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판도라' 지각변동 시나리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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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분의 일이라도 어긋나면 '도로아미타불'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맞잡았다. 두 후보의 단일화 회동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민의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 진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샅바싸움'에 연일 신경전이 팽팽하다. 단일화가 불리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측 모두 이것을 무를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뚜껑 열린 '단일화 판도라'. 이것이 미칠 지각변동을 <일요시사>가 내다봤다.

지난 5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오랜 구애에 결국 화답했다. 안 후보는 전남대학교 초청강연에서 "우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서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서 합의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야권단일화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1+1=3'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분 확보 위해 경쟁 치열  
경선 과정 '이탈' 조심해야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다음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오는 25일 후보등록일전까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단 회동의 분위기나 여론의 태도는 긍정적이란 평이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막힘없이 편안하게 회동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 후 양 캠프에서 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단일화 협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양측 모두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도 방식의 유·불리는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양 진영은 단일화 첫 고비로 '룰전쟁'을 벌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단일화 방법을 정하기 위해 앞으로 의견 조율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양 캠프와 지지자들은 '경쟁'을 통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혹시 모를 '잡음'을 염려하는 눈치다. 지지자 이탈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오랜 구애에 화답, 단독 회동으로 단일화 급물살
협상 과정에서 경선 룰 놓고 치열한 공방 예상

그렇다고 한쪽이 시원하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으로 단일화를 이룰 수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그동안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고, 안 후보는 입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줄다리기를 해왔던 만큼, 향후 양측의 정치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도 접전을 거쳐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문·안 양측의 룰전쟁은 외부적으로 지지층 이탈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나왔던 단일화 방식은 3가지다.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 후보 간 담판 등이다. 정당 조직이 있는 문 후보 측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경선에 관한 룰을 정하기 위해 논의를 서두르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 측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단일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두 후보가 유불리는 따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논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단일화 방식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으며 인터넷 채널이나 민원실을 통한 국민의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시간을 검토해보고 있지만 후보등록 마감(26일)을 생각할 때 물리적·시간적으로 가능한지도 검토 대상"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참여' 양측 대립
내부인사 설득해야

정치권은 민주당이 경선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모바일경선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무리하게 추진해 이 과정에서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질 경우 대선 자체가 위험해 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더라도 조사기간, 방식, 시기 등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양측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체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화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다.

문·안 후보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경선 방법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내부인사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수월치 않아 보인다. 결국 경선 룰은 문·안의 대립적 구도보다는 수면 아래 내부적인 이해관계 조절 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잘못하면 쇄신대상 전락
통합 과정 더 위험해

잡음 없는 경선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화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이후 있을 양측 세력 간 통합 또한 문·안 후보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 세력이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계파 간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다면, 이 또한 정치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위험은 단일화 이후, 세력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지분다툼, 즉 '밥그릇싸움'이다.

안 후보는 경쟁력에서 문 후보에 앞선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통령 적합도'에는 문 후보에게 뒤진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대선까지는 안 후보가,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에는 문 후보가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안 후보는 결국 대선 이후에 내·외적으로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무리다. 안 후보 입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경쟁력'이라는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것도 대선 이후 안 후보의 국정운영 어려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후보에게 붙어 다닌 '민주당의 정치쇄신' 과제라는 꼬리표를 안 후보가 달게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세력을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마디로 안 후보는 적에게는 이기지만, 아군에게 격파 당할 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단일화 후 대통령 노리는 것 무리 있어
민주당, 박원순 효과 노려 정권교체 승리 복안

문 후보는 '적합도'에서는 앞서지만 단일화 후 안 후보에 비해 높은 이탈비율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5~6일 양일간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 지지자 중 13.9%가 박 후보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16~17일 조사에서 나타난 20.1%보다 6.2%p 줄어든 수치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안 후보 지지자 중 이탈 비율은 10월 조사에서는 20.4%, 이번 조사에서는 20.8%로 나타나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단일화할 경우 부동층으로 이동하는 비율 역시 이와 비슷했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7.9%의 이탈비율을 보이는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되는 경우 이탈비율은 6.7%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서는 안 후보로 단일후보가 결정됐을 때 여권과 부동층으로의 지지층 이탈 방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문 후보가 경쟁을 통해 단일화 후보가 되는 것보다는, 막판에 안 후보의 전폭적인 지지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지지자 이탈을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한자리에 불과했던 박원순 시장이 안 후보의 지지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민주당에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안철수 '경쟁력'
문재인 '적합도'

또한 안 후보 입장에서도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지지율의 이탈을 막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럴 경우 이들의 시대적 소명인 정권교체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문 후보로서는 부대는 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패가 없는 셈이다.

안 후보가 장고 끝에 문 후보와 회동을 가졌지만, 양측 모두 단일화 이후 있을 지각변동에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안 진영 사람들의 사소한 욕심으로 갈등이 확산돼 이들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들 또한 '구태'가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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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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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