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③공주 가가책방

5평 책방이 품은 오만가지 인생

첩간판도 사람도 없다. 불도 꺼져있다. 낡은 밥상 위에 적힌 ‘가가책방’을 보고서야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책방 문도 자물쇠로 잠겨있으니 ‘영업 중(OPEN)’ 공간이라는 것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가가책방은 손님이 직접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야 한다. 비밀번호를 알려면 책방 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그것부터 손님들에겐 진입 장벽이다. 문을 열고 입장했다 한들 남은 일이 많다. 모든 이용 방법은 스케치북에 적혀있다. 정독을 해야 가까스로 무인 책방 운영 방식을 알게 된다. 마치 상점을 오픈하고 마감하는 주인처럼 조명과 에어컨을 켜는 것부터 모두 손님 몫이다. 반전은 이런 불편 요소가 묘하게 재미있다는 거다. 찾아온 손님들은 이를 즐기는 듯했다. 메모지를 들추며 의도치 않게 감춰진 스위치를 찾아내는 것부터 잘 짜인 방탈출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반전

2019년 오픈 당시엔 지금의 분위기와 달리 방명록만 펼쳐져 있었다. 공주시에서 삼행시 이벤트를 한 계기로 엽서를 비치하면서 지금의 ‘메모서가’로 바뀌게 됐다. 손님이 남기고 간 메모를 들여다보는 일이 가가책방의 또 다른 독서다. 작은 메모지에 담긴 타인의 인생사가 구구절절 와닿고, 일러스트 못지않은 그림이 즐비하다. 마치 자서전의 한 챕터를 써 내려간 듯 자기 고백이 책방을 가득 채운다. 어떤 이는 주인 대신 ‘블루투스 연결법’을 상세하게 적어뒀다. 결국 가가책방의 모습은 다녀간 손님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몇 시간을 머물다 간들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 공간이니, 문을 여닫는 잠깐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용납된다. 문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지만, 이용은 24시간 가능하다. 지금의 운영 방식도 코로나19가 계기였다. 당시 책방지기가 어린아이를 돌봐야 했고, 5인 이상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는 규정이 맞물려 ‘무인 운영’으로 귀결된 것이다. ‘과연 책방 운영이 사람 없이 가능할까’라는 실험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고양이 이름이 가가여서 가가책방인가요?” 라는 메모를 보며 같은 궁금증이 일었다. 책방 앞에는 고양이집과 물그릇이 놓여있기 때문. 서동민 책방지기는 ‘가가호호’에서 상호를 떠올렸단다. 집처럼 어디나 있지만 사실은 유일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 생각해서 지었다. 그러고 보니 원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곳은 분명 주거지고, 여행객이 아닌 이들이 주인인 곳이었다. 가가책방 인테리어에도 ‘방’의 느낌을 담은 이유가 주거를 위한 공간이었음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오픈 당시에는 없던 5000원 입장료는 손님들의 권유에 생겼다. 손님들이 책을 구매하기도 그렇고 무료로 운영하다가는 공간이 사라질 것을 염려해 하나둘 의견을 낸 것이다. 그래서 단서가 붙어 있다. ‘좋았다면’ 입장료를 계좌로 내달라고 말한다. 초창기엔 책방열쇠 비밀번호를 물어온 10명 중 입장료 지불 인원이 1~2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비율이 압도적으로 올랐단다. 가끔 새벽 2~3시에 입금되는 경우도 있다. ‘좋았다’는 의미일 터. 머물다 보면 입장료를 지불할 의사가 생긴다. 아니어도 그뿐, ‘편하게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가가책방의 의도는 변하지 않는다.

불편 요소가 주는 반전 재미
신뢰로 운영되는 무인 책방

서동민 책방지기는 공주에서 버려지거나 뜯겨진 것, 못 쓰는 것을 일부러 모아 고쳐서 책방을 꾸몄다. 공주의 시간을 축적한다는 의미다. 간판을 만들지 않은 것도 찾는 사람만 올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거울 앞 풍금도 그렇다. 동네 카페에서 쓰던 골동품이었는데, 공간이 바뀌면서 바깥에 내놓은 걸 가지고 왔다. 손때 묻은 낡은 풍금에 왜인지 눈길이 갔다. 가가책방을 오픈하고 6개월 뒤 60대 여성분이 본인이 쓰던 풍금을 알아봤단다. 그 손님은 제자리에 놓인 것 같아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책 큐레이터였던 책방지기의 경력답게 가가책방을 가득 채운 서적들은 한눈에 봐도 고전문학, 인문학, 역사서 등 양서로 가득하다. 메모는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것만 치운다. 마스킹 테이프의 접착력은 같은데 어떤 것은 몇 년째 그대로인 것도 있다. 그 또한 메모의 운명이다.

