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청와대 노동자 속사정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01 10:57:23
  • 호수 15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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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는 집무실 닫히는 일터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닫혔던 청와대 문이 다시 열린다. 용산으로 옮겨갔던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복귀하기 위해 새로운 정부와 새 경비체계로 옛 공간을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재단을 통해 청와대 곳곳을 지켜왔던 노동자들의 일터는 정작 지도에서 지워지고 있다.

대통령실 앞에 선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은 ‘노동 배제’를 외치며 벼랑 끝에 몰린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고 있었다. 2022년 청와대를 개방하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후, 남겨진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 한 줄을 계약서에 받지 못한 채 휴직 상태에 머물렀다. 당장 이번 달에 집단 해고될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청 릴레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위기에 놓인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방침으로 미화·조경·안내·보안 등 업무를 수행해 온 간접 고용 노동자는 지난 7월 업무를 마무리하고, 이달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다. 노조는 청와대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대통령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3년간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이 청와대재단과 하도급 구조 아래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해 왔음에도 직접 고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8월 청와대 개방을 중단한 뒤 12월 계약 만료를 이유로 이들의 해고를 추진하는 것은 용역 근로자 보호 지침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재단이 용역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재하도급을 묵인하거나 친인척이 부당 입사하는 사례 등이 빈번히 발생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성균 공공운수노조 지부장은 대통령실이 두 달 넘도록 고용 승계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의 청소·경비·조경·안내 업무가 운영에 필수적인 만큼, 대통령실이 사용자로서 책임 있는 고용 보장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실행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200여명의 현장 노동자들은 혼란과 불안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미화직으로 근무하던 임동용 노동자는 “용역 회사가 근무 일정을 번복하며 노동자들이 강제휴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으며, 안내직으로 근무하던 정산호 노동자는 “노동자들이 청와대 복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고용 안정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특혜가 아닌 최소한의 고용 안정”이라며 정부와 청와대재단의 책임 있는 대응을 강조했다.

이전 앞두고 조용한 대통령실
200여명 휴직 상태…해고될 처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민간에 개방된 청와대는 관리에 돌입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청와대 관리 업무를 해오다가 문체부로 권한을 이관했다. 문화재청과 문체부를 전전하던 청와대 관리 소관은 갑작스레 재단 신설로 이어졌다.

2023년 문체부는 예산 330억원을 투입해 이듬해 비영리 법인인 ‘청와대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배경은 청와대 관리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서였다.


정부가 청와대를 문화예술 시설로 활용한다는 목적에 따라 개방해 문체부에 권한을 맡겼으나, 문체부 소관 공공기관은 청와대 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전문성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재단 신설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개방 146일 만에 200만명이 다녀갔다”던 청와대의 속사정은 달랐다. 청와대재단이 운영을 맡은 뒤 청와대의 시설관리·조경·미화·방호·관람 안내·홍보 등 주요 업무는 대부분 ‘외주화’됐다.

이후 시설 부실 관리와 임금체불 문제 등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청와대재단이 설립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은 지난 2023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재단의 불투명한 설립 과정의 근거로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무리한 대통령실 이전과 더불어 수백억원대 사업을 위탁받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여름까지 개방됐던 청와대의 낡고 닳은 하자가 그대로 방치됐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청와대재단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정부가 지난해 청와대 수리 명목으로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지만, 청와대 관리에 다단계 하청을 주면서 청와대재단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청와대재단이 해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작 책임을 물어야 할 창구는 사라진 실정이다. 문체부는 당초 2026년 예산 편성 조정 과정에서 청와대재단의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인건비 56억원만 유지하도록 확정했다. 청와대재단 해체 과정에 드는 제반 비용을 남긴 것이다.

유명무실 사라진 ‘청와대재단’
“실효적 고용 보장 대책 나와야”

이재명정부가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예산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약 250억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지난 2023년 3월 말부터 청와대 관리를 위임받았다가 지난 8월1일을 끝으로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공사에 착수했고, 기존 청와대 용역 노동자들은 휴업에 들어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위임 해제 이후 용역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 중이며, 법적으로 1년 단위 계약이라 올해 연말까지 계약을 유지할 것”이라며 “모두를 직고용하면 이상적이지만, 상당한 세금이 수반된다. 하도급법에 따를 뿐, 다수를 대상으로 한 직고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용역의 하도급 구조로 기존 인력에 대한 책임이 흐려진 상황에서 앞으로는 정부가 명확한 규정을 못 박거나 실효적 고용 보장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2017년부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본격 추진하며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시행했다. 다만 까다로운 공개 경쟁 채용 절차와 제한된 직접 고용 대상자 선정, 그리고 예산 미확보로 노동자 해고와 갈등을 낳은 실패 사례로 남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청와대 노동자는 정부의 직접적인 직원도, 용역업체의 정규직도 아닌 하청 노동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놓여있다. 실질적인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대통령실(원청)과 직접 교섭할 권리가 없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책임 외주화

과거 정부에서 용역업체를 통해 하청 노동자를 고용하던 구조는 정부와 관리 주체인 청와대재단이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력을 값싸게 조달하려 한 폐습의 결과라는 비판이다. 내년 3월 본격 시행되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노무사는 “이번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에게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대통령실)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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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