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부담’ 난임 지원의 허상

정부가 다 해준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난임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한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난임 치료비 지원 확대는 정책 홍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다. 하지만 정책의 현장 적용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수혜자’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치료비 영수증엔 여전히 ‘본인 부담’이란 글씨가 선명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A씨는 난임 병원서 난임 치료를 시작하며 예상치 못한 본인 부담금과 마주했다. 정부의 난임 지원 정책이 무색하게 비급여 항목이 많았다. 병원이 권유한 주사 대부분이 비급여 항목이었고, 맞지 않으면 다음 단계 치료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부 지원 항목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것이다.

유명무실

A씨는 난소 기능 저하 진단을 받고 PRP(자가 혈소판 주사) 시술을 권유받았다. 일반 주사와 달리 복강경 수술을 통해 난소에 직접 주입해야 하는 치료였고, 시술비는 약 130만원이 들었다. 해당 주사는 비급여 대상이었고 정부 지원은 없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결심했지만 부담되는 금액에 난임 치료 중단을 고민하게 됐다.

비급여 항목으로는 PRP 시술 외에도 자궁내막 수용성 검사(ERA), 착상보조제, 배아 동결 보관료, 고가의 호르몬제(페르고베리스 등), 면역 관련 치료제(IVIG)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원에서 적극 권유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궁내막 수용성 검사는 이식 성공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용은 150만원 안팎에 달한다. 착상보조제는 1~2주 사용 시 10만원 이상이 들고, 배아 동결 보관비는 연 단위로 수십만원을 청구하는 병원이 많다.


이처럼 비급여 항목은 ‘사실상 필수’로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병원에서는 “해당 항목을 하지 않으면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지원이 없으므로 환자는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A씨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1회 20만원이 넘는데 보험이 안 된다”며 “병원에서는 안 맞으면 진행이 어렵다고 했고, 사실상 꼭 맞아야 하는데도 본인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피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면역력 검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피검사도 본인 부담으로 20만원 이상 들었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 시술 ‘단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난자 채취, 배아 이식 등 핵심 시술 자체에 대해서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난임 치료는 단순한 시술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로 요구되는 수많은 검사와 약제, 보조적 시술들이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

자궁 내막 두께를 맞추기 위한 약 복용, 호르몬 수치 조절 주사, 면역 억제제 사용 등은 치료 전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필수에 가깝지만, 지원 대상엔 포함되지 않는다.

“아이만 낳으라” 생색 다 내고…
“지원 확대” 실상은 ‘내 돈으로’

난임 시술은 단발성 치료가 아니다. 배란 유도 주사부터 초음파 검사, 난포 확인, 채취, 배아 이식까지 일정이 촘촘하고 정밀하다. 특히 40대 이상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이 떨어져 치료 과정이 더 복잡하고 길어진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표준 시술 프로토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그 외 환자 맞춤형 검사나 시술, 주사 등은 ‘선택적 치료’라는 이유로 대부분 비급여로 분류된다.


난임 치료에 드는 평균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성공률이 가장 높은 시험관아기(IVF)의 1회당 총비용은 30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로 보고된다. 이 중 실제 정부서 지원하는 금액은 110만원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급여 또는 환자 본인 부담이다.

추가로 착상 실패, 공난포 발생 등으로 시술이 반복되면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올라간다.

병원과 약국서 처방받는 보조제나 영양제 역시 상당수가 비급여다. 일부 외국산 제품은 15일 복용 기준 6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하지만 복용하지 않으면 착상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에,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약값을 지불한다.

이 경우 환자는 ‘성공률’과 ‘경제적 생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약과 시술을 선택했지만, 그게 실패로 이어졌을 때 스스로를 원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술 실패에 대한 좌절보다, 돈이 없어서 최선의 선택을 못했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난임 치료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다. 난임 시술은 환자의 생리 주기, 난포 반응에 따라 병원 내원이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 병원은 생리 23일 간격으로 내원을 요구한다. 난자 채취일이 다가올수록 간격은 하루 단위로 좁아진다. 이런 일정을 일반 직장인들이 소화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병원, 프랜차이즈 근무자들에게 잦은 반차·조퇴는 불가능에 가깝다. A씨는 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치료를 병행하려 했지만, 결국 퇴사를 택했다. 이후에도 단기 알바를 전전하며 다시 치료를 시작했지만, 매번 치료 일정과 겹쳐 그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진료는 오전에 몰려 있고, 예약은 금방 마감되며 대기까지 하면 하루는 그냥 난임 치료에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난임 치료에 집중하려면 현실적으로 일과 병행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난임 치료를 하면서 직장을 그만 두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선택
실패로 끝나면 스스로 원망

아울러 “직장을 그만두면 외벌이로 난임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이렇게 비급여 항목이 많으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도 호소했다.

정부는 2024년부터 난임 치료 지원 대상을 전면 확대했다. 소득 기준을 없애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고, 공난포(난자가 채취되지 않은 경우) 시에도 지원금을 환수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선에도 난임 치료 지원 정책의 실상은 녹록지 않다.

수두룩한 비급여 항목에 본인 부담은 여전히 줄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접근성 격차는 환자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실제 난임 치료로 타 지역의 병원을 이용 중인 환자들이 많다. 병원마다 진료 수준과 시술 성공률에 차이가 있고 좋은 의료 장비를 갖춰 성공률이 높은 난임 치료 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경우가 많아, 타 지역의 병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통비와 시간 소모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A씨는 “타 지역서 이동하는 데에 왕복 교통비만 몇 만원으로, 예약은 어렵고 대기는 기본이며 결국 병원 한번 갈 때마다 하루를 다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거주자는 수도권과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 이주’를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시스템은 없다.

정부는 난임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치료 전 단계만 지원하고, 정작 치료의 질과 지속 가능성은 외면하는 구조다. 필요한 치료에 ‘선택’이란 이름으로 빠져 있고, 그 비용은 환자가 떠안는다. 일정도 직장인 기준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지역 간 격차는 방치되고 있다.

병행 불가

정부는 출산율 반등을 외치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문제,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A씨는 “나라에서는 애를 낳으라고 하지만, 진짜 애 낳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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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