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돈으로?’ OK금융그룹의 고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10 11:58:40
  • 호수 1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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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일본 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Original Korean’의 앞 글자를 딴 OK금융그룹을 일본계 기업이 장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표면상 그룹 지주사인 OK홀딩스대부의 최대주주는 재일교포 3세인 최윤 회장이지만, 실제 최대 출자자는 일본 대부업체 J&K캐피탈이 지분 99%를 소유한 OK넥스트로 드러났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 출자금(보통주와 우선주 포함)의 80%가량과 차입 부채 대부분을 대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출자금 7274억원 가운데 5800억6000만원으로 79.7%를 차지한다. 더욱이 J&K캐피탈이 OK넥스트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어, OK금융그룹이 일본 기업의 지배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채 큰손

과거 IMF위기 이후 일본계 유입 자금은 국내 사채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시 최고 월 15%(연 180%)의 초고금리인 일본계 자금은 일본 야쿠자 등의 ‘검은돈’이라는 의혹을 뒤로한 채 빚더미에 앉은 개인들을 상대로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금융 당국에서도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사채시장이 기업은 물론, 신용 상태가 불량한 개인에게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계 자금이 사채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계 자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한 직접투자 자금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자금은 검은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밝혀낼 방법이 없고 밝혀낼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악마의 돈이라도 쓰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외자 유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투기성 자금에 대한 사후관리는 강화하되 자금 성격은 따지지 않았다. OK그룹은 일본산 검은돈의 의혹을 벗은 토종 기업이라는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현재 OK홀딩스대부의 보통주만 보면 최윤 회장이 5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OK넥스트가 가진 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된다면 지배구조는 크게 바뀔 수 있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 출자금 대부분을 전환우선주 형태로 댔으며, 그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OK넥스트는 OK홀딩스대부의 전환우선주 48만1535주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30일 만기가 돌아오는 1차 전환우선주 37만5000주를 OK넥스트가 보통주로 전환한다면, OK넥스트는 보통주 1851만5625주를 추가로 확보한다. 이를 기존 보유 보통주 712만4353주와 합치면 모두 2563만9978주가 된다. 이는 전체 보통주(3621만 618주)의 70.8%에 이른다.

이 경우 최윤 회장의 지분은 28.4%로 줄어들어, OK홀딩스대부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에서 OK넥스트로 바뀐다.

나아가 2차 전환우선주 10만6535주(전환청구 기한 2029년 12월26일)까지 모두 전환된다면, OK넥스트는 보통주 총 3090만144주를 보유해 OK홀딩스대부 보통주 지분 75%를 차지한다. 반면 최윤 회장 지분은 25%로 줄어든다.

이 같은 전환우선주 출자는 일본 법인인 J&K캐피탈이 OK금융그룹에 상당한 재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분석이다.

IMF 때 고리대금업으로 출발
일 검은돈도 받아 쓰던 시절

OK홀딩스대부는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OK넥스트를 기존 ‘기타특수관계자’에서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이는 OK넥스트가 가지고 있던 OK홀딩스대부 회사채가 보통주 지분 40.26%로 전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J&K캐피탈은 여전히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돼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OK금융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형식상 지배구조보다는 실질적 지배력에 초점을 맞춰 그룹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OK넥스트와 OK에프앤아이대부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J&K캐피탈은 OK넥스트 지분 98.8%와 OK에프앤아이대부 지분 100%를 보유하며 이들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OK홀딩스대부는 전환우선주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및 해마다 한 번씩 전환우선주 전부를 사들일 수 있는 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OK금융그룹이 인수권을 행사해 최윤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려면, OK넥스트에 전환우선주 출자금액(2500억원)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202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OK금융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함에 따라 상호출자 금지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이에 따라 OK저축은행이나 OK캐피탈 같은 계열사들이 지주사인 OK홀딩스대부의 전환우선주를 사들일 수 없으며, 최윤 회장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 대여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전문가들은 OK홀딩스대부가 OK금융그룹의 지주회사임에도 보통주 최대주주와 최대 출자자가 다른 비정상인 지배구조를 가졌다고 지적하며, 지주회사로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OK금융그룹과 최윤 회장 쪽은 인수권 행사 계획에 관한 물음에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공정위 산정 자산 순위 국내 77위 그룹인 OK금융그룹은 일본 대부업을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들어와 저축은행, 캐피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룹 합산으로 따지면 2022년까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토종 한국 기업? 과거 세탁
결국 일본에 다 먹히는 수순

하지만 고금리 전환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기 시작한 2023년 이후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16개 계열사 합산으로 2023년 90억원의 첫 적자(당기순손실)를 내더니 작년에는 412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2년 연속 적자에, 적자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그룹 자산총계가 5조원이 넘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92개 그룹 중 2년 연속 적자인 곳은 OK금융을 비롯, 중앙-부영-대방건설-원익 등 5개 그룹뿐이다. 이 5개 그룹 중에서도 OK금융은 중앙과 함께 적자 규모가 가장 크고,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룹의 기반이 흔들리는 과정에서도 OK금융그룹의 왕성한 확장욕은 여전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한양증권이다. 한양증권의 최대주주로, 한양대 재단인 한양학원은 부동산 PF 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한양증권을 매물로 내놨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28위의 중소형 증권사이지만 채권과 부동산 파이낸싱 등에 경쟁력이 있어 우량 매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여러 금융지주나 대그룹들이 탐내고 있었는데, 작년 9월 한양학원과 정작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곳은 ‘강성부 펀드’로 유명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였다. 상당히 의외였다. 그 뒤에는 또 KCGI의 한양증권 인수 프로젝트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한 OK금융그룹이 있었다.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최 회장이 한국과 일본에 2개의 준 지주회사를 따로 만들어놓고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동남아 등의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국내 준 지주사 격인 OK홀딩스대부는 최 회장 지분이 58%다.

그룹 주력 기업들인 OK저축은행(2024년 말 OK홀딩스 지분율 100%), OK캐피탈(64%)과 OK신용정보(51%), OK벤처스(100%) 등이 모두 OK홀딩스대부의 종속 자회사들이다.

또 최 회장 지분이 100%인 일본 현지 대부업체 J&K캐피탈을 통해 OK넥스트(옛 아프로파이낸셜대부, J&K캐피탈 지분율 98.8%), OK에프앤아이대부(100%) 등의 국내 여신 금융업체들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의 대부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다.

2개의 준 지주회사들 중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OK홀딩스대부 계열의 덩치가 국내에선 아무래도 훨씬 더 크다.

드러난 구조

16개 국내 계열사들 중 규모가 특히 큰 곳은 저축은행 업계 자산 규모 2위인 대형 저축은행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과거 대부업체였으나 지금은 대부업 정리 자금을 계열사들에 빌려주는 기능을 하는 OK넥스트 등 3사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이 주력 기업들의 부실 채권을 넘겨받아 거래하는 일종의 채권추심 업체들이거나 P2P 대출 전문업체 또는 주력 기업들에 의존해 먹고 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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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