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니텍 ‘무자본 M&A’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03 15:21:09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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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맡은 기업사냥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자살 소동까지 벌어진 KT가 신생 사모펀드에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논란을 키웠다. KT는 상장사 이니텍이 모회사 케이티디에스(KT ds)와 업무가 겹친다는 이유로 지분 매각에 나섰었다. 인수 협상할 기업이 없으니 사모펀드에 넘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이니텍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T ds의 매수자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로이투자파트너스(로이)와 사이몬제이앤컴퍼니(사이몬) 컨소시엄(PEF)은 인수 자금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과정 보니···

지난해 10월 KT ds는 이니텍을 시장에 내놨다. 당시 KT ds는 이니텍 지분 57%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복수의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이후 매도 측은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들어간 잠재적 투자자와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다만 이 원매자는 주요 투자자였던 건설사의 의향이 시들해지면서 우선협상자의 몫은 넘어갔다.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로이와 사이몬 컨소시엄에 대해 시장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로이는 2013년 설립된 다담인베스트먼트의 후신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투자사였지만, 사이몬은 지난해 5월 설립된 신생 하우스로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대형 사모펀드(PE)들도 펀딩이 쉽지 않은 상황서 신생 PE가 600억~8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이니텍 입찰에 참여했던 일부 원매자는 “거래종결(딜클로징)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매각 측에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도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인수 자금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서울PE, 유니베스트투자자문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월 협의 과정서 이견이 발생해 컨소시엄은 와해됐다.

사이몬에 정체불명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로이·사이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결국 KT의 책임론이 거론됐다. KT ds는 검증에 철저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보다 매각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다. KT ds가 진행한 이니텍 매각에는 새 주인의 자금 조달 능력과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금에 군침 흘리는 외부 세력
몽땅 빌린 돈으로 인수하는 꼴

상장사 중에는 기업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뒤 내부 자산을 빼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숨어 있는 누군가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횡령하는 경우도 있다. 그 피해는 당장 기업의 임직원과 소액주주가 떠안아야 한다.

이니텍은 1000억원의 현금을 가진 데다 금융보안 분야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이런 강점 덕분에 입찰에서는 사모펀드 등 투자사가 아니라 일반기업인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한 다수의 매수인이 관심을 보였다.

이니텍의 매각은 서울PE와 로이·사이몬 간의 법정 다툼으로 확산됐다. 이니텍은 2021년 8월 KT의 자회사 KT ds에 편입됐고 특별 관계자인 에이치엔씨네트워크가 갖고 있던 지분 중 30%를 KT ds에게 넘긴 구조다.


앞서 지난 1월22일 이니텍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거래에 관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 체결의 건’을 공시했다. 최대주주 KT ds 주식 593만7275주와 에이치엔씨네트워크 주식 534만2794주 합 1128만69주식, 지분율 57%를 로이·사이몬에 841억4500만원, 즉 주당 7460원에 전량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같은 날, 로이와 사이몬은 유니베스트 투자자문과 서울PE를 투자자로 한 주주 간 약정서를 작성했고 실사 이행 보증금 25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서울PE는 이행 보증금과 인수 대금 중 150억원을 지불키로 했는데 주주 동의 없이 2차례 의사 번복을 거쳐 단독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은 인수 대금 200억원, 로이·사이몬이 공동으로 50억원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금융회사 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었다. 이니텍은 2024년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861억원과 투자 목적 부동산 34억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어 기업 사냥꾼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사이먼의 대주주가 M&A 계약 체결 하루 전날인 지난 2월27일 유상증자를 통해 변경되면서 사모펀드가 인수 대금 조달을 위해 쌍방울 측에 손을 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쌍방울은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언급된 조직폭력배(전주 나이트파) 출신 김성태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지난 2023년 해외 도피 중 태국 방콕의 한 골프장서 체포된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사모펀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서 유죄가 선고된 김 전 회장을 출처로 한 투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자금을 대기로 한 투자자문사 측이 지난달 12일 KT ds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 등을 상대로 쌍방울 자금 유입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베스트 고위 관계자는 “사이몬을 통해 지급된 계약금이 코스닥 비투엔(b2en)의 관계사를 거쳐 유입된 것으로 안다”며 “이니텍 임원으로 선임된 명단에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외이사를 지낸 이모씨가 있다”고 말했다.

실적 전무 사모펀드가 800억원을?
쌍방울과 ‘사채’ 투입 의혹 제기

이와 함께 이니텍 새 이사진에 김 전 회장 등과 2001년 게이트 사건의 주인공인 이씨와 밀접한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당초 서울PE와 유니베스트 투자자문이 자금 조달자로 나서고 유니베스트가 계약금 26억원, 서울PE가 58억5천만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사이몬은 LP 자금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제3자 자금 58억5000만원과 서울PE의 이행 보증 자금 25억5000만원을 합해 이니텍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로이·사이몬은 지난 2월12일, 24일 두 차례에 걸쳐 내용증명과 공문을 통해 주주 간 약정서에 명시된 대로 ‘서울PE는 주요 자금 조달자일 뿐, 본인들이 이니텍의 매수인’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주인이 바뀐 이니텍이 신규 선임을 추진 중인 이사진 명단에는 쌍방울그룹의 SI 계열사 비투엔 이사로 있는 인사가 2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김모씨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뉴미디어 비서관을 지낸 인사로 쿠팡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비투엔 이사로 선임됐다.


상근감사 후보로 오른 또 다른 김모씨 역시 축구선수 매니지먼트 기업인 ‘일레븐매니지먼트 코리아’ 대표 등을 지내고 지난 1월 비투엔 이사로 신규 선임된 바 있다.

두 후보는 지난 1월 비투엔 임시주주총회서 임기 3년의 이사로 동시 선임됐는데, 이니텍의 신규 이사와 감사 후보로도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니텍 인수에 비투엔의 모회사인 쌍방울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투엔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시스템을 위탁운영한 SI 업체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한동안 구설에 올랐던 곳이기도 하다.

이니텍의 한 관계자는 “해당 후보들이 주총에 앞서 약력서 비투엔 이력을 지워줄 것을 요청했다”며 “쌍방울과 관계된 이력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 관련 잡음에 지난달 19일 열린 임시이사회서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T의 금융 보안 계열사인 이니텍은 KT ds의 자회사다. KT의 손자회사 격인 이니텍은 1997년 창업한 IT 금융 보안 기업이다. 2011년 KT 계열사로 편입됐고 온라인뱅킹 등과 관련해 국내 다수 금융사들에 금융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의 자회사인 케이뱅크와 BC카드를 비롯해 국민·우리·신한·농협·수협 등 주요 금융사는 물론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사진 포진

BC카드의 자회사 에이치앤씨(H&C)네트워크는 이니텍의 지분 각각 30%와 27%를 갖고 있었다. 사실상 KT가 57% 지분을 갖고 대표이사 선임 등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였다. 순항하던 매각 작업과 달리 사모펀드들의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무자본 M&A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는 주가조작 작전 세력이나 기업사냥꾼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무자본 M&A 의혹을 뒷받침하듯 이니텍 인수에 나선 해당 사모펀드는 인수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일부 투자파트너와 투자금 반환과 관련한 소송에도 휘말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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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