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②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고요 속에 머무는 쉼과 성찰의 공간

세상에 존재하는 여행지의 수만큼 여행을 떠나는 이유 또한 다양하다. 그중 일상에서 겪는 번민과 문명이 주는 소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여행자에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하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는 정답 같은 여행지다. 복잡하게 흐르는 세상에서 잠시 비켜나 스스로 선택한 고립의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낯설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곳의 경험은 여행자에게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기차역에서 왜관수도원까지는 걸어서 1 5분 거리다. 입구를 통과하자 구 왜관성당이 보였다. 1928년 왜관성당이 신부가 상주하는 본당으로 승격하면서 세운 성당 건물이다. 구 왜관성당은 한국전쟁 중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왜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수사들이 주요 공간으로 사용했다.

파이프 오르간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피정 프로그램은 대개 1박2일로 진행된다. ‘피정’이란 평소 생활하던 곳에서 잠시 떠나 성당 또는 수도원에 머물며 기도와 묵상으로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말한다. 왜관수도원은 2026년 상반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피정 프로그램을 준비해놓았다. 연말에는 성탄 전례 피정과 해맞이 피정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수도원 대성전에서 수사들도 참여하는 아침기도와 낮 기도, 저녁 기도, 끝 기도 등에 함께할 수 있다.

대성전에서 진행되는 미사와 기도 시간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들을 기회다. 대성전은 2009년 완공했는데 이때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에 소속된 유럽과 미국의 수도원이 파이프 오르간을 기증했다. 최고 높이가 9m에 무게가 10톤에 달하는 대형 파이프 오르간으로 제작 기간만 1년이 넘게 걸렸다. 2010년 조립과 조율 작업까지 마친 후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소리로 대성전 공간을 채우고 있다.

대성전 제대 위쪽으로 걸린 ‘평화의 십자가’ 또한 왜관수도원의 상징과도 같다. 십자가 뒤에 부착한 북한과 독일,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져온 돌들은 세계 평화를 의미한다. 왜관수도원에 있던 나무와 2007년 화재 사건 당시 수습한 대들보로 제작했다. 문화영성센터는 정갈하고 맛이 좋은 식사로도 유명한데 특히 아침 식사 때 나오는 왜관수도원 수사들이 직접 만든 소시지가 인기다.


문화영성센터에는 프로그램 중간 혼자 머물며 묵상과 기도를 하기에 좋은 장소가 많다. 1층 로비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복도가 나온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마당은 2025년 말 왜관수도원에서 생활하다 세상을 뜬 수사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복도 끝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예배실인 경당이 나온다. 제단 뒤쪽 벽에는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듯 작은 사각형 창 열두 개가 뚫려 있고 오른쪽에는 십자가 고상을 걸어두었다. 문화영성센터에서 하루를 지내보면 시간에 따라 빛의 각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늦은 오후 경당에 앉아 있으면 길게 드리운 빛이 제단 뒤에 걸어둔 고상 주변을 집중해 비추는 장면이 보인다.

여행자에게 고요한 위로를

1층 로비 엘리베이터와 마주한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정원에 들어선다. ‘하늘정원’이다. 이곳에도 늦은 오후에 햇살이 그림을 그리는 듯한 빛이 드리운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이 창문에 부딪힌 후 다시 벽면으로 반사되는 모습이 매우 근사하다. 빛은 ‘성 베네딕도의 계단’을 따라 자연스럽게 2층으로 이끈다. 2, 3, 4층에는 각각 서쪽으로 짧은 통로를 연결해두었는데 끝에는 1~3명 정도 들어갈 만한 작은 기도소가 하나씩 있다. 마음 깊은 곳까지 비추는 빛을 받으며 잠시 머물기 좋은 장소다.

2층 하늘다리를 지나면 마오로관으로 건너갈 수 있다. 강의실로 쓰는 구상·구대준홀이 있는 곳이다. 한때 기숙사로 썼던 건물인데 문화영성센터를 건립하면서 승효상 건축가가 마오로관 내부 리모델링도 함께 진행했다. 구상·구대준홀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면 명상실이 나온다. 벽에 십자가 고상 하나를 걸어두고 가운데에 작은 책상만 둔 널찍한 방이다. 문화영성센터 4층에서 다리를 건너면 하늘성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 1층에서 복도로 내려가 들어가던 경당의 지붕에 해당하는 위치다. 십자가가 꽂힌 첨탑 내부에도 빛이 들어오는 작은 창 여러 개를 뚫어놓았다. 옥상 형태의 하늘성당에서는 칠곡군과 왜관역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 외에 경당으로 내려가는 복도 중간에 있는 대회의실도 한 번쯤 들를 만하다. 신자 한 명이 오랫동안 수집한 망치를 수도원에 기증했는데, 이 수많은 망치들로 벽면을 꾸며놓았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기본 신념인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를 잘 표현한 곳이다. 대성전 앞에 있는 성물방도 피정 참여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아침 식사 때 나오는 소시지는 물론 가톨릭 성물들을 구입할 수 있다. 2층은 카페 겸 갤러리 공간이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은 1909년 서울 혜화동에서 처음 건립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남자 수도사들로만 구성된 수도원이었다. 이후 몇 차례 자리를 옮기다 한국전쟁 와중에 현재의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정착했다. 1964년에는 한국 가톨릭 최초로 이 수도원에 ‘피정의 집’이 개원했다. 다시 60년이 지난 2024년에는 ‘문화영성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새 피정 공간이 문을 열었다. 승효상 건축가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자신을 살피고 싶어 수도원을 찾는 이들에게 넉넉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피정은 대개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활동을 말하지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도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칠곡평화분수→구상문학관→가실성당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날 신나무골성지→해은고택→구왜관터널→신유장군유적지
-둘째날 왜관시장→구상문학관→담장너머 책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칠곡군 문화관광 https://www.chilgok.go.kr/tour/main.do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http://osb.or.kr

문의 전화
-칠곡군 문화관광과 054)979-6088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054)970-2000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 010)6791-0071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에서 왜관역까지 05:54부터 하루 10~15회 ITX새마을 또는 무궁화 운행, 마지막 기차는 19:25, 3시간12분~3시간55분 소요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남구미IC에서‘대구’방면으로 왼쪽 방향 261m→왜관IC에서‘왜관, 성주’방면으로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 14㎞→왜관톨게이트 542m→왜관IC에서‘왜관’방면으로 오른쪽 방향 161m→오른쪽 4시 방향 2.8㎞→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숙박 정보
-국립칠곡숲체원: 경북 칠곡군 석적읍 유학로 532 국립칠곡숲체원, 054)977-8773, https://www.sooperang.or.kr/indvz/main.do?hmpgId=FA00003
-센트로관광호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중앙로 152-3, 054)972-2777, http://www.centroho tel.co.kr
-남계137: 경북 칠곡군 약목면 남평로 613-40, 010)5412-7051

식당 정보
-청정칼국수(바지락칼국수, 들깨칼국수, 만두): 칠곡군 왜관읍 중앙로 149, 054)977-3228
-장금이식당(갈치정식, 옻닭, 청국장): 경북 칠곡군 왜관읍 2번도로길 22-5, 054)975-8204
-한돈 고깃집 왜관(생삼겹살, 생목살, 돼지갈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자조1길 27 1층, 054)977-2018

주변 볼거리
칠곡 왜관철교, 칠곡 송림사, 칠곡 매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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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