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단일화 위한 '문안드림' 秘 프로젝트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24 11: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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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 살 내어주고 박근혜의 뼈 취한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민주통합당의 거친 구애공세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검증에도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반면 추석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뒤늦은 검증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 시점에서 안 후보를 향한 문 후보의 구애공세는 의미도 없을뿐더러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문 후보는 현재 어떤 의중을 가지고 있을까? 그 속내를 <일요시사>가 살짝 엿보았다.

추석 이후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주간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석 직후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10월 둘째 주엔 박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호남, 안철수 절대 강세
난공불락이던 박근혜 정체

10월 셋째 주 안 후보는 다시 상향 세를 탔다. 안 후보가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문 후보는 마지막 결선에서 박 후보를 누르기 위해 안 후보와의 중반레이스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이대로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호남 지역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뷰가 지난 10월 9일 ~14일 6일간에 걸쳐 실시한 지역별 조사결과에 의하면, 안 후보는 광주·전남·전북에서 80.4%라는 강세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전략적 선거를 하는 호남에서 안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문 후보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 후보가 수도권에서 54.1%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도 문 후보를 압박한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선다 하더라도 이러한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게 더욱 큰 문제다. 혹이라도 지지율을 그만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대선 패배의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게 되는 것.

자칫하다간 지는 게임에 욕심 부리다 판을 망친 인사로 전락해 ‘역사의 죄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문 후보로선 섣불리 행동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도무지 뒷감당이 안 되는 계산이다.

이러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검증을 거친 후라는 것도 문 후보와 민주당을 주춤하게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안 후보를 겨냥해 단일화 압박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무리라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

추석 이후 오르던 지지율 하락세 보이자 입당요구 자제
후보단일화 이슈로 본선 맞장상대인 박근혜 저지 노려

게다가 웬만한 악재에도 강한 결집력을 보이던 박 후보의 지지율 정체도 민주당이 섣불리 안 후보를 당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민주당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리면서 박 후보에게 치명타를 날렸다. 그동안 정수장학회 문제는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형국으로 설령 거론되더라도 보수층 결집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과 <부산일보> 매각과 관련한 최필립 이사장과 MBC 관계자들의 대화록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계기로 정수장학회가 대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없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으로선 박 후보를 끌어내리고 안 후보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 후보의 시선은 바깥에 머물고 있어 민주당과 문 후보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단일화는 요원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안 후보의 상승세 회복은 호남지역 방문 효과"라며 "강력한 재벌개혁중심 경제민주화 정책공약 발표가 국민에게 시대적 과제에 대한 통찰력과 결단력을 보여 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쇄신 난항"
"돌직구 던져 달라"

그리고 "현실감과 진정성이 돋보인 현장 위주 방문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문 후보에 대해서는 "특단의 변수가 없는 한 상승 국면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안 후보가 단일화 조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쇄신’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슈를 덮을 만큼의 악재가 단일화 과정에서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문 후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 논쟁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아 박 후보를 견제하고, 한편으로는 안 후보와의 물밑접촉을 통해 손을 잡을 수도 있다.

문 후보가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인 단일화를 연출해 정권교체의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도 문 후보의 움직임은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민주당의 쇄신보다 안 후보의 입당을 더욱 강조하던 문 후보였다.


그런 그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에 걸쳐 ‘민주당에 돌직구를 던져주십시오’라는 주제로 정치혁신 국민대토론회를 열며 적극적인 쇄신 움직임을 보였다.

첫날에는 국민의 전반적인 정치 불신 원인을 진단하고, 민주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냈다. 이튿날에는 구체적인 정치혁신, 권력구조, 정당·선거제도 개혁 등의 해법을 토론하고 논의하며 시민과 함께 고민했다.

마지막 날에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그동안 있었던 국민의 정치혁신 요구를 함께 담아내는 시간을 가졌다.

문 후보 캠프 측은 "시민과 정치를 매개하는 플랫폼인 문재인 시민캠프가 시민들과 함께 정치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정치'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간 안 후보의 쇄신요구에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문 후보가 화답이라도 하듯 공개적으로 적극적인 쇄신의지를 드러낸 것은 눈에 띄는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지난 14일 안 후보에 정치혁신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자며 제안하고 나서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구상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문 후보의 제안을 평가하기도 했다.


'중재자' 조국 교수의 혁신 제안 수용
'공동정부론'으로 '안'에 적극 구애 공세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해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는 최근 조국 교수가 제안한 3단계 방안이 매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하고 이를 수용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수순에 대해 '정치혁신위 공동구성→공동 정강정책 확립→세력관계 조율' 등 3단계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진 대변인은 또한 "조 교수 제안처럼 공동위원회는 양쪽 동수로 위원을 추천하고 그 위원장은 조 교수와 합의해서 선임하자"며 "안 후보 측이 지금 당장 후보단일화 논의가 다소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단일화 전제 없이 정치혁신을 위한 공동의 실천방안으로 정치혁신위를 구성해도 좋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전날 "민주당에 들어와 경쟁하는 것이 가장 쉬운 단일화 방법"이라며 안 후보에게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발언이었다.

한 관계자는 문 후보의 이같은 태도변화를 "단일화를 전제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혁신을 안 후보에게 제안한 것은 그동안의 일방적 입당 요구가 대선 국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문 후보 캠프는 당초 캠프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동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 후보의 답변이 나오기 전까지 캠프 차원의 위원회 설치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안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는 낮아지거나 일시정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의 전향적 태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안 후보가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을 통해 대통령 권한 축소와 정당 공천권 포기,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3대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하자 문 후보 측이 적극적인 공감대를 보인 것이다.

"머리 맞대고 논의하자"
박지원은 단일화 내세워

진 대변인은 지난 18일 "안 후보의 말씀은 문 후보가 후보로 확정되면서 수락연설에서 이미 천명했던 바와 맥락이 같다"며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해 가고, 정치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당에서도,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도 (정치개혁과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화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있는 것"이라며 "3자 대결론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한발 물러나는 듯하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우선 안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입당 요구는 사실상 중단했다. 하지만 문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 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문 후보에게는 정당과 단일화보다는 쇄신을 외치며 안 후보와 박자를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쇄신보다는 아직 정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대신 박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껏 높였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충청북도 지역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따지며 박 후보를 정조준했다.

문 후보는 "정치생명을 걸고 세종시를 지켰다"며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공을 자신에게 돌린 박 후보를 향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후퇴시킨 공동책임자인 박 후보는 숟가락만 올리고 자신이 세종시를 지켰다고 한다. 이는 충청도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박 후보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총선공약집에도 균형발전 항목 자체가 없다"며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아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전 중반 전략 수정
계획된 시나리오였나?

정치권에서는 선거전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대한 총구를 거두고, 박 후보를 조준하기로 전략수정을 한 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단 적군인지 아군인지 찔러보기를 통해 안 후보의 의중을 확인한 다음 2단계 전략인 박 후보 공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로선 안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뺀 나머지는 모두 내어주고 박 후보와의 정면대결에서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일대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하지만 이를 안 후보가 순순히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돌아선 문 후보의 전략이 과연 안 후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정치권과 국민들의 시선은 온통 두 사람의 행보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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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