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응 못하는 ‘관계성 범죄’, 왜?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연인, 친구, 가족.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관계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를 통해 범죄를 경험하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관계성 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경찰의 현장 대응이나 후속 조치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한 대응을 계속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관련 법을 통한 처벌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 평소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극성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범죄를 ‘관계성 범죄’라고 부른다. 이 같은 관계성 범죄에 대응해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경찰은 이를 집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실무적인 문제나 관련 법 제정이 미비해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밀한 관계
느는 범죄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112신고는 2021년 21만8680건에서 2024년 23만6647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는 2만6048건에서 2만9735건, 스토킹은 1만4509건에서 3만1947건, 교제폭력은 5만7305건에서 8만8394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른 피해자 보호조치도 함께 증가했다. 2023년 가정폭력 보호조치는 1만3691건에서 2024년 1만6881건으로 늘었고 아동학대에 대한 긴급 임시·임시 조치는 같은 기간 8864건에서 1만468건으로 증가했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긴급응급·잠정조치도 1만4176건에서 1만6337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관계성 보복 범죄를 막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던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다.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에서 스토킹 범죄 신고로 경찰의 신변 안전조치를 받고 있던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달 12일에는 경기 동탄에서 스토킹 범죄 관련 안전조치를 받던 30대 여성이 납치·살해됐다.

가정폭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19일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에서는 60대 남성이 아내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해 말 가정폭력으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연락 제한 등 임시조치를 명령받았고 접근금지 조치가 종료되자 일주일 만에 아내를 살해했다.

이 같은 관계성 범죄의 보복 범죄는 법이 얼마나 피해자 보호에 동떨어져 설계돼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관계성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뻗어나가는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재범 위험이 큰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할 강력한 제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한별 법률사무소 내곁애 변호사는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 등의 긴급 임시 조치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과태료 부과 수준에 그치는 지금의 처벌 수위는 피해자를 지키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압적 통제’ 개념을 법률에 넣어 신고 상황에서 물리적 폭행이 없더라도 피해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압적 통제는 친밀 관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완전히 압도·장악된 상태를 뜻한다.

지난해 약 38만6000건 신고
현장 출동해도 속수무책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신체 폭력 없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통제 상황이야말로 극도의 위험 증거기 때문에, 이 개념을 도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스토킹처벌법에 근거가 있는 GPS 전자장치를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도 부착시켜 접근을 원천 금지토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위험군에 대한 ‘의무체포’ 논의도 이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선 과제 전반은 법률 보호 대상을 혼인·동거 관계가 아닌 친밀 관계로 넓히는 것을 전제해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유 변호사는 “혼인 등 관계 이상으로 친밀성이 확장된 지금 시기에 젠더 폭력 문제를 대응하기엔 법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호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조사관은 “교제폭력 피해자도 가정폭력처벌법 범주 안에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의 현장 대응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일원화된 체계로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신고가 들어와도 강제로 체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경찰직장협의회 대표 정학섭 경감은 “관계성 범죄(가정폭력)에 대한 112신고가 접수되면 지역 경찰관들이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해 현장 조사를 하게 된다”며 “문제는 가정폭력 행위자가 경찰관의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등 업무수행을 방해해도 처벌이 고작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불과하다 보니,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업무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 규정을 살펴보면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가정폭력방지법) 제9조의4(사법경찰관리의 현장출동 등) 사법경찰관리는 가정폭력 범죄의 신고가 접수된 때에는 지체없이 가정폭력의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폭력 행위자가 해당 현장 조사를 거부해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이다. 정 경감은 과태료는 벌금과 같은 것으로 행정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정질서벌이라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 등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경감은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진행하지만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긴급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현장 조사
문제점?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관계성 범죄 중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긴급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 종류는 ▲가해자·피해자 분리 ▲현행범의 체포 수사 ▲피해자 상담소 등 장소로 인도 ▲폭력행위 재발 시 임시조치 신청 가능성 통보 ▲피해자 신변보호 요청 등이다.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해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경찰관의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긴급 응급조치는 ▲가해자·피해자 격리 ▲가해자·피해자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다.

