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수양딸 사기사건 풀스토리

탈북자 돕자더니…야금야금 30억 ‘꿀꺽’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수양딸 김모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미군기지 내 투자 사업을 빌미로 지인들에게 투자금을 받은 후 사업을 무기한 지연시키는 등 총 30억대의 사기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찰조사에서 드러난 피해금일 뿐 실제로는 100억대에 이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0일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2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그의 얼굴에 먹칠한 수양딸 김모씨의 뻔뻔한 사기사건이 드러났다. 김씨는 2009년부터 지인 윤모씨와 합심해 3년간 개인 사업가 3명에게 8차례 걸쳐 총 3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은 후 사업을 무기한 지연시키는 사기행각을 벌였다. 피해자 가운데 1명은 투자자 7∼8명이 100억대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인 끌어들여
계획적 사기행각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황 전 비서의 생존 당시 피해자 차모씨 등 3명으로부터 각각 21억원·5억원·6억원을 가로챘다. 김씨는 재력가 3명에게 용산 미군기지 내 육류납품, 고철처리, 매점운영 등 각종 용역 사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데 이어 미국으로부터 미군기지 내 100여 개에 달하는 거대 수익사업을 탈북자 사업을 위해 위탁받았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투자자금 횡령을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꾀어내기 위해 언급한 녹취록을 피해자들 중 1명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기행각에 대한 증거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황 전 비서의 수양딸이라는 점과 미 8군 중장 비서를 사칭한 모 중년여성이 사업을 보증하자 신뢰를 갖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3명 가운데 2명은 과거 황 전 비서의 강연을 듣고 줄곧 존경심을 가졌던 사업가들이었고, 나머지 1명은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의 직원이 소개한 사람이었다. 김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재력가 3명은 김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 마음 놓고 투자했지만 김씨 등의 사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미군부대에 찾아가 사업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씨 일행의 계획적인 사기행각이 탄로 났다.


미군 사업 빌미로 투자금 32억원 가로챈 혐의
투자자 100억원 피해 주장…수사 확대 불가피

경찰은 이번 사건을 황 전 비서의 대외적 신뢰와 지명도를 이용,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운 집단 사기극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황장엽이란 이름만 보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 황 전 비서가 생전에 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 8군 중장 비서를 사칭 했던 중년여성도 미 육군 범죄수사대 조사 결과 미군 부대에서 일한 적도 없는 여성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투자금은 김씨 아들의 법무법인 계좌와 미 8군 중장 비서를 사칭한 공범의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항간에서는 김씨가 회사를 아들 명의로 신청한 것은 엄연히 탈북자를 위한 사업인데 황장엽 수양딸이 직접 사업을 하면 외부에서 좋지 않은 눈초리로 보는 게 뻔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공범 윤씨는 김씨와 10년 지기로 알려져 있으며 김씨의 사건이 보도되기 전 이미 어디론가 잠적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며 단지 지연되고 있을 뿐 사기는 아니다”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해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경찰의 지속된 추궁 끝에 김씨가 실체 불분명한 유령사업을 진행했던 사실이 낱낱이 드러난 것. 김씨의 얄팍한 변명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처럼 날아가 버렸다.

결국 김씨는 지난 17일 차씨 등 3명에게 투자를 권유, 3년간 3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남부지법 박강준 영장전담판사는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누구?
신분 설왕설래

그렇다면 김씨는 누구일까.
김씨는 1997년 황 전 비서의 망명을 중개했다. 이후 황 전 비서가 별세한 2010년 10월까지 무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황 전 비서의 곁을 지킨 유일한 법적 가족이다. 워낙 베일에 싸여진 인물이라 항간에서는 김씨를 두고 ‘김철호 전 명성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다’ ‘북파공작원이다’등 말들이 많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김씨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장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정보기관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난 단지 기독교인으로서 북한 선교의 사명을 갖고 활동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모교에서 영문과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황 전 비서가 망명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당시엔 김 전 대통령에게 황 전 비서의 친서를 수차례 전달하며 중개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씨와 황 전 비서와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95년 중국 신양에서 처음 대면했을 즈음이다. 김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황 전 비서가 자신을 처음 본 후 ‘남한에 이렇게 정직한 여자가 있느냐’고 언급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김씨는 1998년 12월 황 전 비서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아버지와 딸’보다는 ‘동지’에 더 가까웠다. 김씨는 황 전 비서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황 전 비서의 안전가옥에도 자주 들렀다. 둘은 인연을 맺은 후 사소한 것부터 기밀적인 부분까지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피보다 진한 교감을 했다.

