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건희 집 매입한 강나연

41세 여성 사업가 무슨 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했던 ‘이태원 단독주택’의 새 주인이 나타나 화제다. 거래 금액은 무려 228억원. 그것도 전액 현금 지불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주택은 강나연 태화홀딩스 회장이 22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12일 잔금을 지급하며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다. 매매는 강 회장과 2014년생인 11살의 자녀 공동명의로 진행됐다. 지분은 강 회장과 자녀 각각 900분의 765(85%), 900분의 135(15%)씩 나눠 보유했으며, 거래는 근저당권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주택
대단한 가치

이 집이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삼성 일가는 대규모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다. 국세청은 이건희 전 회장의 유산에 대해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산정했으며, 삼성 일가는 이를 6년 동안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종 납부기한은 2026년 4월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는 금융자산과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일부도 처분해야 했다. 이태원 자택 역시 이 과정에서 매각 대상으로 포함됐다. 상속세 납부로 이 주택도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삼성 일가는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택은 오랫동안 삼성가의 상징적인 주택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이태원동 언덕에 자리한 단독주택으로, 대지면적은 1073㎡(약 325평)에 이른다.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 구조로 지어졌으며, 준공 연도는 1976년으로 기록돼있다.

일반적인 단독주택과 달리 두 동이 연결된 형태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A동은 건축면적 215㎡, 연면적 488㎡, B동은 건축면적 150㎡, 연면적 327㎡, 전체 연면적은 496.92㎡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택은 위치적 특성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다. 이태원 언덕은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구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삼성 일가의 다른 주택들과도 인접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집의 인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택이 있고, 리움미술관까지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흔히 ‘삼성 가족 타운’으로 불려왔다. 삼성 일가의 생활 거점이 밀집된 구역이라는 점이 이 집이 특별한 이유다.

이 건물의 소유권이 삼성가로 넘어온 것은 2010년이었다. 원래 소유주는 범삼성가 계열사였던 새한미디어였다. 같은 해 9월, 이건희 전 회장이 새한미디어로부터 82억8470만원에 매입하면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당시에도 상당한 거래 금액이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0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이 주택은 95억2000만원으로 책정돼 전국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이라는 명칭이 꾸준히 따라다녔다.

이태원 호화 주택 228억 매입
‘삼성가족타운’ 한복판 입성

2010년대 중반을 거치며 공시가격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2015년 무렵에는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공시가격이 154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주택이 매물로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매물로 나왔을 때 희망가는 약 21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시가격과 비교했을 때 약 60억원이 높은 수준이었다. 면적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당 약 6500만원에 달하는 값이었다. 이 같은 가격 때문인지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삼성 일가는 공동명의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0년 10월 이건희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상속 절차가 진행되면서 지분은 네 사람 몫으로 나눠졌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9분의 3, 세 자녀인 이재용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을 상속받았다.

계속해서 거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이 집을 누가, 언제 매수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보통 주택 거래가 성사될 경우 공시가보다 높은 금액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공시가격이 매년 오르는 가운데, 해당 주택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전국 단독주택 가운데 최고가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다가 드디어 주인이 나타났다. 이번 228억원이라는 매각 금액은 공시가격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매물로 나왔던 210억원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평당 단가 역시 2010년 약 2500만원에서 2025년 7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상당히 드문 수준의 상승폭이다. 2010년 82억원에 매입한 주택이 15년 만에 228억원에 매각되면서 약 145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공시가격 변동만 따져봐도 이 집의 가치가 얼마나 꾸준히 상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95억2000만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154억6000만원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공시가는 150억원대 이상을 유지했다. 매물가와 실제 거래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인 228억원에 이뤄졌으니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228억원을 현금으로 낼 정도의 재력가인 강나연 회장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1984년생인 강 회장은 올해 41세로, 젊은 나이에 국내 자원 트레이딩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여성 CEO다. 충청남도 금산과 연고가 있으며, 외조부는 지역에서 활동했던 길기상 박사로 알려져 있다.

성장 과정에서 일찍 해외 유학길에 올랐고, 영국 코밤홀스쿨을 거쳐 런던의 리젠트 비즈니스 스쿨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 시절 습득한 글로벌 감각과 언어 능력이 사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어와 불어는 물론 러시아어에도 능통하다는 점은 특히 러시아 자원 시장 거래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강 회장은 프랑스인 배우자 니콜라 셰노와 가정을 꾸렸고, 현재 슬하에 11세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 부자
젊은 CEO

강 회장이 2013년 창업한 태화홀딩스는 에너지·철강 원자재를 다루는 트레이딩 전문 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러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석탄·펫코크·합금철 등을 들여와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불과 10명 남짓한 소규모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매출 규모는 이미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2022년 2733억원, 2023년 3376억원, 2024년 4055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이 크게 늘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 속에서도 매출 곡선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초고효율 무역 구조”라고 평가했다.

