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통합 가면 쓴 장동혁 가스라이팅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2.03 15:09:38
  • 호수 15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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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전략에 드리운 창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단식을 만류한 이후 보수 대통합·보수 결집·박근혜 후광이란 표현이 쏟아지듯 등장했다. 단식을 중단한 장 대표 앞에 제시될 요구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2일 단식을 전격 중단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통일교·공천 헌금 의혹 관련 ‘쌍 특검’을 요구하면서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장 대표의 단식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8일 만에
단식 종료

야당의 주요 인사가 단식에 들어가면, 대통령실·여당의 주요 인사가 위로 방문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정치 문법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지난 2018년 5월 ‘정부·여당의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했을 때도 민주당 우원식·홍영표 당시 원내대표가 위로 방문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것에 대해선 장 대표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밥을 굶는다”며 “국민과 역사 앞에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몽니를 부리는 단식 쇼”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엔 “장 대표가 필요 없는 단식을 했다”며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면서 잘 생각해 주길 바라고, 모든 걸 다 떠나서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여당의 무시는 장 대표가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단 사실을 드러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장 대표의 단식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구에서 갑자기 상경해 국회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장 대표에게 단식투쟁 중단을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물·소금만 드시면서 단식하신다는 얘기를 들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계속 단식하면 몸이 많이 상해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장 대표께서 요구하시는 쌍 특검을 받아주지 않아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단식이란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며 “국민께선 정치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목숨 건 투쟁을 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장 대표의 단식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자리에서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 먼 길 와주셔서 고맙다”고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장 대표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지난달 26일 퇴원했다.

판단력 저하된 장동혁의 눈에 보인 박
조직적으로 유포된 보수 결집·박 후광


하지만 장 대표에 대해선 “대통령실·여당의 무시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부터 3일 동안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확인됐다. 이는 전주보다 2% 내려간 수치였고, 장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 올라간 43%로 확인됐다.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44%였고,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은 13%였다.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단식을 중단한 것도 “결국 초라한 결말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83년 단식투쟁 당시 신군부 때문에 단식 시작 1주 만에 서울대병원 특실에 강제 입원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2주 더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을 만류하려 병실을 방문한 권익현 당시 사무총장이 외국행을 제안하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고생하는데 내가 어떻게 외국에 나가느냐. 나를 외국으로 보내고 싶으면, 시체로 만들어 보내면 된다”며 거부했다.

단식이 8일 동안 이어지면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다. 뇌의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지방산에서 전환한 케톤체가 다시 에너지가 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늘어나 인지적 유연성이 줄어든다. 체내 수분·전해질 부족과 영양 결핍도 뇌의 피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한 지난달 22일은 장 대표의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 시점이었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박 전 대통령이 인자하고 다정하게 단식을 만류하니, 장 대표가 굳게 버티긴 힘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상 못한
퍼포먼스

장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직후, 주요 언론에선 박 전 대통령·장 대표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묶어 ‘보수 결집’ 혹은 ‘보수 대통합’이라면서 기사들을 대량으로 내보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해 장 대표를 위로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장 대표에게 “건강을 해치지 않고 당의 중심으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 중 국민의힘 관계자로 소개된 이는 지난달 22일 한 매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장 대표의 단식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하나로 다시 묶으면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엔 “장 대표가 이번 주 안에 퇴원해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박근혜 후광’이란 제목을 단 채로 대량 보도됐다. 장 대표 측 관계자라고 소개된 이는 한 매체와 전화 통화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하면서 보수의 상징성이 장 대표에게 일부 이전됐다”며 “이를 발판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들은 대통합·결집·후광 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표현들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이후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26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은 박 전 대통령의 방문 등 보수 대통합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파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속돼 약 4년9개월여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구속·유죄 선고에 앞장섰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옹립해 정권을 창출했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한 후 정권까지 창출했단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실상 사라졌단 것을 의미했다.

