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5인5색 공천 전쟁

본선만 가면 따 놓은 당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지역에 걸쳐 후보들이 선거판을 달구면서 지방선거가 ‘미니 총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대한민국 인구의 약 5분의 1이 거주하는 서울시가 단연 눈에 띈다. 모두가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가운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5인을 분석해 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김영배·김형남·박주민·전현희·정원오(가나다순) 예비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경쟁을 벌인다.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홍근 의원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예비 경선은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첫 판부터
프레임 싸움

민주당은 오는 28일 예비 경선을 치를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한 뒤 본 경선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예비 경선의 경우 권리당원 투표 100%로 진행되면서 당내 조직력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민주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후보의 장단점과 특징을 정리하는 등 분석에 나섰다. 후보들 역시 첫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저마다 강점을 어필했다.

먼저 김영배 후보는 민선 5·6기 성북구청장을 역임한 인물로 2010년 서울에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반대하면서 마찰이 생겼고, 이후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오 시장에게 뼈아픈 과오를 안겼다.


이번에도 김영배 후보는 서울 전역의 먹거리 돌봄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하루 한 끼, 서울 밥상’을 정책으로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4일 김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은 단지 한 끼의 급식이 아닌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키며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도시 먹거리 복지 모델’이었다”며 “그 경험을 서울 전체로 확장·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친환경 무상급식의 시작을 열었던 저 김영배가 서울에서 ‘하루 한 끼, 서울 밥상’을 완성하겠다”며 ▲방학 중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 ▲경로당 주 5일 급식 ▲서울 먹거리 돌봄의 종합 지원 체계 구축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영배 후보는 성북구청장을 두 번이나 연임하는 등 행정력은 검증됐지만,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친문(친 문재인)’으로 알려진 만큼 당심 100%가 적용되는 예비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친문, 친명(친 이재명), 뉴이재명(새로 유입된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 등 계파로 사람을 나누면 지방선거에 제대로 된 후보를 내보낼 수 없다”면서도 “당심에 자신의 정치 운명을 걸어야 한다. 당원도 후보의 계파가 아닌 공약과 실행 능력에 집중해야 분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심 100%’ 5파전 예비 경선
젊은 피부터 구청장까지 올인
첫 번째 관문 넘을 3인 누구?

예비후보 사이 유독 앳된 얼굴도 눈에 띈다. 최연소 도전자인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다. 김형남 후보는 1989년생(36세)으로 2016년 군대를 제대한 뒤 군인권센터에서 활동했으며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국민참여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형남 후보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삶의 질 상승에 방점을 찍었다. 공약으로는 ▲30대 내 집 마련 주도권 확보 ▲생활비 주도권 확보 ▲일하는 시민의 ‘내일 도약 주도권’ 확보 등을 내세웠다.


김형남 후보는 “30대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서울, 열심히 번 돈이 내 통장에 쌓이는 서울, 잘하는 일로 잘살 수 있는 서울은 가능하다”며 “잃어버린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건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아는 시장이다. 김형남과 함께 서울의 세대교체를 시작하자”고 포부를 밝혔다.

젊고 역동적인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하며 서울에 거주하는 젊은 층 표심을 겨냥했지만 행정 경험이 전무한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당내 기반 세력이 약할뿐더러 쟁쟁한 중진 후보들과 맞서야 하는 점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상 ‘얼굴 알리기용 출마’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회의적인 시선이 따라붙지만 청년 정치인들은 그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김지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은 2024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2%대를 득표한 인물로, 김형남 후보의 공약에 대해 “당찬 포부는 허공의 구호가 아닌 우리가 반드시 붙잡아야 할 질문”이라며 “한 사람의 도전이 파도가 될 때 세상은 바뀐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투사’ 이미지의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전현희 의원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두 사람 모두 당내 지지 기반이 뚜렷하고, 일선에서 내란 세력과 맞선 만큼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강남 노리는
강경 투사들

박주민 후보는 두 번째 서울시장 도전에 나섰다. 그는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 회의)’ 위원장을 맡아 각종 민생 법안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오 시장과 강한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알렸다.

박주민 후보는 주거 안정, 돌봄 안전망 구축, 사각지대 없는 교통 시스템 등 다방면에서 공약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오 시장의 트레이드마크인 한강 버스를 비판하며 혼잡도가 높은 9호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주민 후보는 한 라디오를 통해 한강 버스가 “운영 실태를 점검해 보니 수익이 서울시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적었다.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본 기능조차 갖추지 못했는데 안전성도 문제고 수익성도 낮다”며 “계속해서 예산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업을 무리하게 끌고 가느니 차라리 백지화하고 그 예산을 9호선 증량에 쓰겠다”며 “9호선 플랫폼과 궤도는 이미 8량 기준으로 완공된 상태다. 약간의 공사만 거치면 현재 6량 열차를 8량으로 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후보는 2016년 민주당 험지인 강남을에 이어 2024년 중구·성동구 갑에 당선된 이력을 무기로 삼았다. 민주당 출신으로 한강 벨트 지역에 깃발을 꽂은 만큼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전현희 후보는 여성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현희 후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여성 핵심추진정책’을 발표하며 “서울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의 삶이 바뀌어야 서울이 바뀌고, 서울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기준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현희 후보는 공약으로 ▲권역별 서울형 공공 산후조리원 신설 ▲12~26세 남녀 대상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 ▲여성 월경권 보장 ▲여성 AI교육 바우처 도입 등을 제시했다.

