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응 못하는 ‘관계성 범죄’, 왜?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연인, 친구, 가족.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관계다. 하지만 이 같은 관계를 통해 범죄를 경험하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관계성 범죄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경찰의 현장 대응이나 후속 조치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한 대응을 계속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관련 법을 통한 처벌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 평소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극성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범죄를 ‘관계성 범죄’라고 부른다. 이 같은 관계성 범죄에 대응해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경찰은 이를 집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실무적인 문제나 관련 법 제정이 미비해 제대로 된 피해자 보호조치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밀한 관계
느는 범죄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112신고는 2021년 21만8680건에서 2024년 23만6647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는 2만6048건에서 2만9735건, 스토킹은 1만4509건에서 3만1947건, 교제폭력은 5만7305건에서 8만8394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른 피해자 보호조치도 함께 증가했다. 2023년 가정폭력 보호조치는 1만3691건에서 2024년 1만6881건으로 늘었고 아동학대에 대한 긴급 임시·임시 조치는 같은 기간 8864건에서 1만468건으로 증가했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긴급응급·잠정조치도 1만4176건에서 1만6337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관계성 보복 범죄를 막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던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다수 발생했다.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에서 스토킹 범죄 신고로 경찰의 신변 안전조치를 받고 있던 5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지난달 12일에는 경기 동탄에서 스토킹 범죄 관련 안전조치를 받던 30대 여성이 납치·살해됐다.

가정폭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19일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에서는 60대 남성이 아내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해 말 가정폭력으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연락 제한 등 임시조치를 명령받았고 접근금지 조치가 종료되자 일주일 만에 아내를 살해했다.

이 같은 관계성 범죄의 보복 범죄는 법이 얼마나 피해자 보호에 동떨어져 설계돼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관계성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뻗어나가는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재범 위험이 큰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할 강력한 제재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한별 법률사무소 내곁애 변호사는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 등의 긴급 임시 조치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과태료 부과 수준에 그치는 지금의 처벌 수위는 피해자를 지키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압적 통제’ 개념을 법률에 넣어 신고 상황에서 물리적 폭행이 없더라도 피해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압적 통제는 친밀 관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완전히 압도·장악된 상태를 뜻한다.

지난해 약 38만6000건 신고
현장 출동해도 속수무책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신체 폭력 없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통제 상황이야말로 극도의 위험 증거기 때문에, 이 개념을 도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스토킹처벌법에 근거가 있는 GPS 전자장치를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도 부착시켜 접근을 원천 금지토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위험군에 대한 ‘의무체포’ 논의도 이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선 과제 전반은 법률 보호 대상을 혼인·동거 관계가 아닌 친밀 관계로 넓히는 것을 전제해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유 변호사는 “혼인 등 관계 이상으로 친밀성이 확장된 지금 시기에 젠더 폭력 문제를 대응하기엔 법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호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조사관은 “교제폭력 피해자도 가정폭력처벌법 범주 안에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의 현장 대응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일원화된 체계로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신고가 들어와도 강제로 체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경찰직장협의회 대표 정학섭 경감은 “관계성 범죄(가정폭력)에 대한 112신고가 접수되면 지역 경찰관들이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해 현장 조사를 하게 된다”며 “문제는 가정폭력 행위자가 경찰관의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등 업무수행을 방해해도 처벌이 고작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불과하다 보니,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업무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 규정을 살펴보면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가정폭력방지법) 제9조의4(사법경찰관리의 현장출동 등) 사법경찰관리는 가정폭력 범죄의 신고가 접수된 때에는 지체없이 가정폭력의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폭력 행위자가 해당 현장 조사를 거부해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이다. 정 경감은 과태료는 벌금과 같은 것으로 행정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정질서벌이라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 등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경감은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진행하지만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긴급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현장 조사
문제점?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관계성 범죄 중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긴급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 종류는 ▲가해자·피해자 분리 ▲현행범의 체포 수사 ▲피해자 상담소 등 장소로 인도 ▲폭력행위 재발 시 임시조치 신청 가능성 통보 ▲피해자 신변보호 요청 등이다.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해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경찰관의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긴급 응급조치는 ▲가해자·피해자 격리 ▲가해자·피해자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다.

