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진숙이 찍은 신동호

EBS에 드리운 정치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낙하산이 내려앉자, 땅이 흔들렸다. EBS를 향해 내려온 인사 한 명이 교육방송 전체를 흔들고 있다. 신동호 사장 임명은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냈다. 교육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두고, 전례 없는 진통이 시작됐다. 공영방송의 상징, EBS의 하늘에 정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달 26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신임 사장으로 신동호 이사를 임명한 이후 교육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MBC 출신 아나운서로 정치권과의 인연이 있는 인물이자 방통위원장과 과거 선후배 관계였던 인물을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했다는 점에서 위법성 논란과 내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EBS 내부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낙하산
사장님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신동호 이사를 EBS 사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사장 선임 과정은 지난 2월28일부터 진행된 공모를 거쳐 총 8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4일 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뿐이었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서 이뤄진 공영방송 사장 임명은 법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 구조에 대한 위헌성 지적은 이번 사안의 법적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방통위는 헌법상 독립성이 보장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상임위원 5명 중 3명 이상이 참석해 의결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 들어 야당 추천 몫의 상임위원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여당 추천 인사 2인만으로 주요 정책과 인사권이 집행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합의제 기관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비판과 함께, 정권이 방통위를 사실상 ‘단독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EBS 사장 선임 과정처럼 논란이 큰 인사를 강행하는 사례서 2인 체제의 위법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불과 2주 전, 같은 2인 체제서 2023년 말 임명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임명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리며,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은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운영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방통위의 운영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는 이번 EBS 사장 임명 사례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동일한 구조 아래서 EBS 사장 임명을 강행했고, 이는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판결 직후 방통위가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했다는 사실은, 사법부의 권위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동호의 과거 이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는 MBC 재직 시절부터 언론계 내부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동호는 1992년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아나운서1부장, 아나운서국장 등을 지냈다. 2013년부터 약 4년간 국장을 맡으며, 당시 노조 활동을 벌이던 아나운서들을 타 부서로 전보하거나 프로그램서 배제하는 조치로 논란이 됐다.


2017년에는 이와 관련해 노조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당해 MBC로부터 정직 6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MBC를 퇴사해 당시 국민의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했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언론인 출신으로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행보였다. 실제로 그는 당초 비례 순번 14번을 받았으나 조정 끝에 32번으로 밀려 당선에 실패했고,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으며 정계 활동을 이어갔다.

2인 체제로 강행된 급 임명
정치·방송 얽힌 삼각관계

2023년 10월 그는 이동관·이상인 2인 체제 방통위서 EBS 보궐이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이사 선임 과정서도 정당 가입 여부 확인이 소홀하게 처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정당 탈당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EBS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전체회의 이후에야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내 정당 가입 이력을 조회했고, 그것도 신동호 한 명에 대해서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회신을 거부했고, 국민의힘은 ‘해당 없음’으로 회신했다.

공문 발송 시점은 회의가 끝난 직후였고, 회신 기한은 당일 오후 3시까지로 설정돼 사실상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진숙 위원장과 신동호의 관계도 문제로 떠올랐다. 두 사람은 과거 MBC서 함께 근무한 선후배 간부 사이였고, 이 위원장은 과거 유튜브 채널서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국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릴 정도로 친밀한 관계임을 드러낸 바 있다. 해당 영상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영상의 존재 자체가 논란의 물증처럼 언급되고 있으며, 신동호가 단순 지원자가 아닌 사실상 ‘예정된 수장’이었다는 인식에 힘을 싣고 있다. 영상은 여전히 비공개 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관련 질의에 대해 이 위원장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과의 관계는 단순한 선후배 관계를 넘어, 임명권자로서의 중립성에 의심을 낳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통위원장이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을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한 전례는 드물지 않지만, 그 관계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관련 영상이 비공개 처리된 점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법 제9조에 따르면, 위원은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대해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조는 이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이 위원장이 공정한 심의·의결을 수행할 수 없다며 기피 신청을 냈으나, 방통위는 이를 ‘기피신청권 남용’으로 각하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교육방송은 그 특성상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이 강조되는 분야며, 구성원과 시청자 모두가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정당성
투명성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요 시청 대상으로 하는 EBS는 상업적 논리보다 공공성과 교육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장 선임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사장 선임 후, EBS 내부 구성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임명 당일 EBS 보직 간부 54명 중 52명이 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방통위의 이번 임명은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타당성이 결여돼있으며, 이는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더이상 위법과 부당함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의 양심과 책임을 저버리는 일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EBS는 누구의 정치적 소유물도 아니며, 국민 모두의 방송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공적 자산”이라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양심과 책임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결의문은 단순한 항의 성명이 아닌, 내부 조직문화와 윤리에 근거한 집단적 거부 선언이었다. 보직 간부들은 “방통위는 EBS 구성원의 분명한 입장과 국민적 우려를 끝내 외면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타당성이 결여된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고 지적하며,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정으로, 이는 교육 공영방송 EBS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 비판했다.

