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는 시민의 신체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고, 이를 통해 시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라는 사명이 주어진다. 경찰권은 양날의 검과도 같아서 항상 시민과 언론의 날카로운 감시가 따르기 마련이고, 스스로 혁신해야 할 것이다.
그런 기대에 발맞춰 경찰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검찰청 폐지라는 곧 다가올 역사적 대격변은 경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그들의 행태는 시민과 언론이 기대보다는 우려를, 성장과 발전의 기회보다는 위기라고 생각도록 하고 있다.
국민적 우려를 신뢰로 바꿀 기회가 될 수 있을 실험대로 바라봤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는 한숨이 벌써 나오고 있다. 아직도 경찰이 정치로부터 독립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 예속되지는 않았는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경찰의 정치적 예속은 다름 아닌 지나치게 많은 경찰 계급과 그로 인한 승진 압박, 이를 100% 이용하는 정치권 때문이다.
인사권, 즉 ‘생사여탈권’을 가진 정치권에 누가 감히 방울을 달 수 있을까? 경찰의 정치성은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자와 참석하지 않은 자들에 대한 인사 결과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에 더해 경찰은 알아서 정치권에 손을 내민다.
바로 정치성 논란으로 사라졌던 정보 경찰의 부활이다. 경찰의 모든 활동, 역할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마련인데, 무슨 정보과가 따로 있을 수 없음에도 부활시키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이기를 바란다는 손짓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수사는 수사 정보가, 교통은 교통 정보가, 보안은 보안 정보가 필요한 것이며 기능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의 정치화, 정치적 예속을 부채질하는 것은 경찰 계급이 지나치게 많은 데에서도 기인한다. 승진이 곧, 생존인 경찰이 인사권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11개인 계급을 하나 더 늘려서 12개로 만들자고 한다. 경찰 계급을 파격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
경찰은 계급이 아니라 국민 인신의 자유까지도 제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사명감으로 그 위상을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계급이 많아지고 높아질수록 국민과는 더 멀어지고 괴리된다. 계급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서 계급의 가치는 떨어진다.
더구나 이런 현실은 경찰 조직을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현장 인력이 줄어들고, 이들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관리자만 늘어난다. 이는 내근자의 비중만 늘리게 되고, 그만큼 현장 인력을 줄어들게 만든다.
그야말로 그토록 많은 인력이 사무실 근무자라면 노상강도는 누가 잡을 것인가.
경찰이 줄곧 인력 부족을 외치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또 이와 관련된 문제의 중 하나는 경찰관이 되는 방법, 즉 입직 창구다.
계급을 줄여서 모든 경찰관이 순경으로만 시작하게 해야 하는데, 이 또한 계급의 수와 무관하지 않다. 순경부터 시작해야 실질적인 경찰 활동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계급을 줄이면 승진해야 할 압박도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정치권에 줄을 댈 이유도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논의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감시 감독이라는 기대로 만들어진 국가경찰위원회도 문제긴 마찬가지다. 그 구성도 기능도,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한다. 위원회의 실질화라는 작은 주장만 작은 소리로 들린다.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인사권의 독립이 곧 판도라의 상자다. 먼저 경찰 계급을 줄여라. 경찰이 승진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되게 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계급을 더 늘리려고 한다. 계급이 늘어날수록 계급의 인플레이션만 가중된다.
앞으론 주요 경찰서는 경무관으로도 모자라 치안감 서장까지 나올 판이다. 청장을 제외한 모든 경찰 인사는 경찰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국가경찰위원회 구성이 현재 경찰청장의 추천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수도 없고, 감시 감독도 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아예 없다.
경찰 관련 학술 단체의 장이나 추천을 받은 자, 관련된 국가기관의 대표자나 추천을 받은 자 등으로 구성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청장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며, 이들이 경찰의 예산과 인사와 정책 모든 것을 심의·의결할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