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킨텍스 감사 선임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10 08:27:28
  • 호수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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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반장선거도 아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제전시장인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이동환 고양시장의 최측근인 엄성은 고양시의원의 동생이 감사로 선임돼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21년 이화영 전 대표이사 선임 과정서 불거진 ‘지사 찬스 논란’에 이어 4년여 만이다.

킨텍스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자 중 엄덕은씨를 감사로 선정했다. 임원급인 감사 자리는 연봉 1억3000만원에 별도 업무추진비와 성과 평가에 따른 성과급도 주어진다. 킨텍스는 공모 절차를 거쳤다지만 세부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아 출자 기관들이 대표와 부사장, 감사 자리를 나눠 차지하는 관례가 자리 잡고 있다.

고양시장 측근

감사로 선정된 엄씨는 엄성은 의원의 친동생이자, 지난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이동환 고양시장 선거캠프서 회계 담당이었다. 엄 의원과 이 시장의 관계도 각별하다. 엄 의원은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 시장이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받으면서 시의회에 첫발을 내디뎌 재선까지 성공했다.

엄 의원은 또 이 시장 설립의 사단법인인 ‘사람과도시 연구소’ 2대 대표를 이어받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전면에 나서 선거운동을 돕는 등 이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앞서 그는 ‘킨텍스 C2부지로 불거진 방만하고 해이한 고양시 행정에 대한 특별행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엄 의원은 지난 2021년 7월16일 경기도청 앞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고양시 C2부지 헐값 매각 특별감사를 즉각 시행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에 참석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감사 내용 중 시행자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고 매각 과정서 시의회 승인 절차 없이 특혜조항을 만들어 매각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부패와 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이 보도한 ‘고양시 킨텍스 일대’ 개발 비리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감사를 지시, 고양시가 특정 회사에 땅을 싸게 주고, 여러 특혜를 준 의혹에 대해서 경기도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결과 발표도 없었다”며 경기도 측에 특별감사 요청서를 접수했다.

앞서 고양시는 킨텍스 공유재산 매각 관련(킨텍스 C2부지)해 2019년 2월25일부터 2021년 6월21일까지 848일간 진행한 감사를 통해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 3명을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경기북부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과거 킨텍스에 대한 특별행정감사를 요청했던 엄 의원의 친동생이 킨텍스 감사로 선임된 배경에는 모호한 자격 요건이 뒷받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무한 데다 음악을 전공했다. 킨텍스 공모에는 ‘조직 화합과 경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 ‘솔선수범하는 실행 능력을 갖춘 분’ 등 교내 반장 선거를 방불케 하는 포괄적 자격 요건만 명시됐다. 이 밖에 근무 경력이나 직책, 경험 등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전시 업무 경험 없는 시의원 동생이?
이화영 전 대표 ‘지사 찬스’ 재조명

킨텍스 측은 “이번 채용은 33.3%씩 지분을 나눠 가진 경기도, 고양시, 코트라 등 출자기관별로 측근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은 “공모 절차를 거쳐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도 “논란이 될 게 불 보듯 뻔한 낙하산 인사 빌미를 제공한 시장과 시의원이 너무 안타깝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연일 의회와 협력하지 않고, 헛발질만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킨텍스 주총 전 고양시 내부에서도 재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시장이 강행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고양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고양시민회는 이날 ‘공정한 경쟁으로 적임자를 다시 선임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회는 “올 초 이동환 시장은 시정연설서 킨텍스 제3전시장 준공과 종합운동장 등을 활용해 글로벌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1억3000만원 연봉의 킨텍스 감사 자리에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무하고 자기 선거에 도움 준 인사를 내리꽂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중용할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킨텍스는 감사 선임 과정(전체 지원자, 심사 과정)을 공개하라”고 감사직 사퇴와 전문성 있는 인사의 재추천을 요구했다.

전시 업무 경험이 전무한 엄씨가 감사로 선임되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해충돌 방지법(제11조)에 따르면 ‘산하 공공기관의 감독기관인 공공기관 소속 고위공직자’의 가족은 해당 기관에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당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이 채용되도록 지시·유도 또는 묵인해도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고양시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가족 채용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모호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킨텍스의 낙하산 논란은 이화영 전 대표이사 선임 과정서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킨텍스 대표로 선임한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킨텍스는 지난 2020년 8월 3년 임기의 제8대 킨텍스 대표이사에 이화영을 선임했다. 킨텍스는 같은 해 7월 대표이사 초빙 공고를 냈으며 5명이 응모해 이화영을 비롯해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컨벤션이벤트 경영학과 A 교수와 전 대구 엑스코 B 대표이사 등 3명에 대한 면접을 가졌다. 이후 이화영이 낙점됐다.

지역에서는 이화영 대표 선임에 대해 국내 전시컨벤션센터 대표를 정치인 출신이 맡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인 데다 공모 과정서 이미 내정설이 나돌면서 ‘이재명의 후광 인사’로 지적됐다. 실제 이화영은 이상수 의원의 보좌진으로 출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열린우리당 창당기획팀장을 맡았다.

낙하산 성지로 낙인
정치권 알력의 초상

2004년 제17대 총선서 서울 중랑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으나 이후 선거에서는 두 차례 낙선했다. 그러다 지난 지방선거서 이재명 도지사 후보 캠프 비서실장, 도지사 인수위원회 기획운영분과위원장을 거쳐 2018년 7월 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총괄하는 경기도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

그러면서 2020년 1월 경기 용인시갑 총선 출마를 위해 부지사직을 중도 사퇴했지만,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같은 해 8월 킨텍스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선임 당시 일부 언론과 전시업계에서는 “전시업계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인이 국내 최대 전시장 대표를 맡는 것은 대표적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시 이재명 대선캠프 관계자는 “경기도와 고양시, 코트라가 3:3:3의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로 경기도의 낙하산 인사는 불가능하다”며 “더 자세한 것은 경기도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경기도는 3:3:3의 지분에 따른 대표 선임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어 ‘지사 찬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사 찬스 의혹에 대해 경기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인사는 3대3대3의 지분에 따른 인사추천위원회의 결정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인데 ‘지사 찬스’라고 말하면 안 된다”며 “(지사 찬스)는 언론이나 그분들이 하는 얘기지, 지사가 찬스로 한 것은 아니지 않냐. 논란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킨텍스 관계자도 “국회의원 시절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거치면서 직·간접적인 전시 컨벤션 산업을 경험했고 내부 공모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선정됐다”며 “킨텍스는 제3전시장 건립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사업에 대한 강한 추진력과 유관 기관과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킨텍스는 2002년 법인 설립 당시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3.43%, 사실상 정부 지분인 코트라가 33.14%를 투자해 설립됐다. 이에 대표이사는 코트라 사장·부사장 출신이 맡고 본부장 2명 중 전시본부장은 코트라, 관리본부장은 경기도, 감사는 고양시 몫으로 관례화됐다.

이 같은 구도는 개장 12년이 지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도가 대표이사 자리를 더 이상 코트라의 몫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2014년 경기도 주도로 밀었던 대기업 CEO 출신 후보에 대해 코트라가 반발하면서 CEO 출신 후보는 주주총회 전 자진 고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친분 작용?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경기도서 내정한 임창열 전 대표가 선임돼 한 차례 임기를 연장하면서 2020년 7월까지 6년 동안 대표를 지냈고 2020년 8월 이화영이 선임됐다. 이후 이화영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초까지 3년여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 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2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등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받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자 이화영은 2022년 9월29일 변호인 등을 통해 킨텍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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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