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외환죄 규명 불가능 결론 내막

여태 수박 겉만 핥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 개정으로 3차 연장이 가능해졌으나 핵심인 외환 의혹 규명은 미궁 속이다. 실체가 드러난 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뿐이다. 특검팀이 피의자 대다수에 외환죄가 아닌 이적죄를 적용한 이유로 해석된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수사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본래 지난달 기소하려 했지만 혐의 사실 등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노상원 수첩’에 관한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산더미다.

핵심은
빠졌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언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외환 의혹과 관련된 대상자들에 대해서 다음 주 중으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해 한국군이 평양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킨 작전이 북한을 자극해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고자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과 사전에 통모한 정황을 찾지 못했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외환 유치죄가 아닌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등의 수준에서도 성립되는 일반 이적죄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해 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했다고 판단한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특히 APEC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외환’ 관련 일정을 늦췄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 이적죄는 외환 유치죄와 달리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을 지시했고,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 추락하면서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불러 작전 실행 과정과 보고 경로를 파악했다. 조사 과정에서 작전 계획 단계인 지난해 6월, 군 지휘 계통이 아니었던 김 전 장관이 군 핵심 관계자 다수에게 비화폰으로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 규명 북풍은 빠져
윤 포함 다수 피의자 외환죄 아닌 이적죄 적용

특검팀은 지난 7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곳은 국방부와 드론사, 드론사 예하 백령도 부대, 국가안보실, 합동참모본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24곳이다.

특검팀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해 10~11월 총 10여회 대북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졌다”는 내부 보고서를 확보했다. 기존에 알려진 2~3회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 대대 외에도 연천 대대 등이 작전에 관여했다.

합참은 북한의 2022년 12월 무인기 용산 침투, 2023년 5~11월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 도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기 침투 작전을 세웠다.


한 군 관계자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직접 작전 계획 등을 보고했고, 국방부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교도관이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알리자 윤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조사에 응한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일부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수사 종료일은 이달 14일이지만 특검법 개정으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내달 14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특검팀은 내부적으로 기간 연장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여 전 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그가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 등 방첩사가 지난해 10~11월 진행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 통모
확인 실패

드론사 방첩부대는 지난해 6월4일, 무인기 작전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서 ‘상부 지시로 추정되는데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상부 지시가 아니라고 한다. 방첩사령관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령관은 이튿날인 6월5일 여 전 사령관에게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무인기 작전 전후 주요 시기마다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지난해 6월16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 전 사령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잇따라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9∼12월 김 전 사령관과 20여차례 통화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무인기 작전 시행일을 비롯해 주요 국면마다 양측 간 연락이 오갔다고 한다. 이른바 ‘V(대통령)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작성에 직접 관여했으며, 이를 보고했다는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정보사령부도 평양 작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여름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드론사에서도 비슷한 문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국과연 관계자는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해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며 “드론사에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정보사와 드론사가 국과연에 문의한 시기는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대통령실 보고용 ‘V(대통령) 보고서’를 기획 단계부터 작성하던 시기와 겹친다.

검증도
못했다

특검팀은 드론사가 지난해 6월 드론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한 기획팀을 만들고, 7월에는 V 보고서를 작성한 후 8월 이후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한다. 국과연은 해당 드론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드론사 내부에 무인기를 개발하는 별도의 부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전단통을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과연은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군 정보기관 연루 의혹도 오리무중
‘노상원 수첩’ 직접 증거 안 되나

노 전 사령관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건 해당 수첩과 거리가 멀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서 정치인 등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힌 점을 근거로 그가 폭동 행위와 별개로 계엄 상황에서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검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달에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북풍 공작’에 관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명단과 함께 ‘수거팀 구성’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거 대상 처리 방안으로는 ‘GOP(일반전초) 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이 적혔다.

특검팀은 대법원의 1997년 5·17 판례를 바탕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미 기소된 혐의와 별도로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폭동’을 국헌 문란의 수단으로 하는 내란죄와 ‘살인’을 수단으로 하는 내란목적살인죄를 구분하면서 특정 대상을 미리 지목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내란죄와 별도의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 내의 한정된 집단에 대한 살해 자체가 의도적으로 실행된 경우, 이런 살인 행위는 내란에 흡수될 수 없고 내란목적살인의 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특검팀은 이 판례를 근거로 노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으로 추정되는 인물 명단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적어뒀다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노 전 사령관 측은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이름을 살해 대상 명단으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거쳐 노 전 사령관의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워지는
수첩 명단

박 특검보는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됐다고 해서 바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라고 보긴 어렵다”며 “예비음모죄를 판단하려면 예비의 준비 행위라고 볼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인 목적이 있었는지 등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법적 판단은 (노상원 수첩을 비롯해) 여러 정황 등을 같이 검토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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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