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다리’ 인천대교의 반복되는 비극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4.22 14:04:01
  • 호수 1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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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휩싸인 긴 랜드마크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인천대교에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투신해 생을 마감하며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인천대교의 고질적인 안전 사각지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드럼통 설치와 같은 임시방편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한강 교량의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안전 난간 설치와 인공지능 관제 시스템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책임 있는 대응이 부재한 채 방치된 결과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12시37분경 인천 중구 인천대교 주탑 인근에서 한 남성이 바다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긴급 출동한 해경 구조대가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인천대교에서 투신한 남성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드러났다.

5년간 60건

불과 이틀 전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진TV‘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6월3일 지방선거와 현안에 대해 평론했던 그였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해당 채널에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의 죽음은 인천대교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한민국 최장 수상 교량’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도시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반복된 투신 사고로 ‘죽음의 다리’가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해경 자료에 따르면, 인천대교 개통 이후 총 89명이 투신해 6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반복되는 사고와 장소의 집중성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년간 투신 사고가 급증하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투신 사고는 60건 이상이다. 특히 2022년에는 한 달 평균 1.5명꼴로 총 15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총 1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대교의 구조적 특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상 교량 특성상 초속 수십미터의 강풍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간 높이를 1.2~1.5m 수준으로 낮게 설계했다. 난간이 높고 촘촘할수록 바람이 빠져나가지 못해 상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교량의 진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낮은 난간은 서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된 동시에 성인이 1~2초 만에 넘을 수 있는 ‘낮은 문턱’이 되어 안전 사각지대를 형성했다.

물리적 거리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갓길에 승용차를 세우는 모습을 CCTV로 발견해 곧바로 순찰팀을 현장에 급파하더라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총 길이 21.38km의 길이가 골든타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최장 수상 교량
예고된 참사 그 이유가…

지난 2011년에는 차량이 교량 도로변에 정차하거나 도로에 물체가 떨어졌을 경우 상황실 알람이 울리는 자동감지시스템도 구축했지만 상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동차 전용 도로인 인천대교는 보행자 진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한강의 교량과는 달리 통행량이 많지 않아 차량들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한다. 때문에 사고 발생 전 대교 이용자에 의한 신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까지 더해진다. 특정 장소에서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해당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강렬하게 각인되는 것이다. 2012년 9월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후 2년 동안 투신율이 6배가 늘었던 것과 같이, 반복적 보도가 심리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같은 장소를 선택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대교 측은 2022년 주탑 부근 갓길에 플라스틱 드럼통 1500개를 설치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갓길 본래의 기능이 제한되며 긴급 상황에 차를 갓길에 대지 못해 위험성이 더 커졌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해 8월 모두 철거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4명이 투신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면서 사고 방지 시설물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자, 같은 해 11월 드럼통을 600여개를 재설치했다. 근본 대책 없이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하는 모습은 일관성의 부재를 드러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더해 ‘보여주기식’ 대책이었다는 비판만 더 키운 셈이다.

뒤늦게 안전난간 설치 계획이 논의되고 있지만, 인천대교 관계자는 “실질적인 설치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대교는 인천대교 전체 구간 중 사고 위험이 높은 사장교 및 접속교 구간(약 7~8km 양방향)에 높이 2.5m 안팎의 투신 방지 안전 난간 추가 설치를 논의 중이다. 난간 설치 어려움의 원인이었던 바람 저항성 문제 또한 인천대교 측에서 재검토한 결과 허용치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설치 비용은 80억~1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비용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차액보전금 및 특수목적법인의 운영 수익을 활용할 예정이다. 인천대교 통행료는 지난해부터 경차는 2750원에서 1000원으로, 소형차는 5500원에서 2000원으로, 중형차는 9400원에서 3500원으로, 대형차는 1만22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아졌다.

