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꼬리 자르기' VS 문재인 '몸통 자르기' 전격비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01 09: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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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를 지키면 백성을 잃지만, 백성을 지키면 신하를 얻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연일 '정치쇄신'을 외치고 있다. 정당을 내세우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를 압박하던 문 후보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과 존재감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문 후보에게 분명한 위기로 보인다. 그에게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이에 <일요시사>가 '꼬리 자르기'로 탁월한 위기극복 능력을 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통해 문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비교·분석해 보았다.

 

당초 '정당보다 쇄신'을 앞세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전향적 태도는 그의 대선가도에 호재로 작용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박수는 고사하고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어 문 후보 측 캠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 후보 캠프 측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쇄신 외쳐도 지지율 정체
당심 다지고 소통 면 넓혀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쇄신 노력에 대해 '겉돈다'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문 후보의 쇄신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문 후보의 쇄신 목소리에 비하면 참으로 인색한 평가다.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호남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캠프 안팎으로 동분서주하며 쇄신을 외쳤던 문 후보였다.

내부적으로는 '용광로 선대위'로 대표되는 탈(脫)계파의 노력과 더불어 당내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당심(黨心)'을 파고들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외부적으로는 '타운 홀 미팅' 등을 통해 분야별 정책발표로 유권자와 '스킨십' 접촉면을 넓혔다.

문 후보 측은 매체를 통해 "문 후보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성품이 전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틈나는 대로 단체장과 당원, 원내 외 지역위원장들과 진솔한 만남과 통화 등을 대폭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노'(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여전히 문 후보에 대한 깊은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한 호남지역 의원은 매체를 통해 "문 후보가 의원들과 다니는 걸 싫어하니 ‘우리 후보’라는 믿음이 안 생긴다."라고 토로했다.

"알맹이 없이 겉도는 정치쇄신 하나마나"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문재인 지원 총력

문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손학규·김두관·정세균 전 민주당 경선 후보들을 만나며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키려 애썼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핵심 대책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로 '이해찬-박지원 정리'다. 그동안 문 후보는 정치혁신을 주장하면서도 몸통의 '완전한' 2선후퇴 요구에 대해서는 비켜서 있었다.

문 후보 측 친노 핵심 참모그룹 9명이 백의종군했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것이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문 후보의 과감한 몸통 자르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당내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문 후보의 인적쇄신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와 문 후보의 몸통 자르기를 비교해 보면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꼬리와 몸통은 엄연히 다른 대상으로 문 후보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두 사람의 위기 극복과정은 쇄신 대상과, 쇄신의 주체, 그리고 쇄신 성공 여부에 따른 효과에서 차이가 난다.

박 후보의 쇄신 대상은 말 그대로 꼬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윗선은 가이드라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박 후보는 제명징계와 자진 탈당을 통해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을 '개인 문제'로 정리해 온 것.

대상·주체·효과서 차이
"시술 VS 이식 수술"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칙에 입각한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밝혀놓고, 적당한 꼬리 자르기를 통해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 후보의 몸통자르기의 대상은 역시 말 그대로 몸통이다. 몸통도 그냥 몸통이 아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버금가는 책사 중의 책사로 불린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치9단의 '정보통'으로, 즉 야권의 핵으로 대표되는 인사다.

몸통이란 말에서 전해지듯, 이들을 도려내기 위해 문 후보는 당의 존립 위기를 각오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박 후보의 자르기는 '시술'이고 문 후보의 자르기는 '이식수술'이다”라며 "문 후보의 쇄신은 박 후보보다 철저한 준비와 인력, 그리고 고도의 첨단장비가 필요하다"고 비유했다.

문 후보로선 확실한 준비가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이해찬-박지원의 2선후퇴를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그에 버금가는 명분도 필요해 보인다. 박 후보는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 잘라내지 않을 수 없는 다급한 위기에 있었다. 반면 문 후보는 몸통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할 명문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쇄신 주체의 차이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최윗선 인물이다. 이는 당내 자금의 흐름과 인사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을 박 후보가 내린다는 것을 뜻한다.

최윗선, 손쉽게 '목 댕강'
"주도적 리더십 갖춰야"

박 후보의 장점으로 꼽히는 강한 리더십과 위기대처능력도 과감한 인적 쇄신을 가능하게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미리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알았다면 검찰이 알아차리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냈을 것"이라고 말해 박 후보의 쇄신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달리 문 후보는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카리스마와 리더십 부족은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혔다. 당내에서도 "문 후보가 주도적 리더십으로 대선판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해찬-박지원의 그늘에 가려져 이렇다 할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문 후보가 박 후보처럼 몸통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몸통이 아닌 문 후보가, 그것도 꼬리가 아닌 진짜 몸통에 칼을 들이대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 후보가 우선 당 안팎으로 세를 모으고 정치 쇄신을 외쳐,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앞서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조심스러운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가 직접 몸통을 겨냥하기보다는 당내 쇄신인사와의 교류, 정치 혁신을 주제로 유권자와 소통을 넓혀 자연스럽게 이해찬-박지원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인적 쇄신의 용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는 각각의 효과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는 지지층 결집의 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박 후보는 탁월한 꼬리 자르기로 지지율을 철벽 수비하며 콘크리트 지지율을 과시했다. 비록 최측근 인사를 내치는 기회비용을 감당했지만, 이는 지지층의 이탈과 균열을 방지했다는 평이다.

만약 박 후보의 과감한 인적 쇄신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랬다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인사의 윗선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됐을지도 모른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친노 참모진 집단 탈퇴에도 반발 여전
이해찬-박지' 2선후퇴 압박 거세져

그럴 경우 몸통에 이르는 주요인사까지 도려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해, 이것이 지지율 하락에서 나아가 대선에 초대형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대조해 문 후보가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기회비용으로 꼽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당내 조직력, 당의 컨트롤타워의 부재, 민주당의 전략통과 정보력의 상실이 그것이다.

반면 문 후보는 그동안 자신을 가뒀던 '친노프레임',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리더십부재'를 일거에 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것은 지지층의 결집뿐만 아니라 외연의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는 곧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유리하게 작용해 안 후보가 입당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도 함께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안 후보의 입당은 이해찬-박지원의 부재를 해결하고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문 후보가 몸통은 그대로 두고 지금처럼 정치제도혁신만 외치고 꼬리 자르기에 그친다면 어떠할까? 우선 외연의 확장은 고사하고 지지층 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단일화와 문 후보의 정치인생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언론인은 매체를 통해 "최악의 경우 이해찬-박지원의 섭정을 보게 될 것"이라며 "안 후보와 이-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다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의 몸통을 두고 이처럼 야권은 한창 소란이다. 문 후보는 '몸통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처럼 문 후보가 철저히 준비하다 적절한 시기를 정해 과감히 몸통을 도려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지층 결집 VS 외연 확장
민주당 자정능력 필요해

하지만 무리하게 도려내기보다는 몸통 스스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안으로는 '비노'를 끌어안아 범야권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보이고, 밖으로는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의 면을 넓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자기반성을 통해 구태 이미지를 벗어던져 미래형 전략가, 선진적 정보통으로 거듭나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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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