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공무원 70억 횡령사건 전말

‘근면성실’ 시청 샌님의 기막힌 이중생활

[일요시사=사회팀] 전남 여수가 발칵 뒤집혔다. 여수시청 회계과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70억대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일개 지방공무원의 뻔뻔한 횡령 혐의가 밝혀지자 곳곳에서는 공무원의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6억원. 대담한 공금 횡령으로 부인과 함께 철창신세를 지게 된 남성이 있다. 그는 여수시청 회계과 8급 공무원인 김모(47)씨. 김씨는 지각·결근 한번 한 적 없는 근면 성실한 직원으로 아무도 그의 소름끼칠만한 이중생활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부인이 사채놀이를 하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자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 공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빚만 갚기 위해 시작했던 공금 횡령은 개인적인 용도로 수십억 대까지 불어났고, 검찰수사 결과 김씨가 3년 동안 저지른 음흉한 행적이 모두 발각됐다.

대형 국고 손실

김씨는 지난 1992년 기능 10급으로 임용됐다. 교동사무소, 수도과 등에서 검침업무를 거쳐 2000년 9월경 기획예산과, 2년 뒤인 2002년에는 지금의 회계과로 부서를 옮겼다. 그는 2006년 9월인 4년 동안 별 문제없이 회계업무를 수행한 후 잠시 총무과로 부서를 옮기다 3년 뒤 2009년 7월, 회계과로 다시 복귀했다. 그는 무려 7년을 넘는 세월 동안 관공서의 직원급여, 세입·세출 등 회계업무를 전담하고 있었다. 운 좋게 다시 제자리를 찾은 김씨는 전입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범행을 시작했다. 원인 역시 돈에 있었다.

김씨의 부인은 지난 2007년경부터 사채놀음에 빠져있었다. 사채업자에게 사채를 받아 지인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시작했지만 채무자가 말없이 도망가면서 채권회수가 부진하게 됐다. 그녀는 자신이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8억원을 변제하지 못했고, 고리 사채 또한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결국 2009년경에는 고리사채만 수십억원에 다다를 정도가 됐다. 채권자들은 하루를 멀다하고 변제를 독촉했고, 이에 정신적 충격을 받는 김씨 부인은 정신과 치료를 동반한 빙의를 겪기도 했다.


김씨는 부인의 간곡한 요청과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던 중 빚이라도 갚기 위해 공금 횡령을 결심했다. 그러나 김씨의 횡령은 해가 갈수록 대담해졌고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몇 차례에 걸친 공금 빼돌리기로 모든 채무는 변제했지만, 김씨의 돈에 대한 탐욕은 끝이 없었다.

그는 지인들로부터 64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한 차명계좌 11개를 개설했다. 김씨는 64억원 중 반은 채무변제로, 나머지 반은 친인척 명의를 이용해 부동산 구입과 차량 4대 구입, 생활비 충당이란 명목하에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돈이었던 것처럼 공금을 지출했다. 나머지 12억원은 대출금 상환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4억원에 이르는 돈은 또 다른 지인 2명에게 전했다. 김씨는 지인 중 1명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받아 돈을 빌려주기 위해 공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김씨는 3년 동안 거액을 횡령했음에도 모든 감사와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시청 내 관리감독이 부실한 점을 이용, 관련 문서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방자치제의 모든 업무는 전산화(e-호조시스템)돼 있지만, 유독 여수시청 내 김씨가 전담한 회계업무는 수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기로 업무를 하는 게 전산보다 정확하고 빠르다”는 김씨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평소 근면 성실은 물론 잡음을 내지 않고 묵묵히 일해 온 그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했던 여수시는 그의 업무만은 예외로 해줬다. 만약 여수시가 예산과 지출 등을 포함한 모든 재정 상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산시스템만 사용했더라도 3년간 76억원에 이르는 거대 횡령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에선 근면성실…밖에선 횡령금으로 부귀영화
부인 사채 불자 지인들 차명계좌로 공금 빼돌려

매년 치르는 수박 겉핥기식 감사도 공금횡령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09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3년간 10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회계감사를 실시해왔지만 공무원들의 안이한 업무수행 때문에 김씨의 거대 횡령은 발견할 수조차 없었다. 여수시는 사건 보름 전에도 시청 관계자의 비리 제보를 받고 특별감사를 실시한 바 있으나 단 한 차례의 비리도 잡아내지 못했다. 공직감찰 과정에서 들통난 김씨의 범행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허술한 업무체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인식되고 있다.

김씨는 동료 직원의 횡령 제보에 따른 감사를 받게 되자 수면제 복용과 승용차 내에 번개탄을 피운 채 운전하는 등 부인과 함께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살기도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재차 감사를 받으면서 모든 범행이 낱낱이 밝혀졌고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 등에 대한 자금을 추적한 결과 김씨 부인 명의 및 차명계좌에는 잔고가 거의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했고, 김씨 소유의 아파트 1채와 횡령자금이 유입된 친인척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가압류를 신청했다.

회계과의 다른 동료들은 김씨의 범행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료 중 1명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그렇게 열심히 일한 이유가 자신의 범행이 탄로 나지 않을까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서 돈을 빼내려는 기만술이었음을 알았다”며 “평소 성실하고 검소한 사람이라 공금에 손댔을 거라고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말수도 적고 평판도 나쁘지 않았던 김씨가 범죄 때문에 가까운 친구들도 멀리하고 아내와 범행에 참여한 친인척들만 상대하다보니 일그러진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회사내외로 철저한 이중생활을 일삼아 왔다. 출근할 때에는 소형차를 끌고 다니며 평범한 복장을 하고 다녔고, 돈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반면 그의 부인은 외제차에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등 김씨가 횡령한 자금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해 왔다.

허술한 관리시스템

평생 밝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김씨의 위선적인 행동은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만천하에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횡령자금은 이보다 더 많은 100억대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역대 정부는 공직자의 부정부패의 꼬리를 자르려고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악순환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김씨보다 국민의 혈세를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대다수 공직자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하루빨리 공무원의 기강을 바로잡고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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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