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홈플러스 사태 어디로…

점점 수면 아래로…이대로 침몰시키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겉으로는 업계의 몰락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수만명의 밥줄이 끊기는 일이다. 해를 넘겼는데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할 일만 남았다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해 3월 시장을 강타한 ‘홈플러스 사태’. 어디까지 전개된 걸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처음엔 큰 덩어리만 보이는 법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야 윤곽이 드러난다. 문제는 그때쯤이면 사건에 대해서도, 그 본질에 관해서도 관심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가장 뒷전이 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먹이사슬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들이다.

기습 행보
업계 충격

‘홈플러스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의 몰락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뒤바뀌면서 안 그래도 입지가 좁아지던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년간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전국의 점포가 공중분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3월4일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 절차는 부채가 많은 기업이 재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엔 법정관리로 불렸다.

당시 홈플러스는 “최근 신용평가에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이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 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지속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 여력 낮음 등을 신용등급 하향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신용평가도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언급했다.

홈플러스는 ‘선제적 조치’라면서 영업은 정상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홈플러스의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반응부터 큰 위기가 닥친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기업회생 절차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말도 나왔다.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100개가 넘는 점포, 2만여명의 직원은 물론 홈플러스에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불안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 화살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로 향했다. 특히 MBK의 기습 행보는 두고두고 나오는 뒷말로 이어졌다. 이익에만 매몰돼 ‘사람’을 보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 절차 신청
탈출에만 혈안, 자구 노력 없어

MBK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와 홈플러스그룹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40억400만파운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조2000억원이다. 당시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에서 대구1호점으로 시작해 1999년 이후 영국 테스코가 경영권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MBK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미 10년 전 막대한 차입금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으로도 뒷말이 나왔는데 이후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시에 ‘먹튀’ 논란도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사용한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수 금액 7조2000억원 중에 1조2000억원은 기존 차입금을 승계한 것으로 MBK는 실제 6조원에 홈플러스의 주인이 됐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전체 인수 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3조1000억원은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고 2조4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로 충당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모두 가진 주식이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MBK의 인수 자금 융통 방식을 두고 위험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 MBK의 인수 차입금은 홈플러스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온라인으로 유통 환경이 변화하자 수익성이 악화했고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대 들어서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MBK는 지난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받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했다. 특히 매년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던 점포를 차례로 팔아치우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다. MBK가 인수할 당시 7조9334억원(2016년 3월~2017년 2월)에 달하던 매출액은 6조9135억원(2023년 3월~2024년 2월)으로 12.6% 감소했다.

통매각 실패
다음 수순은?

2016회계연도 기준 흑자였던 영업이익도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해 2021년 적자로 전환했고 이후 3년 연속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홈플러스가 선택한 방법이 기업회생 절차인 셈이다. 경영난을 극복할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가 지나치게 쉬운 길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MBK가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이른바 ‘엑시트(탈출)’만 노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해 10월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재 출연에 대해서도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을 비쳤다.

이날 김 회장은 ‘홈플러스 등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 맞느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의 질문에 “저희(MBK)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니다”라며 “사모펀드 운영사고, 파트너 13명이 각 분야를 담당하는데 저는 자금 조달과 투자처 관리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야 의원들의 사재 출연 압박에도 김 회장은 이미 5000억원의 사재를 냈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해) 5월에 1000억원을 냈고 다 사용했다. 7월에도 1500억원을 보증해 다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9월에 2000억원 더 현금을 증여하기로 약속했다”며 “다 합쳐서 5000억원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에 뒷걸음질 치는 사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통매각은 무산됐고 분리매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2위의 대형마트가 공중에 붕 떠버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오프라인 위주의 대형마트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구조조정
불가피?

정치권에서는 농협이나 쿠팡이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쿠팡이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기 전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농협은 ‘인수 의사가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쿠팡도 이미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홈플러스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비판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회생과 청산이라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지난달 29일 홈플러스는 자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안은 구조 혁신형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회생 계획 인가 후 M&A 추진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매각 무산 이후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큰 슈퍼마켓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몸집을 줄여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당장 닥친 유동성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느냐다. 현재 홈플러스는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체납했고 직원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 대금도 미납이 누적돼 아모레퍼시픽 등 일부 협력사는 납품을 중단했다.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회생안 인가에 앞서 3000억원의 ‘DIP 대출’ 승인을 요청했다. DIP 대출은 법정관리 기업에 운영 자금 등을 빌려주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치권 포함, 전방위 압박 중
검찰, 구속영장 청구 새 국면

홈플러스 측에서는 대출이 승인돼야 회생안 실행이 가능하다는 태도다. 또 다른 문제는 홈플러스에 밥줄이 달린 사람들이다. 회생안에는 향후 5년간 전체 점포의 3분의 1에 달하는 부실 점포를 정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41곳에 이른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인 MBK가 자금 투입 등 책임 있는 모습 없이 모든 고통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폐점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MBK는 메리츠(증권)로부터 3000억원의 DIP 금융을 수혈받아 당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고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빚”이라며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마구잡이 폐점과 자산 매각 계획은 홈플러스를 더욱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홈플러스 회생안에 대해 “알짜는 팔고 부담은 버리는 구조조정이며 먹튀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안도걸 의원도 “MBK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회생이 아닌 시한부 연명 시간 끌기”라며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제대로 된 자구 노력을 하지 않는 MBK의 경영은 무책임을 넘어선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는 검찰이 김 회장 등 MBK 경영진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치권, 금융당국에 이어 사정기관까지 홈플러스 사태에 뛰어든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 7일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회장과 김 부사장, 이 전무는 감사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대규모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하고 이후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2월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나흘 만인 3월4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 사태 초기부터 나왔던 의혹으로 수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 넘어
법정 가나

MBK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에 담긴 모든 혐의는) 드러난 사실과 배치되며 오해에 근거한 혐의로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법원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 등은 그동안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과도하고 부당한 조처”라며 “회생을 통해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마저 왜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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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