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킨텍스 감사 선임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10 08:27:28
  • 호수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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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반장선거도 아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제전시장인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 이동환 고양시장의 최측근인 엄성은 고양시의원의 동생이 감사로 선임돼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21년 이화영 전 대표이사 선임 과정서 불거진 ‘지사 찬스 논란’에 이어 4년여 만이다.

킨텍스는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자 중 엄덕은씨를 감사로 선정했다. 임원급인 감사 자리는 연봉 1억3000만원에 별도 업무추진비와 성과 평가에 따른 성과급도 주어진다. 킨텍스는 공모 절차를 거쳤다지만 세부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아 출자 기관들이 대표와 부사장, 감사 자리를 나눠 차지하는 관례가 자리 잡고 있다.

고양시장 측근

감사로 선정된 엄씨는 엄성은 의원의 친동생이자, 지난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이동환 고양시장 선거캠프서 회계 담당이었다. 엄 의원과 이 시장의 관계도 각별하다. 엄 의원은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을 맡은 이 시장이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받으면서 시의회에 첫발을 내디뎌 재선까지 성공했다.

엄 의원은 또 이 시장 설립의 사단법인인 ‘사람과도시 연구소’ 2대 대표를 이어받기도 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전면에 나서 선거운동을 돕는 등 이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앞서 그는 ‘킨텍스 C2부지로 불거진 방만하고 해이한 고양시 행정에 대한 특별행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엄 의원은 지난 2021년 7월16일 경기도청 앞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고양시 C2부지 헐값 매각 특별감사를 즉각 시행하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에 참석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감사 내용 중 시행자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고 매각 과정서 시의회 승인 절차 없이 특혜조항을 만들어 매각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부패와 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이 보도한 ‘고양시 킨텍스 일대’ 개발 비리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감사를 지시, 고양시가 특정 회사에 땅을 싸게 주고, 여러 특혜를 준 의혹에 대해서 경기도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결과 발표도 없었다”며 경기도 측에 특별감사 요청서를 접수했다.

앞서 고양시는 킨텍스 공유재산 매각 관련(킨텍스 C2부지)해 2019년 2월25일부터 2021년 6월21일까지 848일간 진행한 감사를 통해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 3명을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경기북부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과거 킨텍스에 대한 특별행정감사를 요청했던 엄 의원의 친동생이 킨텍스 감사로 선임된 배경에는 모호한 자격 요건이 뒷받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무한 데다 음악을 전공했다. 킨텍스 공모에는 ‘조직 화합과 경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 ‘솔선수범하는 실행 능력을 갖춘 분’ 등 교내 반장 선거를 방불케 하는 포괄적 자격 요건만 명시됐다. 이 밖에 근무 경력이나 직책, 경험 등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전시 업무 경험 없는 시의원 동생이?
이화영 전 대표 ‘지사 찬스’ 재조명

킨텍스 측은 “이번 채용은 33.3%씩 지분을 나눠 가진 경기도, 고양시, 코트라 등 출자기관별로 측근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은 “공모 절차를 거쳐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도 “논란이 될 게 불 보듯 뻔한 낙하산 인사 빌미를 제공한 시장과 시의원이 너무 안타깝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연일 의회와 협력하지 않고, 헛발질만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킨텍스 주총 전 고양시 내부에서도 재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시장이 강행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고양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고양시민회는 이날 ‘공정한 경쟁으로 적임자를 다시 선임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회는 “올 초 이동환 시장은 시정연설서 킨텍스 제3전시장 준공과 종합운동장 등을 활용해 글로벌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1억3000만원 연봉의 킨텍스 감사 자리에 전시·컨벤션 업무 경험이 전무하고 자기 선거에 도움 준 인사를 내리꽂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중용할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킨텍스는 감사 선임 과정(전체 지원자, 심사 과정)을 공개하라”고 감사직 사퇴와 전문성 있는 인사의 재추천을 요구했다.

