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부담’ 난임 지원의 허상

정부가 다 해준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난임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한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난임 치료비 지원 확대는 정책 홍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다. 하지만 정책의 현장 적용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수혜자’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치료비 영수증엔 여전히 ‘본인 부담’이란 글씨가 선명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A씨는 난임 병원서 난임 치료를 시작하며 예상치 못한 본인 부담금과 마주했다. 정부의 난임 지원 정책이 무색하게 비급여 항목이 많았다. 병원이 권유한 주사 대부분이 비급여 항목이었고, 맞지 않으면 다음 단계 치료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부 지원 항목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것이다.

유명무실

A씨는 난소 기능 저하 진단을 받고 PRP(자가 혈소판 주사) 시술을 권유받았다. 일반 주사와 달리 복강경 수술을 통해 난소에 직접 주입해야 하는 치료였고, 시술비는 약 130만원이 들었다. 해당 주사는 비급여 대상이었고 정부 지원은 없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결심했지만 부담되는 금액에 난임 치료 중단을 고민하게 됐다.

비급여 항목으로는 PRP 시술 외에도 자궁내막 수용성 검사(ERA), 착상보조제, 배아 동결 보관료, 고가의 호르몬제(페르고베리스 등), 면역 관련 치료제(IVIG)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원에서 적극 권유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궁내막 수용성 검사는 이식 성공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용은 150만원 안팎에 달한다. 착상보조제는 1~2주 사용 시 10만원 이상이 들고, 배아 동결 보관비는 연 단위로 수십만원을 청구하는 병원이 많다.


이처럼 비급여 항목은 ‘사실상 필수’로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병원에서는 “해당 항목을 하지 않으면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지원이 없으므로 환자는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A씨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1회 20만원이 넘는데 보험이 안 된다”며 “병원에서는 안 맞으면 진행이 어렵다고 했고, 사실상 꼭 맞아야 하는데도 본인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피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면역력 검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피검사도 본인 부담으로 20만원 이상 들었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 시술 ‘단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난자 채취, 배아 이식 등 핵심 시술 자체에 대해서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난임 치료는 단순한 시술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로 요구되는 수많은 검사와 약제, 보조적 시술들이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

자궁 내막 두께를 맞추기 위한 약 복용, 호르몬 수치 조절 주사, 면역 억제제 사용 등은 치료 전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필수에 가깝지만, 지원 대상엔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만 낳으라” 생색 다 내고…
“지원 확대” 실상은 ‘내 돈으로’

난임 시술은 단발성 치료가 아니다. 배란 유도 주사부터 초음파 검사, 난포 확인, 채취, 배아 이식까지 일정이 촘촘하고 정밀하다. 특히 40대 이상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이 떨어져 치료 과정이 더 복잡하고 길어진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표준 시술 프로토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그 외 환자 맞춤형 검사나 시술, 주사 등은 ‘선택적 치료’라는 이유로 대부분 비급여로 분류된다.


난임 치료에 드는 평균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성공률이 가장 높은 시험관아기(IVF)의 1회당 총비용은 30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로 보고된다. 이 중 실제 정부서 지원하는 금액은 110만원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급여 또는 환자 본인 부담이다.

추가로 착상 실패, 공난포 발생 등으로 시술이 반복되면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올라간다.

병원과 약국서 처방받는 보조제나 영양제 역시 상당수가 비급여다. 일부 외국산 제품은 15일 복용 기준 6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하지만 복용하지 않으면 착상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에,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약값을 지불한다.

이 경우 환자는 ‘성공률’과 ‘경제적 생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약과 시술을 선택했지만, 그게 실패로 이어졌을 때 스스로를 원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술 실패에 대한 좌절보다, 돈이 없어서 최선의 선택을 못했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난임 치료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다. 난임 시술은 환자의 생리 주기, 난포 반응에 따라 병원 내원이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병원은 생리 23일 간격으로 내원을 요구한다. 난자 채취일이 다가올수록 간격은 하루 단위로 좁아진다. 이런 일정을 일반 직장인들이 소화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병원, 프랜차이즈 근무자들에게 잦은 반차·조퇴는 불가능에 가깝다. A씨는 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치료를 병행하려 했지만, 결국 퇴사를 택했다. 이후에도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다시 치료를 시작했지만, 매번 치료 일정과 겹쳐 그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진료는 오전에 몰려 있고, 예약은 금방 마감되며 대기까지 하면 하루는 그냥 난임 치료에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난임 치료에 집중하려면 현실적으로 일과 병행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난임 치료를 하면서 직장을 그만 두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선택
실패로 끝나면 스스로 원망

아울러 “직장을 그만두면 외벌이로 난임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이렇게 비급여 항목이 많으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도 호소했다.

정부는 2024년부터 난임 치료 지원 대상을 전면 확대했다. 소득 기준을 없애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고, 공난포(난자가 채취되지 않은 경우) 시에도 지원금을 환수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선에도 난임 치료 지원 정책의 실상은 녹록지 않다.

수두룩한 비급여 항목에 본인 부담은 여전히 줄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접근성 격차는 환자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실제 난임 치료로 타 지역의 병원을 이용 중인 환자들이 많다. 병원마다 진료 수준과 시술 성공률에 차이가 있고 좋은 의료 장비를 갖춰 성공률이 높은 난임 치료 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경우가 많아, 타 지역의 병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통비와 시간 소모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A씨는 “타 지역서 이동하는 데에 왕복 교통비만 몇 만원으로, 예약은 어렵고 대기는 기본이며 결국 병원 한번 갈 때마다 하루를 다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거주자는 수도권과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 이주’를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시스템은 없다.

정부는 난임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치료 전 단계만 지원하고, 정작 치료의 질과 지속 가능성은 외면하는 구조다. 필요한 치료에 ‘선택’이란 이름으로 빠져 있고, 그 비용은 환자가 떠안는다. 일정도 직장인 기준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지역 간 격차는 방치되고 있다.

병행 불가

정부는 출산율 반등을 외치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문제,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A씨는 “나라에서는 애를 낳으라고 하지만, 진짜 애 낳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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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