문제는 임시조치 과정에서 체포된 가해자는 보통의 경우 가정폭력 사건은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를 진행한 후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는 경우 석방, 귀가 조치하는데 경찰서 정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가해자가 어떤 행위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피해자 보호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에 반해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은 사람이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에 처하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은 이에 따라서 경찰관이 피해자를 실질적,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경감은 현행 경찰관이 피해자 안전을 위해 실시하는 안전조치 유형이 11가지가 있지만, 해당 제도만으로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전조치 유형은 ▲보호시설 연게 ▲임시숙소 제공 ▲특정 시설 신변 안전조치 ▲신변 경호 ▲맞춤형 순찰 ▲112 시스템 등록 ▲스마트워치 지급 ▲CCTV 설치 ▲가해자 경고 제도 ▲피해자 권고 제도 ▲신원 정보 변경 보호 제도 등이다.

그는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피해자 안전 조치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제적 대응
가동하기로

또 현행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자, 살인, 강도, 스토킹 범죄자 등에는 전자장치 부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지만 가정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전자장치를 부착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경찰청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듯 유재성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관계성 범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단순한 말다툼이라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가능성이 엿보이면 여성청소년·지구대 경찰이 동시에 출동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보다 선제적이고 다층적인 현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단계별 대응 체계'와 ‘사건별 Case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전 연인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마련된 대책이다.

해당 회의에선 112 신고가 접수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거 이력이나 상담 기록이 확인되면 단순 말다툼이라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으로 간주해 여청수사·지구대 경찰이 동시 출동하는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경찰청은 이 같은 현장 대응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관련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도 긴급 임시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토킹과 가정폭력은 반복성과 예측 가능성을 지닌 범죄로, 강력한 현장 대응력이 필요하다”며 “가정폭력 처벌 수준 역시 기존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상향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 역시 이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전력을 다해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선 청에서는 관계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관계성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관악서에서는 지난 1월 “관계성 범죄의 살인 등 강력범죄 발전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계성 범죄의 경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관기관과의 협업, 범죄 예방·홍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 종합대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망서도 토로
“관련 법 제정이 우선”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청 주요 112신고 순위를 보면 스토킹이 1위, 교제 폭력이 2위로 꼽혔다. 특히 관악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1인 여성 가구 비율이 29.4%로 가장 높고, 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신고가 많은 지역이다. 관악경찰서는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종합대책에 따라 관악경찰서는 관계성 범죄 112신고에 대해 적극 사건 처리하고 필요하면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피해자 분리, 임시 숙소 연계, 민간 경호 등 피해자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신고가 쉽지 않고 반복·지속적인 관계성 범죄 특성을 고려해 112신고 이후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현장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수 피해자 모니터링을 통해 다시 한번 사건 처리 방식을 종합 판단한다. 친밀한 관계에 의한 범죄 통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상황인만큼, 관계성 범죄 112신고 종결 때엔 신고처리 내용에 ‘연인’ ‘부부’ 등 가·피해자 관계를 정확히 입력하도록 했다.

형사과 등 여성청소년과(여청과) 이외 수사 부서에서 관계성 범죄를 수사할 경우에는 여청과에 적극적으로 통보하도록 해 피해자가 모니터링 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매일 아침 여청·수사·형사과 등 주요 당직 사건 처리 부서가 모여 실시하는 일일상황점검회의도 2차례 실시 중이다. 관계성 범죄신고 초동조치, 가·피해자 분리 등 각종 피해자 보호조치 사항을 중복 점검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관악구청·구의회·우체국 등 관내 유관기관들과 협업해 관계성 범죄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 외에 남양주남부경찰서, 경산경찰서, 사천경찰서 등 전국적으로 관계성 범죄와 관련해 전반적인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AI를 통해 범죄 분석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청은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간 경호’도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경찰청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고위험 범죄 피해자 민간경호 지원사업’을 시범 도입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운영해 왔다.

2년간 시범 운영 결과 254명에게 민간경호를 지원하면서 단 한 건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민간경호원의 신고로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스토킹·가정폭력 가해자 10명이 검거되는 성과를 올렸다.

피해자 보호
민간 경호도

이에 따라 경찰은 올해부터 서비스 운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위험도 등급 ‘매우 높음’으로 판단되거나 경찰서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범죄 피해자에 근접·밀착 등 경호를 통해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민간 경호 지원 기간은 14일이며 1회 연장 가능해 최대 28일까지다. 대상자에게 민간 경호업체 소속 경호원 2명이 24시간 이내 배치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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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