유 전 의원도 바른정당·바른미래당 창당을 통한 제3지대 실험 실패 이후 국민의힘에서 대선후보 경선·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등에서 연이어 패배해 정치적 영향력을 잃었다. 지난달 기준 보수 정치권에선 ▲장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각각 자신이 주도하는 정치적 집단을 거느리면서 의제를 이끌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토착 보수 집단인 언더 찐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들에 맞서 장외 집회·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통해 일정한 응집력을 드러내는 강경 보수 집단과 손잡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실타래
풀어야

따라서 현실 정치와 거리가 먼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이 장 대표를 위로 방문한 것만 두고 대통합·결집 등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위화감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한 전 대표와 이 대표를 고의로 지우려고 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장 대표·박 전 대통령·유 전 의원을 묶어 ‘보수 대통합’이란 표현을 활용하면,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은 각각 정치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오는 6월 진행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 후보 선출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많다. 출마 후보군 중엔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을 굳이 행사 뛰는 가수에 비유하면 그렇게 몸값이 싼 분은 아니”라며 “추가로 지급할 정치적 비용이 뭔지 감도 안 잡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평론가가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장 대표 단식을 만류한 이유는 유 의원의 대구시장 공천을 위한 것’이라고 지껄였다”며 “아는 거라곤 음모론뿐인 자가 또 요설을 뱉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이 선점했던 개혁 보수 이미지는 이 대표에게 상당 부분 이전됐다. 또한 국민의힘 내에선 연이은 각종 공직 후보 경선 패배로 인해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장 대표 단식 만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도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란 상징적 인물이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줘서 단식을 끝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 대표는 살았지만, 국민의힘은 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TV조선 <강적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한 것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며 “그림이 좀 그런데, 이게 출구 전략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파면당한 대통령이 파면당한 대통령을 놓지 못하는 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는 걸 보수 결집이라고 부르는 게 단식 농성의 결론이냐”며 “국민이 볼 땐 상당히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쌍 특검 등 사안과 관련된 국민의힘과의 일부 사안 공조에 대해 ‘단절’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공조할 사안이 박 전 대통령 출현이란 특이한 형식으로 종결됐다”며 “이어나가기 어려운 단절이 있었던 게 맞고, 국민의힘은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측에 “단식 종결 과정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채무 탕감 수단은 관리형 대표로 만족?
모두 좌절 언더 찐윤 앞…김문수만 왜?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 장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고, 장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을 출구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아무리 복심이라고 하더라도, 초선인 유 의원 홀로 장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는 큰 그림을 그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강원·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토착 보수 집단을 형성한 언더 찐윤의 존재감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다.

장 대표는 단식 이전까지 국민의힘에 연이어 입당한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고성국씨와의 공조를 통해 강경 보수와 손을 잡으면서도 당 바깥에선 개혁신당과 공조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장 대표가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2월에 물러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불거진 소문 ‘2월 위기설’이었다.

2월 위기설 배포 흐름과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한 흐름을 포개어 판단하면, 장 대표에게 “출구를 열어줄 테니, 독자 행보를 걷지 말고, 관리형 대표로 만족하라”는 신호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8일 동안 단식해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 장 대표가 정상적인 정치적 판단 과정을 거쳐 단식을 중단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언더 찐윤 입장에서도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장 대표의 체면을 심하게 훼손해 지도부를 무너트리는 것에 긍정적이긴 어렵다. 언더 찐윤이 필요한 것은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건드리지 않을 관리형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

제1야당 대표인 장 대표를 상대로 사실상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없는 박 전 대통령·유 전 의원과 묶어 ‘보수 대통합’ ‘보수 결집’이란 틀에 가두고, 이를 언론에 배포하는 것에 대해선 일종의 경고란 평가도 나온다. 언더 찐윤으로서는 장 대표에게 ‘출구 전략 마련’이란 채무를 안기면서 채권자가 돼 장 대표를 포섭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장 대표는 향후 ‘보수 대통합 관리인’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언더 찐윤의 이해관계와 다른 선택을 했던 이 대표·한 전 대표·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각 중징계 결정 후 탈당·제명 결정·혁신안 좌절 등 결과를 맞이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만이 언더찐윤과의 갈등을 극복하면서 ‘대선 완주’란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다.

이 대표·한 전 대표·김 전 장관·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국민의힘에서 축출·좌절·극복 등을 겪는 과정엔 ▲스캔들 유포 ▲조직적 불복종 ▲전격전 등 요소가 들어갔다. 마치 경찰의 대규모 노조 파업 진압 작전이 진행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당사 후보실 점거·여론 규합 등 수단을 동원해 이를 홀로 극복한 김 전 장관이 전설적인 노동운동가였단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2월 위기설
다가왔다

니코스 카난스키스 원작·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지난 1988년 작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앞에 어여쁜 소녀가 나타난다. 소녀는 “너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십자가에서 내려와 네 삶을 살라”고 유혹한다.

이에 따라 영화 속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한 후 행복한 일생을 보낸다. 그 소녀가 악마였단 사실은 죽기 직전에야 깨닫는다. 8일째 단식하던 장 대표의 눈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만류하던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소녀로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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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