사퇴 대상은 보직 간부 54명 중 이사회 사무국과 감사실을 제외한 실무 책임자 대부분으로 구성됐다. 이는 사실상 사장 임명을 부정하는 조직 전체의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고, 그만큼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결의문은 “우리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공영 방송인으로서의 양심과 책임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집단 의지를 드러냈다.

EBS 내부에서는 이번 사퇴가 단순한 집단행동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윤리를 지키기 위한 양심적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내부 관계자는 “사장 인선의 부당함을 알고도 자리에 남는다면, 공영 방송인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모두가 힘든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보직 간부는 “이제까지 쌓아온 교육방송의 공공성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알박기 인사
거세진 반발

이 같은 대규모 보직 사퇴는 EBS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실무진의 신뢰 상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부 부서에선 업무 공백이 발생했고, 제작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내부 관계자들은 “공영방송의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신동호는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EBS 사옥 앞에서 이를 막아선 구성원 60여명과 2시간가량 대치한 끝에 출근을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현장에는 이준용 EBS 이사가 동행하며 신 사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대해 구성원들은 “사장을 감시해야 할 이사가 대변인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유열 전 방통위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신동호 사장 임명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당성을 상실한 절차로 임명된 사장은 EBS의 신뢰를 훼손하며, 이는 국민과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조속한 법원의 판단을 촉구했다.

또, 법원에 유시춘 방통위 이사장과 일부 이사진 탄원서를 제출해 임명 절차의 위법성을 강조했다.

언론계도 반응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정치적 관계를 가진 인물을 임명하는 것은 위법성과 이해충돌을 야기한다”면서 “신동호는 역대급 정치 이력을 가진 인물이며, 이번 임명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반발도 거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2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서 “신동호 사장 임명은 공영방송 알박기 인사의 결정판”이라며 “이진숙 위원장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은 신 사장의 정치 이력, 방통위의 절차 위반, 이해충돌 문제를 동시에 지적하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교육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EBS 콘텐츠의 독립성과 질적 수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교육 콘텐츠가 정치적 의도에 종속되는 순간, 공교육 보완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직 간부 52명 집단 사퇴
“절차도 정당성도 없었다”

과거 공영방송 낙하산 인사 사례와의 비교도 이번 논란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0년대 초반, 정권교체 이후 KBS와 MBC 등 주요 방송사에 정치적 배경을 지닌 인사가 사장에 임명되면서 구성원들의 집단 퇴사 및 파업으로 이어졌고, 이는 공영방송 신뢰도에 장기적인 타격을 입혔다.

당시 EBS는 상대적으로 독립적 지위를 유지해 왔던 만큼, 이번 사안은 EBS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인사 논란으로 기록되고 있다.

결국 이번 신동호 사장 임명 사태는 단순한 낙하산 논란을 넘어,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공적 기관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통위의 역할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데 있으며, 그 중심에는 투명성과 중립성이라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 같은 원칙들이 무너지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향후 공영방송 전반에 걸쳐 구조적 불신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의 변수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현재 김유열 전 사장이 제기한 효력정지가처분과 본안 소송, 이사진의 탄원서 제출 등 법적 대응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신동호 사장의 임명 효력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사안을 계기로 방통위의 구조 개편, 방통위원 임명 절차의 투명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의 제도 개선 등 구조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언론학계에서는 정치권 인사가 아닌 시민 추천 중심의 사장 선임 제도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으며, 따라서 해당 사안이 방송법 개정과 같은 입법 논의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EBS지부는 계속해서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관 전국언론노조 EBS 지부장은 기자회견서 “신동호는 즉각 사퇴해야 하며, 방통위는 위법한 임명 결정을 철회하고 EBS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EBS 구성원들은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호는 사장 임명 이후 공식 업무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구성원의 출근 저지와 법적 효력 정지 소송이 진행되는 한, 실질적 권한 행사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신동호가 자진사퇴 수순을 밟을지, 또는 정면돌파를 시도할지에 따라 향후 국면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역시 정치적 부담과 법적 책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출근 불가
업무 불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공공성,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과 정치권의 대응이 향후 임명 효력과 방송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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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