특히 황 전 비서는 망명 이후 김씨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기 전까지 “내가 심리적 안정이 안 되니 부녀의 연을 맺자. 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것이 내게 안정을 준다”며 간곡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신뢰와 애착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황장엽 이름만 믿고 거액 베팅”
철저한 사전 계획 세운  사기극

일각에선 황 전 비서의 망명 중개를 시작으로 세상을 등지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꿋꿋하게 곁을 지킨 김씨에 대해 ‘황 전 비서가 남긴 거액의 유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김씨에 대한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지만 측근들은 황 전 비서가 타계한 직후까지도 김씨를 대가 없이 황 전 비서의 곁을 지켜왔던 지고지순한 수양딸로 인식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황 전 비서의 별세 직후 두 얼굴을 드러냈다. “아버지의 재산을 돌려달라”며 살아생전 황 전 비서의 의식주 문제 등을 돌본 엄모씨를 상대로 9억원대의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

김씨는 소장에서 “황 전 비서는 지난 2001년 10억여원이 들어있던 자신의 통장을 해지했고 그 중 9억원을 엄씨에게 전달했다. 황 전 비서로부터 9억원을 건네받은 엄씨는 그 돈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황 전 비서가 남한의 경제사정에 어두웠던 점, 사회적 지위나 인지도 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대상자로 섣불리 나서기 곤란한 입장이었던 점을 미루어 자신을 돌봐준 엄씨에게 대신 계약을 체결하도록 맡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부동산 구입당시 엄씨는 매매대금을 지불할 만한 능력을 갖지 못했다. 수상한 것은 엄씨가 계약한 해당 부동산의 잔금 지급 하루 전에 9억원이 들어있는 황 전 비서의 예금계좌 2개가 해약된 점이다. 평소 큰돈을 사용하지 않던 아버지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엄씨 측에 거액을 지급한 것이 분명하다”며 “구입한 부동산의 소유권은 엄씨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매매대금은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이므로 엄씨 명의로 돼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토지와 건물의 실소유자는 아버지”라고 강조했다.

숨겨왔던 욕망
드디어 드러내

그런데 이 소송에서 제기된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엄씨가 그토록 황 전 비서 곁을 오랫동안 지켰으며 ‘둘이 과연 아무 사이도 아니었을까’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수양딸인 김씨보다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떠돌면서 각종 매체는 숱한 취재 끝에 엄씨가 황 전 비서의 사실혼 관계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황 전 비서보다 38세 연하인 엄씨는 측근에서 그를 돌보며 사실상 황 전 비서의 비서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수년간 같이 생활했던 엄씨와 황 전 비서 사이에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아들은 아버지인 황 전 비서를 쏙 빼닮아 평소 황 전 비서가 늦둥이 아들 엄군을 무척 귀여워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엄씨는 입국 후 국가정보원 측이 추천한 비서 후보들 가운데 황 전 비서가 직접 선택한 여성으로 현재 아들과 함께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황 전 비서의 호적에는 황 전 비서의 부인과 아들이 올라있지 않아 아들의 성은 ‘황’이 아니라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1997년 망명 중개…이듬해 호적에 입적
사실혼 부인에 작고 후 9억대 재산 소송

황 전 비서가 사망하기 전 자신의 재산을 수양딸 김씨에게 상속하고 그 중 일부를 엄씨와 그의 아들에게 분배할 것을 부탁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엄씨 측근은 한 언론에 “황 전 비서의 상속인은 수양딸이다. 황 전 비서는 사후 자신의 재산을 일단 수양딸에게 넘긴 뒤, 자신의 어린 아들과 부인에게 분배토록 약정서 같은 것을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언론에서는 황 전 비서가 남긴 상당한 유산으로 인한 수양딸과 사실혼 관계의 부인 간 분쟁 가능성도 제기했다. 황 전 비서의 사망 장소인 안전가옥이 국가재산이 아닌 개인소유지라는 말도 나왔기 때문에 재산싸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남한에 남겨진 가족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황 전 비서의 스캔들에 대해선 “국정원 내 안가에서는 모든 게 통제가 된다. 24시간 관리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어른의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악의적으로 유포한 것이다. 만약 아들이 정말 있다면 우리에게는 돌볼 책임이 있다. 어른을 부검할 때 구강 내 점막을 떼어놓았다. 언제라도 유전자 감식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4월 엄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결국 김씨가 엄씨와 그의 아들의 존재를 끝까지 부인한 진짜 이유는 ‘황장엽 체면 세워주기’가 아닌 ‘거액 유산 혼자 먹기’가 된 셈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황 전 비서가 엄씨에게 토지를 명의신탁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사실상 부부로 지낸 엄씨에게 재산을 증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남의 것 탐하다
망신살 뻗쳐


엄씨를 상대로 낸 9억원대 재산반환 소송과 아버지의 이름값을 빌려 재력가들을 상대로 벌인 30억대 사기행각. 분수에 맞지 않는 끝없는 욕심이 결국 파국을 불러왔다.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오랜 시간동안 고인을 모셔왔다고 자부한 김씨는 돈 한 푼 없이 청렴결백하게 살아온 아버지를 함부로 모함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쇠고랑을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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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