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30일, 서로를 향해 ‘하남자’와 ‘하수인’이라고 지칭하며, 지난 10일 ‘하남자’ 논쟁에 이어 2라운드 공방을 벌였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특검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고 호들갑을 떨었다”며 “특검은 안 의원이 내란 특검법에 찬성한 유일한 (당시) 여당 의원이라 연락한 것이라 밝혔다”고 썼다.
이어 “위헌 요소로 가득한 특검법에 홀로 찬성표를 던지고, 이후에는 동지들을 ‘인적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절벽 끝에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안 후보”라며 “특검의 본질이 정치 보복임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나는 빼고’식으로 당과 동지들을 희생시켰다면 비열함”이라고 안 의원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스스로 만든 상황 속에서 마치 희생자인 양 비장미를 연출하는 모습에 ‘여의도 대표 하남자’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님을 다시금 느낀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이에 안 의원은 2022년 7월 권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른바 ‘체리 따봉’ 사진을 올리며 권 의원이 “하수인”이라고 곧장 맞받았다.
당시 채팅창에는 윤 전 대통령이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이준석 당시 당 대표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
권 의원은 여기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윤 전 대통령은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권 의원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맡았을 당시 인적 쇄신을 외치면서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안 의원을 향해 “이런 ‘하남자 리더십’으로는 우리 당의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왜 이토록 끝없는 하한가 늪에 빠져 있는 지 짐작이 가는 공방이 아닐 수 없다.
하남자는 상남자의 반대 개념으로, 주로 소극적이고 겁이 많거나 남성적 매력이 부족한 남성을 풍자적으로 지칭하는 신조어고, 하수인은 남의 밑에서 졸개 노릇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바로 국민의힘이 비상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면서 하남자와 하수인이 많았기 때문에 정권을 내줬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하남자와 하수인이 싸우면서 지지율이 떨어져 하한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 발표 시 대부분 국민의힘 의원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는 하남자였고, 비상계엄 해제를 방어하는 지도부는 하수인이었다.
탄핵 국면에서도 애매한 입장을 보이며 탄핵을 찬성한 하남자와 무조건 탄핵을 반대한 하수인이 많았기 때문에 집권여당의 정체성을 잃고 탄핵을 막지 못했다.
6·3 대선 때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마지막 하남자 후보와 하수인 후보가 붙어 하남자 후보가 최종 대선후보가 됐지만, 대선 과정에서 당내 하남자 세력과 하수인 세력이 하나되지 못해 대패하고 말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부분 국회의원이 상남자 스타일이고, 자발적이어서 비상계엄 해제, 탄핵 찬성, 대선 승리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권 의원과 안 의원의 하남자·하수인 공방은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 이 두 부류에 포함돼있어 국민의힘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정당이 정권을 잡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면 차라리 전 의원이 하남자보다 하수인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수인이 많으면 이유야 어떻든 하나로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이 안 의원을 향해 하남자라고 공격할 때 안의원이 “나는 하남자가 아닌 상남자”라고 반격했어야 했다. 반격 없이 권 의원을 하수인으로 공격했다는 건 어떤 면에선 하남자를 스스로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최근 국민의힘은 하수인보다 하남자가 더 많아졌다. 기존 구심점이 약해졌기 때문에 하수인은 줄고, 전당대회에서 당선될 새 대표에 줄을 서야 해서 하남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당권을 잡기 위해 하남자와 하수인이 서로 싸우면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당에 하남자와 하수인이 많으면 그 정당은 발전할 수 없고, 국민적 선택을 받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하남자와 하수인을 없애는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