주요 거래처 역시 국내 대표적 대기업들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그리고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이 태화홀딩스의 주요 고객사로 꼽힌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회사는 꾸준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트레이딩 업계는 환율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에 취약한 구조지만, 태화홀딩스는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강 회장은 언어 능력과 국제 감각을 무기로 직접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러시아 원자재 시장과의 거래 확대에는 러시아어 구사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강 회장이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활동은 ‘인천 F1 그랑프리’ 유치다. F1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힌다. 매년 20여개국을 돌며 개최되고, 전 세계 250여개 방송국에서 중계가 이뤄진다. 경기마다 수십만명이 현장을 찾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과거 전남 영암에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열렸지만, 교통 문제와 숙박 인프라 부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서 F1은 자취를 감췄다. 이런 상황에서 강 회장이 다시 F1 유치전에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가 F1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가족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인 남편 니콜라 셰노의 집안은 모터 스포츠 분야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시아버지 고(故) 앙리 셰노는 생전 F1팀 구단주였던 플라비오 브리아토레와 가까운 사이였고, 이 인연을 통해 강 회장 역시 F1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강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대형 이벤트는 이미 2030년대 중반까지 개최지가 확정돼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세계적 이벤트는 F1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F1을 인천에서 열어 국익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처럼 메인 이벤트 공백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F1을 이르면 2026년 또는 2027년 인천광역시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성장세
트레이딩 전문

강 회장이 유치 장소로 인천을 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세계적 접근성을 갖춘 도시다. 이미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5년 프레지던츠컵 골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도 있다. 대규모 이벤트를 치를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지역이라는 판단이었다.

특히 인천에서 추진되는 F1은 전용 서킷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도심 레이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장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도심을 배경으로 한 레이스는 그 자체로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모나코 같은 도시형 F1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강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첫 F1 그랑프리에는 3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고, 경제적 효과는 1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인천 역시 접근성과 인프라를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F1 유치에 강 회장이 앞장선 것은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는 F1 그룹과 인천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여러 차례 협의를 주선했다.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F1 그룹 CEO와 인천시 관계자들의 만남을 연결했고, 루이스 영 F1 프로모션 이사, 아르노 자펠리 드로모 CEO 등을 초청해 현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F1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국익과 연결되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화홀딩스의 수익과 직접 연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F1을 유치한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익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 스페인 등 여러 도시가 F1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과 관광 산업의 이해가 맞물려 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강 회장은 한국이 자동차 생산 세계 3위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자녀와 공동명의…전액 현금으로
화제의 ‘태화홀딩스’ 어떤 회사?

그는 “한국은 글로벌 3위 자동차 생산국이며, 자동차 산업 강국에서 국제 모터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나라에서 국제 모터스포츠인 F1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국가 위상을 드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강 회장은 F1 유치를 통해 인천의 도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한국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 활동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기업의 성장은 사회적 가치와 함께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의리’와 ‘정직’을 핵심 조직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 회장은 기업의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왔다. 창립 이후 경영 활동과 더불어 의료, 교육, 복지 등 여러 영역에서 꾸준히 기부와 후원을 이어왔다.

특히 국내 주요 의료기관에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23년 태화홀딩스는 서울대학교병원에 3억원을 기부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병원 발전기금으로 쓰였으며, 상당액은 저소득층 환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해당 기부는 당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됐으나, 이후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 주목받았다. 강 회장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듬해인 2024년 11월에는 서울아산병원에 총 3억원을 기부했다. 불우 환자 지원 기금 2억원과 병원 발전기금 1억원(소아치과 지원 5000만원 포함)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기부가 환자 치료와 병원 발전에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강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강 회장 또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육 분야에도 공헌했다. 2023년 12월,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한 ‘2023 인천 장학人의 밤’ 행사에서 태화홀딩스는 1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는 지역 장학사업 발전과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기부였다.

지난 8월에는 강 회장의 연고지인 충청남도 금산군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구체적으로 (재)금산교육사랑장학재단에 2000만원을, 금산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00만원을 기부하며 교육과 복지를 동시에 지원했다.

금산은 강 회장의 외조부인 길기상 박사의 고향으로, 이 같은 연고가 기부의 배경이 됐다. 금산군은 이번 기부금이 지역 내 교육 발전과 청소년 인재 육성, 복지 문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
선한 영향력

강 회장은 자연재해 상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충청남도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태화홀딩스는 피해 복구와 수재민 지원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충남도청을 통해 전달됐고, 수해 지역주민들의 생계 지원과 주거 복구 등에 쓰였다.

강 회장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을 보며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