전시 업무 경험이 전무한 엄씨가 감사로 선임되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해충돌 방지법(제11조)에 따르면 ‘산하 공공기관의 감독기관인 공공기관 소속 고위공직자’의 가족은 해당 기관에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당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이 채용되도록 지시·유도 또는 묵인해도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고양시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가족 채용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모호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킨텍스의 낙하산 논란은 이화영 전 대표이사 선임 과정서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킨텍스 대표로 선임한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킨텍스는 지난 2020년 8월 3년 임기의 제8대 킨텍스 대표이사에 이화영을 선임했다. 킨텍스는 같은 해 7월 대표이사 초빙 공고를 냈으며 5명이 응모해 이화영을 비롯해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컨벤션이벤트 경영학과 A 교수와 전 대구 엑스코 B 대표이사 등 3명에 대한 면접을 가졌다. 이후 이화영이 낙점됐다.

지역에서는 이화영 대표 선임에 대해 국내 전시컨벤션센터 대표를 정치인 출신이 맡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인 데다 공모 과정서 이미 내정설이 나돌면서 ‘이재명의 후광 인사’로 지적됐다. 실제 이화영은 이상수 의원의 보좌진으로 출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열린우리당 창당기획팀장을 맡았다.

낙하산 성지로 낙인
정치권 알력의 초상

2004년 제17대 총선서 서울 중랑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으나 이후 선거에서는 두 차례 낙선했다. 그러다 지난 지방선거서 이재명 도지사 후보 캠프 비서실장, 도지사 인수위원회 기획운영분과위원장을 거쳐 2018년 7월 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총괄하는 경기도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

그러면서 2020년 1월 경기 용인시갑 총선 출마를 위해 부지사직을 중도 사퇴했지만,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같은 해 8월 킨텍스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선임 당시 일부 언론과 전시업계에서는 “전시업계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인이 국내 최대 전시장 대표를 맡는 것은 대표적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시 이재명 대선캠프 관계자는 “경기도와 고양시, 코트라가 3:3:3의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로 경기도의 낙하산 인사는 불가능하다”며 “더 자세한 것은 경기도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경기도는 3:3:3의 지분에 따른 대표 선임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어 ‘지사 찬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사 찬스 의혹에 대해 경기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인사는 3대3대3의 지분에 따른 인사추천위원회의 결정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인데 ‘지사 찬스’라고 말하면 안 된다”며 “(지사 찬스)는 언론이나 그분들이 하는 얘기지, 지사가 찬스로 한 것은 아니지 않냐. 논란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킨텍스 관계자도 “국회의원 시절 통일외교통상위원회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거치면서 직·간접적인 전시 컨벤션 산업을 경험했고 내부 공모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선정됐다”며 “킨텍스는 제3전시장 건립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사업에 대한 강한 추진력과 유관 기관과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강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해명했다.

한편, 킨텍스는 2002년 법인 설립 당시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3.43%, 사실상 정부 지분인 코트라가 33.14%를 투자해 설립됐다. 이에 대표이사는 코트라 사장·부사장 출신이 맡고 본부장 2명 중 전시본부장은 코트라, 관리본부장은 경기도, 감사는 고양시 몫으로 관례화됐다.

이 같은 구도는 개장 12년이 지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도가 대표이사 자리를 더 이상 코트라의 몫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2014년 경기도 주도로 밀었던 대기업 CEO 출신 후보에 대해 코트라가 반발하면서 CEO 출신 후보는 주주총회 전 자진 고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친분 작용?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경기도서 내정한 임창열 전 대표가 선임돼 한 차례 임기를 연장하면서 2020년 7월까지 6년 동안 대표를 지냈고 2020년 8월 이화영이 선임됐다. 이후 이화영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초까지 3년여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 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2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또 자신의 측근을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등재해 임금 9000여만원을 받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자 이화영은 2022년 9월29일 변호인 등을 통해 킨텍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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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