주말엔 사람이 붐빌 때도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공주 여행에서 빼놓으면 안 될 장소가 됐기 때문. 서동민 책방지기는 말한다. “이미 가가책방은 제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생물처럼 자기 스스로 공생하는 곳, 저는 최소한의 관여만 할 뿐, 운영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손님이 많을 때면 모두가 편히 머물지 못하게 되어 고민되는 지점이긴 합니다.”라고. 가가책방을 ‘목적지’로 둔 손님들이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가가책방의 키워드는 불편함에서 어느새 사람에 대한 신뢰로 옮겨간다. 이곳에 CCTV가 없는 이유다. 오픈 후 한동안 손님들은 불편함을 개선하도록 ‘변화’를 요구했다. 자물쇠 대신 원격 도어락이나 인터넷을 설치해달라는 것. 하지만 지금은 입을 모아 변화를 반대한다. 오래도록 이 공간이 자생하도록 두는 것이 상생임을 어렴풋하게 알아서일까. 가가책방을 즐길 방법은 단 하나, 아무것도 기대하고 오지 말길 바란다. 불편함이란 단어에 불을 켜면, 어느새 마음속에 편함이 다가올 뿐이다. 나올 때 불은 꼭 끄고 나오길!

불편함


한 블록(10~20m)만 걸어 나가면 제민천변을 따라 ‘블루프린트북’ ‘느리게 책방’ 등 지역 책방 투어도 가능하다. 블루프린트북 역시 무인으로 운영되며 독서와 책 구매도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도서 구매 노트에 쓰인 저마다 다른 글씨에서도 색다른 감성이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가가책방 → 블루프린트북 → 나태주풀꽃문학관 → 공산성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가가책방 → 블루프린트북 → 나태주풀꽃문학관 → 공산성
-둘째 날 국립공주박물관 → 공주한옥마을 →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공주 문화관광 https://www.gongju.go.kr/tour/
-국립공주박물관 gongju.museum.go.kr
-나태주풀꽃문학관 http://www.gjliterary.org/
-블루프린트북 https://www.instagram.com/blueprint_book/
-공주한옥마을 https://www.gongju.go.kr/hanok/

문의 전화
-공주시 관광과 041)840-8381
-가가책방 010)9403-4982
-블루프린트북 0507)1363-6163
-느리게 책방 0507)1336-9807
-국립공주박물관 0507)1401-6300
-나태주풀꽃문학관 0507)1379-2708

대중교통
버스 서울-공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6회(06:45~ 23:35)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 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https://txbus.t-money.co.kr, 공주종합버스터미널 1666-8401 기차 용산역-공주역, KTX 하루 21회(05:08~21:18) 운행, 약 1시간 소요. 공주역 새터방면 200번 승차, 중학동(산성시장방면)하차 후 도보3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공주TG→공주 IC‘부여, 공주, 무령왕릉’방면 우회전→전막교차로‘공산성’방면 우회전→공산성회전교차로에서‘시청, 부여’방면 10시 방향→의료원삼거리에서‘중학동주민센터’방면 우회전→대통1길 방면 좌회전→‘당간지주길’방면 우회전→가가책방

숙박 정보
-공주하숙마을: 당간지주길 21, 041)852-4747, hasuk.gongju.go.kr
-공주한옥마을: 관광단지길, 041)881-2828
-호스텔정중동: 웅진로 145-9, 010)2369-0902

식당 정보
-곰골식당(생선구이): 공주시 봉황산1길, 041)855-6481
-진흥각(짬뽕): 공주시 감영길 20, 041)855-4458
-고가네칼국수(칼국수): 공주시 제민천3길 56, 041)856-6476
-중동오뎅집(군만두): 공주시 제민천3길 42, 041)855-4411

주변 볼거리
충청남도역사박물관, (구)공주읍사무소, 공주책공방북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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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