중도 확장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으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해체 공약에 뒷다리를 잡힐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전현희 후보는 “DDP를 해체한 뒤 7만석 규모 아레나 시설을 세운 뒤 그 일대를 서울 관광특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충분한 숙의가 없었던 탓에 민주당 지지층에서 조차 “DDP 자리에 녹지나 돔구장을 조성하자”는 주장과 “돈을 들여 철거할 필요가 있냐”는 반론이 맞붙었다.

베일 속
낯선 존재감

국민의힘에서는 “오 시장을 무조건 흠집 내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는 가치와 철학 없는 주장 앞에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DDP 해체는 정원오 후보도 주장한 만큼 서울의 랜드마크가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박주민·전현희 후보 둘 중 한 명이 본선에 진출할 경우 중도층 표심이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강경 성향인 만큼 반대 진영이 결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 모두 이념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에 나섰지만 부동산과 세금 등 각종 경제 정책에서 실점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추후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그에 따른 지지율이 후보들의 경제 정책과 연동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급부상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정원오 후보는 지난 4일 “12년간의 구정을 마무리한다”며 구청장직에서 퇴임했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로 봤을 때 가장 유력한 후보이나 이미 민주당을 꽉 잡고 있는 중진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었다는 평을 받지만 정원오 후보는 전국에 분포한 민주당원보다 성동구 주민과의 친밀감이 더욱 두텁기 때문이다.

관련해 정원오 후보는 MBC 라디오에서 ‘경선에 자신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일단 자신이 있으니까 출마했다”면서도 “모든 선거는 어렵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어서 매일매일 잘 준비해서 가야 한다”고 답했다.

‘권리당원의 표심을 좌우할 요소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이번 선거는 내란을 종식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누가 승리할 수 있겠느냐’가 첫 번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의 임기가 대통령의 임기랑 똑같다. 임기 내내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서 일을 누가 잘할 거냐, 그래서 ‘일을 잘할 사람’이 두 번째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강벨트 탈환할 ‘필승 카드’ 고심
‘이념’ 벗어나 ‘정책’으로 승부수

다만 국민의힘이 어떤 약점을 파고들지 불확실하다는 게 위험 요소로 꼽힌다. 앞서 다른 후보들은 오랜 기간 의정활동을 거치며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정원오 후보를 언급하자 국민의힘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30년 전 폭행 사건을 꺼내 여론 흔들기에 나섰다.

당시 정원오 후보는 폭행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30년 전 당시 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비서관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 차이로 다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해당 비서관과 경찰관께 피해를 드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불구속 입건 후 벌금으로 종결됐다. 사건 직후 당사자들께도 사과드리고 용서 받았으며 화해로 마무리됐다”며 “이 일을 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지금까지도 당시의 미숙함을 반성하는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VS 정원오’ 양자구도 여론조사가 급증하자 이번에는 농지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자신의 SNS에 “관보와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정원오 후보는 걸음마도 떼기 전인 0세와 2세 때 각각 논과 밭 600평을 매매했다”며 “공시 자료로만 보면 정원오 후보는 57년 경력의 영농인이거나, 이재명이 말하는 투기꾼”이라며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는 투기’라며 전수조사에 나서자 이를 꼬집으며 정원오 후보를 “1호 전수조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갓난아이였던 정원오 후보가 호미를 들었을 리 만무하고, 보좌관과 구청장으로 보낸 지난 수십년의 세월 동안 그가 직접 흙을 일궜을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며 “농어촌공사에 위탁 운영을 맡겼거나 직계비속이 농사를 짓고 있다면 예외에 해당하는데, 정 구청장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정원오 후보는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농지는 제 조부모께서 제가 태어났을 때쯤에 매입한 것으로, 장손인 제 명의로 등록한 소규모 토지고 실제 부모님께서 쭉 농사를 지으시던 땅”이라며 “1990년대부터는 맹지가 돼 더 농사를 짓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농지법이 제정되기 전의 일로, 1996년 이전에 취득한 농지는 처분 의무나 소유 제한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간단한 사실관계만 확인해도 전혀 위법이 아니고, 투기 운운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주 매서운
검증의 시간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정원오 후보의 몸집이 커지는 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어느 곳에 십자포화를 할지 그 대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라며 “폭행 논란과 농지법 문제는 본인이 해명하고 마무리하면서 정리됐다. (정원오 후보에 대한) 추가 논란이 없거나, 있더라도 이 정도 수준이어야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권자의 인식 속 정원오 후보는 ‘청렴하고 일 잘하는 구청장’이다.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도 크다”며 “민주당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음주 운전, 갑질 등이 가장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원오 후보뿐만이 아니라 모든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첫 서울시장 후보 ‘진짜 보수’ 내걸고 출마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보수 진영에서 나온 첫 출사표인 만큼 진영을 떠나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4일 윤 전 의원은 ‘경제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전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변화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로 선수를 교체할 때”라며 “저 윤희숙이 보수 정치의 진짜 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지금 같이 가파른 공급 절벽을 넘는 길은 ‘닥치고 공급’밖에는 없다”며 “이재명정부는 무지막지한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을 억누르고 있지만, 저는 서울시장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도심 주택공급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을 다시 성장·일자리 엔진으로 우뚝 세우겠다”며 창동에 서울 팬덤(브랜드 가치)의 중심인 ‘K-컬처 넥서스(서울팬덤 코엑스)’ 건립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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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