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니텍 ‘무자본 M&A’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03 15:21:09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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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맡은 기업사냥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자살 소동까지 벌어진 KT가 신생 사모펀드에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논란을 키웠다. KT는 상장사 이니텍이 모회사 케이티디에스(KT ds)와 업무가 겹친다는 이유로 지분 매각에 나섰었다. 인수 협상할 기업이 없으니 사모펀드에 넘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이니텍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T ds의 매수자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로이투자파트너스(로이)와 사이몬제이앤컴퍼니(사이몬) 컨소시엄(PEF)은 인수 자금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과정 보니···

지난해 10월 KT ds는 이니텍을 시장에 내놨다. 당시 KT ds는 이니텍 지분 57%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복수의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이후 매도 측은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들어간 잠재적 투자자와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다만 이 원매자는 주요 투자자였던 건설사의 의향이 시들해지면서 우선협상자의 몫은 넘어갔다.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로이와 사이몬 컨소시엄에 대해 시장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로이는 2013년 설립된 다담인베스트먼트의 후신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투자사였지만, 사이몬은 지난해 5월 설립된 신생 하우스로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대형 사모펀드(PE)들도 펀딩이 쉽지 않은 상황서 신생 PE가 600억~8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이니텍 입찰에 참여했던 일부 원매자는 “거래종결(딜클로징)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매각 측에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도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인수 자금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서울PE, 유니베스트투자자문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월 협의 과정서 이견이 발생해 컨소시엄은 와해됐다.

사이몬에 정체불명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로이·사이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결국 KT의 책임론이 거론됐다. KT ds는 검증에 철저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보다 매각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다. KT ds가 진행한 이니텍 매각에는 새 주인의 자금 조달 능력과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금에 군침 흘리는 외부 세력
몽땅 빌린 돈으로 인수하는 꼴

상장사 중에는 기업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뒤 내부 자산을 빼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숨어 있는 누군가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횡령하는 경우도 있다. 그 피해는 당장 기업의 임직원과 소액주주가 떠안아야 한다.

이니텍은 1000억원의 현금을 가진 데다 금융보안 분야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이런 강점 덕분에 입찰에서는 사모펀드 등 투자사가 아니라 일반기업인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한 다수의 매수인이 관심을 보였다.

이니텍의 매각은 서울PE와 로이·사이몬 간의 법정 다툼으로 확산됐다. 이니텍은 2021년 8월 KT의 자회사 KT ds에 편입됐고 특별 관계자인 에이치엔씨네트워크가 갖고 있던 지분 중 30%를 KT ds에게 넘긴 구조다.


앞서 지난 1월22일 이니텍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거래에 관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 체결의 건’을 공시했다. 최대주주 KT ds 주식 593만7275주와 에이치엔씨네트워크 주식 534만2794주 합 1128만69주식, 지분율 57%를 로이·사이몬에 841억4500만원, 즉 주당 7460원에 전량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같은 날, 로이와 사이몬은 유니베스트 투자자문과 서울PE를 투자자로 한 주주 간 약정서를 작성했고 실사 이행 보증금 25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서울PE는 이행 보증금과 인수 대금 중 150억원을 지불키로 했는데 주주 동의 없이 2차례 의사 번복을 거쳐 단독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은 인수 대금 200억원, 로이·사이몬이 공동으로 50억원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금융회사 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었다. 이니텍은 2024년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861억원과 투자 목적 부동산 34억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어 기업 사냥꾼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사이먼의 대주주가 M&A 계약 체결 하루 전날인 지난 2월27일 유상증자를 통해 변경되면서 사모펀드가 인수 대금 조달을 위해 쌍방울 측에 손을 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쌍방울은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언급된 조직폭력배(전주 나이트파) 출신 김성태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지난 2023년 해외 도피 중 태국 방콕의 한 골프장서 체포된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사모펀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서 유죄가 선고된 김 전 회장을 출처로 한 투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자금을 대기로 한 투자자문사 측이 지난달 12일 KT ds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 등을 상대로 쌍방울 자금 유입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베스트 고위 관계자는 “사이몬을 통해 지급된 계약금이 코스닥 비투엔(b2en)의 관계사를 거쳐 유입된 것으로 안다”며 “이니텍 임원으로 선임된 명단에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외이사를 지낸 이모씨가 있다”고 말했다.

실적 전무 사모펀드가 800억원을?
쌍방울과 ‘사채’ 투입 의혹 제기

이와 함께 이니텍 새 이사진에 김 전 회장 등과 2001년 게이트 사건의 주인공인 이씨와 밀접한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당초 서울PE와 유니베스트 투자자문이 자금 조달자로 나서고 유니베스트가 계약금 26억원, 서울PE가 58억5천만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사이몬은 LP 자금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제3자 자금 58억5000만원과 서울PE의 이행 보증 자금 25억5000만원을 합해 이니텍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로이·사이몬은 지난 2월12일, 24일 두 차례에 걸쳐 내용증명과 공문을 통해 주주 간 약정서에 명시된 대로 ‘서울PE는 주요 자금 조달자일 뿐, 본인들이 이니텍의 매수인’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주인이 바뀐 이니텍이 신규 선임을 추진 중인 이사진 명단에는 쌍방울그룹의 SI 계열사 비투엔 이사로 있는 인사가 2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김모씨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뉴미디어 비서관을 지낸 인사로 쿠팡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비투엔 이사로 선임됐다.


상근감사 후보로 오른 또 다른 김모씨 역시 축구선수 매니지먼트 기업인 ‘일레븐매니지먼트 코리아’ 대표 등을 지내고 지난 1월 비투엔 이사로 신규 선임된 바 있다.

두 후보는 지난 1월 비투엔 임시주주총회서 임기 3년의 이사로 동시 선임됐는데, 이니텍의 신규 이사와 감사 후보로도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니텍 인수에 비투엔의 모회사인 쌍방울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투엔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시스템을 위탁운영한 SI 업체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한동안 구설에 올랐던 곳이기도 하다.

이니텍의 한 관계자는 “해당 후보들이 주총에 앞서 약력서 비투엔 이력을 지워줄 것을 요청했다”며 “쌍방울과 관계된 이력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 관련 잡음에 지난달 19일 열린 임시이사회서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T의 금융 보안 계열사인 이니텍은 KT ds의 자회사다. KT의 손자회사 격인 이니텍은 1997년 창업한 IT 금융 보안 기업이다. 2011년 KT 계열사로 편입됐고 온라인뱅킹 등과 관련해 국내 다수 금융사들에 금융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의 자회사인 케이뱅크와 BC카드를 비롯해 국민·우리·신한·농협·수협 등 주요 금융사는 물론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사진 포진

BC카드의 자회사 에이치앤씨(H&C)네트워크는 이니텍의 지분 각각 30%와 27%를 갖고 있었다. 사실상 KT가 57% 지분을 갖고 대표이사 선임 등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였다. 순항하던 매각 작업과 달리 사모펀드들의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무자본 M&A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는 주가조작 작전 세력이나 기업사냥꾼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무자본 M&A 의혹을 뒷받침하듯 이니텍 인수에 나선 해당 사모펀드는 인수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일부 투자파트너와 투자금 반환과 관련한 소송에도 휘말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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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