낮은 난간·고립된 구조
‘한강 모델’ 도입 언제쯤

다만 정부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해 영종대교 통행료 징수 기한을 2030년에서 2061년으로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의 민자고속도로 두 개를 통합채산제로 묶는 상황에 사실상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 중구의회는 지난해 인천대교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한 지능형 CCTV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해당 결의문을 통해 “이미 서울의 주요 교량에서는 딥러닝 방식의 지능형 CCTV를 도입해 구조 인력이 골든타임 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 인천대교는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해 지능형 CCTV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2년부터 CCTV 통합관제센터에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지능형 영상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리 위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고 있거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지점의 CCTV 영상이 관제요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24시간 CCTV를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수난구조대에 전달해 현장 대원이 출동한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능형 CCTV를 통한 투신시도자의 구조율은 97%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투신 사고가 가장 빈번했던 마포대교는 2012년 고정형 CCTV 49대와 회전형 CCTV 16대 설치를 시작으로 비상벨 방송과 경광등 각 16개 설치를 시작으로 2019년 소방재난본부에서 인공지능형 CCTV 교체 및 장력센서 설치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또 마포대교의 기존 1.5m 높이 난간 위에 난간 1m를 추가로 높이고 맨 윗부분에는 ‘롤러’를 설치해 매달리거나 붙잡지 못하도록 했다. 또 난간은 안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로 만들어 넘어가기 어렵게 했다. 20㎝ 간격으로 철제 와이어도 가로로 설치해 난간 사이를 헤집고 갈 수 없게 했다.

대응 부재

이미 한강 교량에서 효과가 입증된 안전 난간과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관제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대교의 적극적인 대응은 부재하다. ‘사고 이후 대응’이 반복되며 예방 중심의 대책은 번번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대교의 문제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데 있지 않다.

