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유력 대선주자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단 1%가 아까운 처지다. '49:51'의 싸움에서 1%만 놓쳐도 고스란히 대권을 넘겨줄 판이다. 이들이 사력을 다해 소수점이라도 사수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진보당이 둘로 쪼개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의 싸움에 '빅3'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까지 점쳐지고 있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질 대선 판도를 <일요시사>가 분석해 보았다.
'안철수+민주당+진보당'의 연대공식이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야권연대도 수많은 '설'만 떠돌 뿐 뚜렷한 기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물밑 협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의 '지분싸움'을 부추긴다. 진보 양당 모두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선 최초 '캐스팅보트'
"진보는 망해도 3%의 지지율은 가진다"라는 정치권의 속설이 있긴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 진보당 후보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재의 야권연대 당시 권영길 국민승리21 대선후보는 단일화 협상테이블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권 후보는 1.2%의 지지율을 보이며 진보당의 존재를 알리는 데 의의를 뒀다. 이후 대선에서도 3.93%(2002년)와 3.0%(2007년)의 지지율을 보이며 3%를 유지했지만, 당락을 결정할 큰 변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가오는 제18대 대선 후보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며 안개 속에 있는데다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야권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진보당이 야권단일화 합류 여부를 결정하는 것 뿐 아니라 문 후보와 안 후보 중 1인을 선택해 진보 고정표를 몰아줄 수 있는 것도 이들이 쥔 캐스팅보트가 조명을 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두 진보여전사의 움직임과 여론조사 지지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것을 배경으로 진보당은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통합진보당의 쇄신파가 새살림을 차리는 바람에 ‘협상테이블 좌석표’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대선 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그리고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결집을 통해 진보당으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진보정당의 분화로 두 여성 후보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경선 부정 사건과 그로 인해 발생한 극심한 내분사태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이 싸늘해졌고, 두 당의 지지율도 바닥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심 후보와 이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심 후보 측은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도 야권연대에 동참하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새누리당을 한국 정치에서 몰아내는 게 바로 정치혁신”이라며 “거악의 본산 새누리당에 맞서 단합해야 할 민주·진보세력의 단점을 파헤쳐 그것을 이유로 단합을 미루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보 고정표 놓고 제2라운드 본격돌입
통합진보당 출정식에 민주당·안철수 침묵
민주당과 안 후보는 진보정의당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당과 안 후보 측 인사들은 진보정의당 창당대회를 찾았다.
추미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진보진영에 새로운 싹이 트고 있다”며 “진보정의당이 앞장서서 연대의 틀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송호창 본부장은 “정의가 바닥에 떨어진 시대에 정의를 살리고자 하는 진보정의당 창당이 기쁘다”며 “모든 국민의 힘을 하나로 합쳐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나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가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것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 심 후보가 연대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사견이지만 심 후보와 진보정의당은 대선에서 연대 대상이자 정권교체 이후 협력해야 할 세력이지만 통합진보당은 그렇지 않다”며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간에 온난기류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 후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1%가 아쉬운 마당에 이 후보의 지지율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대선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경우 민주당과 안 후보가 진보 양당 후보 모두를 한 배에 태울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 후보 입장에서도 혹시 모를 ‘안철수+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 구도의 민주당 연대 제안을 쉽게 물리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 오세훈·한명숙 후보 간 표차는 0.6%p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단일화를 거부하고 진보신당 후보로 나서 3.4%의 득표를 기록했던 노회찬 후보가 패배의 결정적 인물로 지목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노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그의 정치인생에 치명타를 입었다.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노 후보의 전철을 밟는 것은 이 후보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1% 싸움’에서 발생한 ‘1%의 가능성’도 허투루 볼 수 없는 것이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심상정 연대 합류할 듯
심상정-이정희 두 후보는 연일 정책대결과 TV 토론을 벌이며 대선가도에 합류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이지만, 작은 수치를 둘러싼 이들의 경쟁이 이들의 정치운명과 올해 있을 대선까지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