문제는 임시조치 과정에서 체포된 가해자는 보통의 경우 가정폭력 사건은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를 진행한 후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는 경우 석방, 귀가 조치하는데 경찰서 정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가해자가 어떤 행위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피해자 보호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에 반해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은 사람이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에 처하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은 이에 따라서 경찰관이 피해자를 실질적,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경감은 현행 경찰관이 피해자 안전을 위해 실시하는 안전조치 유형이 11가지가 있지만, 해당 제도만으로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전조치 유형은 ▲보호시설 연게 ▲임시숙소 제공 ▲특정 시설 신변 안전조치 ▲신변 경호 ▲맞춤형 순찰 ▲112 시스템 등록 ▲스마트워치 지급 ▲CCTV 설치 ▲가해자 경고 제도 ▲피해자 권고 제도 ▲신원 정보 변경 보호 제도 등이다.

그는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피해자 안전 조치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제적 대응
가동하기로

또 현행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자, 살인, 강도, 스토킹 범죄자 등에는 전자장치 부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지만 가정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전자장치를 부착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경찰청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듯 유재성 경찰청 차장(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관계성 범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단순한 말다툼이라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가능성이 엿보이면 여성청소년·지구대 경찰이 동시에 출동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보다 선제적이고 다층적인 현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단계별 대응 체계'와 ‘사건별 Case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전 연인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마련된 대책이다.

해당 회의에선 112 신고가 접수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거 이력이나 상담 기록이 확인되면 단순 말다툼이라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으로 간주해 여청수사·지구대 경찰이 동시 출동하는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경찰청은 이 같은 현장 대응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관련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도 긴급 임시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토킹과 가정폭력은 반복성과 예측 가능성을 지닌 범죄로, 강력한 현장 대응력이 필요하다”며 “가정폭력 처벌 수준 역시 기존 과태료에서 형사처벌로 상향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 역시 이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전력을 다해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선 청에서는 관계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관계성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관악서에서는 지난 1월 “관계성 범죄의 살인 등 강력범죄 발전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계성 범죄의 경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관기관과의 협업, 범죄 예방·홍보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 종합대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망서도 토로
“관련 법 제정이 우선”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청 주요 112신고 순위를 보면 스토킹이 1위, 교제 폭력이 2위로 꼽혔다. 특히 관악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1인 여성 가구 비율이 29.4%로 가장 높고, 스토킹·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신고가 많은 지역이다. 관악경찰서는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종합대책에 따라 관악경찰서는 관계성 범죄 112신고에 대해 적극 사건 처리하고 필요하면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피해자 분리, 임시 숙소 연계, 민간 경호 등 피해자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신고가 쉽지 않고 반복·지속적인 관계성 범죄 특성을 고려해 112신고 이후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현장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수 피해자 모니터링을 통해 다시 한번 사건 처리 방식을 종합 판단한다. 친밀한 관계에 의한 범죄 통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상황인만큼, 관계성 범죄 112신고 종결 때엔 신고처리 내용에 ‘연인’ ‘부부’ 등 가·피해자 관계를 정확히 입력하도록 했다.

형사과 등 여성청소년과(여청과) 이외 수사 부서에서 관계성 범죄를 수사할 경우에는 여청과에 적극적으로 통보하도록 해 피해자가 모니터링 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매일 아침 여청·수사·형사과 등 주요 당직 사건 처리 부서가 모여 실시하는 일일상황점검회의도 2차례 실시 중이다. 관계성 범죄신고 초동조치, 가·피해자 분리 등 각종 피해자 보호조치 사항을 중복 점검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관악구청·구의회·우체국 등 관내 유관기관들과 협업해 관계성 범죄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 외에 남양주남부경찰서, 경산경찰서, 사천경찰서 등 전국적으로 관계성 범죄와 관련해 전반적인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AI를 통해 범죄 분석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청은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간 경호’도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경찰청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고위험 범죄 피해자 민간경호 지원사업’을 시범 도입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운영해 왔다.

2년간 시범 운영 결과 254명에게 민간경호를 지원하면서 단 한 건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민간경호원의 신고로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한 스토킹·가정폭력 가해자 10명이 검거되는 성과를 올렸다.

피해자 보호
민간 경호도

이에 따라 경찰은 올해부터 서비스 운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위험도 등급 ‘매우 높음’으로 판단되거나 경찰서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범죄 피해자에 근접·밀착 등 경호를 통해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민간 경호 지원 기간은 14일이며 1회 연장 가능해 최대 28일까지다. 대상자에게 민간 경호업체 소속 경호원 2명이 24시간 이내 배치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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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