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끄 논현’ 점거 두산건설 피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2.30 09:36:37
  • 호수 1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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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몸으로 막고 ‘문틀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 논현동 주상복합 건물 ‘보타니끄 논현’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 간 법적 분쟁이 형사 고소로 번졌다. 시공사 두산건설이 발주처인 라미드그룹과 ‘공사비 절감’을 명분으로 맺은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 계약이 불투명한 이윤 구조로 드러나면서다.

시행사 라미드관광주식회사(이하, 라미드관광)는 두산건설 임원 등 3인을 상대로 위법한 유치권 행사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형법 제314조)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방대한 계약서·공문·판례를 첨부한 고소 보충서를 추가 제출했다.

물리적 충돌

라미드관광 측은 “분쟁의 핵심이 공사대금 미지급 여부가 아닌, 금융 PF 구조하에서 명확히 정해진 지급 조건과 책임 준공 의무를 두산건설이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치권을 행사해 분양·임대·입주 업무를 물리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라미드관광과 두산건설은 2021년 8월30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0월26일 1차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두산건설·무궁화신탁·대주단과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특약사항 제35조에는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이 공사도급계약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효력순위 조항이 명시돼있다.

관리형토지신탁계약에 따르면 총공사비 439억원(부가세 별도) 중 90%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지급하되, 잔여 10%인 43억9000만원은 PF대출 원리금이 전액 상환되고 시공사의 책임 준공 의무가 면탈된 이후에만 지급하도록 규정돼있다.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PF대출 원리금 상환 이전까지 총 도급금액의 90%를 초과해 공사비를 수령할 수 없고, 증액된 공사비 역시 동일한 제한을 받는다. 라미드관광은 이 계약에 따라 이미 총 공사비의 90%에 해당하는 395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10%만을 계약에 따라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책임 준공 여부다. 계약상 두산건설은 최초 대출금 인출일로부터 36개월 이내인 2024년 10월28일까지 건축물을 책임 준공하고, 강남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임시사용승인 제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고소장에 첨부된 사용승인서에 따르면 실제 사용승인은 책임 준공 기한을 넘긴 2024년 11월22일에 이뤄졌다. 대주단인 화성새마을금고는 준공기한 도래 전인 2024년 10월24일, 두산건설에 책임 준공 미이행이 예상된다며 병존적 채무인수 사유 발생 예정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고소인 측은 이 시점에서 이미 두산건설은 관리형토지신탁계약과 대출약정서상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두산건설은 2025년 1월24일 ‘시설물인수인계 완료 알림’ 공문을 보내며 건물 인도를 통보했지만, 미분양 및 시행사 보유분 18세대의 열쇠는 전달하지 않았다. 이후 두산건설은 해당 세대와 상가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건물 곳곳에 유치권 행사 안내문을 부착해 분양 문의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것이 고소인의 주장이다.

라미드관광, 업무방해 혐의 고소
“책임 준공 의무 이행하지 않아”

특히 고소장에는 물리적 충돌 정황도 상세히 적시돼있다. 2025년 8월10일 오전, 아파트 1001호 임차인의 입주 당일 두산건설 CS센터장으로 근무 중인 피고소인 윤의로씨가 건물 출입문을 봉쇄하고 이삿짐 반입을 막아 112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출입문을 몸으로 막고 열어주지 않아 분양·임대·입주 업무가 심각하게 방해됐고, 고소인 직원과의 몸싸움까지 발생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라미드관광은 두산건설 측에 유치권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두산건설은 PF대출 약정 과정에서 대주단에 ‘시공권 및 유치권 포기각서’, ‘책임 준공 및 채무인수확약서’를 제출했고, 이 문서에는 책임 준공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대출 원리금이 전액 상환될 때까지 어떠한 사유로도 사업부지나 건물에 대해 유치권 등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고소인은 대법원 2018년 1월 24일 선고 판결을 인용해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는 경우, 그 효력은 계약 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미친다”고 밝혔다.

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례를 근거로, 유치권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을 막는 행위는 실제 업무방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위험만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며, 지시·공모한 임원 역시 공모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라미드관광은 “두산건설 대표이사 이정환, 개발영업팀장 박진영, CS센터장 윤의로를 공모·공동정범으로 특정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인 측은 수 개월간 지속된 유치권 행사로 분양·임대·입주·관리 업무가 전면 중단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신속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회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추가 증거자료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고소는 단순한 공사대금 분쟁을 넘어, 금융 PF 구조 속에서 시공사의 책임 준공 의무와 유치권 행사 한계를 형사적 문제로 판단해달라는 요구라는 점에서 향후 수사 결과와 사법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계산부터 하고” 분양·임대 마비
‘코스트앤피’ 불투명한 이윤 구조

한편, 두산건설은 2021년 8월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안 내용은 ‘공사비 총액 439억원 내 절감 가능, 코스트앤피 방식 적용’이었다. 이 방식은 시공사가 투입한 실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이는 구조로, 이론상 원가 투명성이 높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두산은 견적 당시 ‘적산업체를 통한 단가 검증과 도면 기반 내역 산출’을 강조했으나, 이후 공사 도중 “공사비가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200억원 추가 청구에 나섰다. 발주처가 보기에 이는 ‘계약 정신을 정면으로 뒤엎은 기망 행위’였다.

라미드관광은 당시 GS건설과 동양건설 대신 두산건설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공사비 절감’ 제안이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공사 진행 중 “코스트앤피 계산 결과 상한액을 넘는다”며 총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42% 증가분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미드관광 측은 “총액이 명시된 계약인데 증액을 주장한다면 그건 ‘절감형 공사’가 아니라 ‘무제한 청구형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법정 다툼을 넘어 현장 점유 문제로 번졌다. 두산건설은 2021년 10월 PF대출 기관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유치권을 한번 포기하면 효력이 소멸되며, 이후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동시에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재산에 가압류를 단행했다. 라미드그룹은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의 종합 리조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 두산건설은 ‘보타니끄 논현’ 근린시설 일부의 출입을 봉쇄, 입주민과 발주자의 열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치권 포기 후 점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보타니끄 입주민 상당수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다.

두산건설 측은 ‘보타니크 논현’과 관련해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며 책임을 다해 성실 준공을 완료했고, 수분양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계약을 한 수분양자 및 입주자분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사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미드가 주장하는 입주 방해는 사실과 다르다. 최초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됐지만, 시행사에서 계약 과정의 오류로 인해 일부 세대의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처분권한은 대주단에게 있어 시행사는 임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에서는 2세대를 무단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떠는 주민들


그러면서 “대주단 또한 무단 임대는 명백한 위반사항으로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될 예정으로 통보했고, 해당 세대는 정상적인 분양 세대가 아니기에 당사는 입주를 불허한 것으로, 정상적인 분양 세대들은 차질 없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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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