수십명의 희생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럼통 설치와 같은 임시방편은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실질적이고도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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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휘청이던, 전쟁 여파에 고꾸라지던 모습이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정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지수를 말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공언했던 코스피 지수 5000보다 이제는 1만이 더 가까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며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대부분 ‘빈 약속’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를 제외하고라도 코스피 지수는 3000 언저리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바닥이 얇고 지붕이 단단하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깨지기 어려워 보였다. 역대급 불장 돈이 모인다 이재명정부 1년째를 앞둔 현재, 주식시장의 지붕은 완벽하게 뚫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방을 올려 잡고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퍼졌고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움직였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차원의 ‘머니 무브’ 정책으로 역대급 불장이 계속되면서 덩달아 증권업계도 신났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는 거래대금 폭증으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60여개에 이르는 국내 증권사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개미들을 잡으려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또 증시가 폭발하면서 빚을 내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증권사는 손해 볼 게 없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증권사발 사건‧사고다. 최근 증권사의 갈지(之)자 행보로 투자자가 의도치 않은 세금 폭탄을 맞은 사건도 한 예다. 증권사마다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면서 일부 투자자는 수백만원,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봤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정부도 손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미국 본사 이전 주식 구분 변경 일어나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암호화폐를 채굴하던 ‘비트팜스(Bitfarms)’라는 기업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법인을 뒀던 비트팜스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인공지능 및 고성능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을 ‘킬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로 변경했다. 본사 이전이 완료된 시기는 지난달 1일. 비트팜스는 킬 인프라스트럭처의 자회사가 됐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같은 달 6일 주식 구분이 변경됐다. 다시 말해 주식 종목에서 비트팜스가 없어지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거래가 개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주식 교환’으로 처리돼 세금이 붙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비트팜스 주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이다. 이들의 주식은 매도 후 재매수 처리됐다. 다시 말해 비트팜스 주식이 처분되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양도’가 일어난 것이다. 비트팜스 1주는 킬 인프라스트럭처 1주로 바뀌었다. 이 과정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의 의지로 이뤄졌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250만원 이상의 주식 소득에 22%의 세금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까지 떼고 나서야 투자자가 실제 번 돈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년치 해외주식 소득을 따져 부과된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정리한다. 이익과 손해가 250만원 이내로 합산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이 시기에 투자자들은 계산에 골몰한다. 물론 주식을 사고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 자체는 ‘0’이다. 예상치 못한 세금 날벼락 하지만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될 당시 ‘매도 후 재매수’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은 ‘강제로’ 이익 혹은 손해가 발생했다. 기대 수익, 예상 손해로 존재하던 게 실제 이익과 손해로 전환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 부과 이슈가 발생한다. 비트팜스 사건을 두고 지난해 5월 일어난 ‘로켓랩’ 주식 전환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 USA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재편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23일 신설된 로켓랩 코퍼레이션이 기존 로켓랩 USA 법인을 자회사로 흡수합병했다. 이때 로켓랩 USA 주식은 동일한 가치의 로켓랩 코퍼레이션 1주로 자동 전환됐다. 미국은 세법상 주식 교환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를 실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됐고 무엇보다 당시 이 과정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로켓랩 USA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고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졌다. 단일 민원으로는 최다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대응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세법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적용을 달리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양도 거래’로 판단해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들은 단순 주식 교환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투자자로서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부과되지 않는 이른바 ‘복불복’ 상태에 놓인 것이다. 당시 로켓랩 주식 전환 처리 방식에 따라 증권사를 옮기는 이동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갔다. 세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민원 폭탄에 기재부 해석 당시 기획재정부는 로켓랩 사태 이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맞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의 원칙과 소득세법 제88조의 ‘양도’의 의미를 근거로 내세웠다. 주식 티커명이 같더라도 법률상 기존 로켓랩 USA 주식이 소멸하고 주주가 새로운 로켓랩 코퍼레이션을 취득한 만큼 동일한 자산을 연속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자산을 교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식 티커는 증권거래소에서 특정 상장회사의 주식을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짧은 약어를 뜻한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트팜스가 KEEL로 티커명이 바뀌어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같은 사람이고 거래 상태는 ‘보유 계속’이다. 사업, 경영진, 지분율 어느 하나 바뀌지 않았는데 (기재부는) 이걸 자산의 이동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로켓랩 사태 당시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내렸기에 비트팜스 사건에 동일하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에도 증권사에 따라 손해와 이익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따지고 보면 비트팜스 사건과 로켓랩 사태에서 투자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같다. ‘실제 팔지도 않은 주식’에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화나게 하는 부분은 증권사들이 적용 기준을 제멋대로 했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비유하면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권사의 행보는 ‘갑질’로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별로 적용 시점이 달랐다. 메리츠 증권은 지난달 3일, 토스 증권은 같은 달 6일에 투자자들에게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알렸다. 미국은 비과세로 처리하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투자자들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아예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하지 않은 주식 거래가 이뤄져 있던 셈이다. 로켓랩 사태와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토스 증권을 사용 중인 한 투자자는 “6일에 비트팜스에서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바뀌어서 거래가 개시됐는데 그 당일에 공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토스 증권은 해당 투자자의 문제 제기에 “(4월)3일에 (주식 구분 변경) 정보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4월)6일에 공지했다. 최초로 정보를 알게 된 (4월)3일은 현지 휴장일로 투자자가 실제 매매 등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7일에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권리 처리를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즉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적용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교환으로 적용했다가 뒤늦게 양도로 처리한 증권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투자자는 “신한 증권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식명만 바뀌더니 2~3일 뒤에 재처리됐다.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다른 증권사의 처리 방식대로 했다고 하더라. 그사이에 주가와 환율이 바뀌었는데 일괄 적용한 것이다. 주먹구구식도 이런 주먹구구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비트팜스 투자자들의 민원을 증권사에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은 답변은 이 사안이 ‘자율 조정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율 조정 대상은 정식 조사 전 금융사와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일단 증권사랑 얘기하라는 뜻이다. 투자자로선 금감원에서 증권사로 넘어간 공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손 놓은 정부 투자자 운다 70명가량 모여 있는 비트팜스 투자자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와 증권사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로켓랩 사태의 선례로 이번 사건 또한 흐지부지될 것이라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 몇몇 투자자는 ‘손절(손해 보고 매도)’하고 채팅방을 떠났다. 한 투자자는 “로켓랩 사건 때 정말 다 들고 일어났다고 느낄 정도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도 결론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민원도 많이 안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 사건이 스페이스X와 합병설이 도는 테슬라 같은 대형 주식에 일어났어도 정부나 증권사가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