 대해 박 회장이 분산투자라는 원칙을 무시한 것과 펀드 운용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의 합작품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 초기 50조원이 넘었던 주식형 펀드 자산은 2010년 30조원대로 줄었다. 지난해 말엔 22조원대를 기록,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이때부터 미래에셋 경영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2008년 국감에서도 미래에셋이 심심찮게 거론됐다. 조문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펀드 광풍을 일으킨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 기준도 없는 '묻지마' 투자와 마찬가지였다"면서 미래에셋 지배구조를 "1인 지배 체제"로 규정했다.

미래에셋에서 박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 구조는 현재 박 회장을 중심으로 단순화 되어있다. 미래에셋의 41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와이디온라인으로 단 2개뿐이다.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 컨설팅과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은 모두 비상장사로서 공시의무가 없고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박 회장 일가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91.86%를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2.56%,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6.35%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보험 지분 47.06%와 미래에셋증권 지분 36.98%를,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2.23%를 보유해 사실상 박 회장 일가 회사라 할 수 있다.

KRIA 합병으로
미래에셋컨설팅 장악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91.86%의 내면에는 2010년 케이알아이에이(KRIA)와의 합병이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08년 KRIA에서 인적분할해 분리해 나왔지만 2년 만인 2010년 오히려 KRIA가 미래에셋컨설팅으로 흡수 합병됐다. 당시 KRIA는 박 회장이 43.68%, 박 회장 부인이 10.24%, 세 자녀가 각각 8.19%씩, 모두 78.49%를 가지고 있었다.

미래에셋은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박 회장의 배만 불리고 있다'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최근 펀드 수익률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생명의 지분 평가액은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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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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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