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이니텍 ‘무자본 M&A’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03 15:21:09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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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맡은 기업사냥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자살 소동까지 벌어진 KT가 신생 사모펀드에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논란을 키웠다. KT는 상장사 이니텍이 모회사 케이티디에스(KT ds)와 업무가 겹친다는 이유로 지분 매각에 나섰었다. 인수 협상할 기업이 없으니 사모펀드에 넘긴 상황이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이니텍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T ds의 매수자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로이투자파트너스(로이)와 사이몬제이앤컴퍼니(사이몬) 컨소시엄(PEF)은 인수 자금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과정 보니···

지난해 10월 KT ds는 이니텍을 시장에 내놨다. 당시 KT ds는 이니텍 지분 57%를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복수의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이후 매도 측은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들어간 잠재적 투자자와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다만 이 원매자는 주요 투자자였던 건설사의 의향이 시들해지면서 우선협상자의 몫은 넘어갔다.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로이와 사이몬 컨소시엄에 대해 시장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로이는 2013년 설립된 다담인베스트먼트의 후신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투자사였지만, 사이몬은 지난해 5월 설립된 신생 하우스로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대형 사모펀드(PE)들도 펀딩이 쉽지 않은 상황서 신생 PE가 600억~8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이니텍 입찰에 참여했던 일부 원매자는 “거래종결(딜클로징)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매각 측에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도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인수 자금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서울PE, 유니베스트투자자문과 손잡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월 협의 과정서 이견이 발생해 컨소시엄은 와해됐다.

사이몬에 정체불명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로이·사이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결국 KT의 책임론이 거론됐다. KT ds는 검증에 철저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보다 매각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다. KT ds가 진행한 이니텍 매각에는 새 주인의 자금 조달 능력과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금에 군침 흘리는 외부 세력
몽땅 빌린 돈으로 인수하는 꼴

상장사 중에는 기업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뒤 내부 자산을 빼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숨어 있는 누군가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횡령하는 경우도 있다. 그 피해는 당장 기업의 임직원과 소액주주가 떠안아야 한다.

이니텍은 1000억원의 현금을 가진 데다 금융보안 분야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이런 강점 덕분에 입찰에서는 사모펀드 등 투자사가 아니라 일반기업인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한 다수의 매수인이 관심을 보였다.

이니텍의 매각은 서울PE와 로이·사이몬 간의 법정 다툼으로 확산됐다. 이니텍은 2021년 8월 KT의 자회사 KT ds에 편입됐고 특별 관계자인 에이치엔씨네트워크가 갖고 있던 지분 중 30%를 KT ds에게 넘긴 구조다.


앞서 지난 1월22일 이니텍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거래에 관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 체결의 건’을 공시했다. 최대주주 KT ds 주식 593만7275주와 에이치엔씨네트워크 주식 534만2794주 합 1128만69주식, 지분율 57%를 로이·사이몬에 841억4500만원, 즉 주당 7460원에 전량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같은 날, 로이와 사이몬은 유니베스트 투자자문과 서울PE를 투자자로 한 주주 간 약정서를 작성했고 실사 이행 보증금 25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서울PE는 이행 보증금과 인수 대금 중 150억원을 지불키로 했는데 주주 동의 없이 2차례 의사 번복을 거쳐 단독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은 인수 대금 200억원, 로이·사이몬이 공동으로 50억원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금융회사 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었다. 이니텍은 2024년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861억원과 투자 목적 부동산 34억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어 기업 사냥꾼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사이먼의 대주주가 M&A 계약 체결 하루 전날인 지난 2월27일 유상증자를 통해 변경되면서 사모펀드가 인수 대금 조달을 위해 쌍방울 측에 손을 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쌍방울은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언급된 조직폭력배(전주 나이트파) 출신 김성태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지난 2023년 해외 도피 중 태국 방콕의 한 골프장서 체포된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사모펀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서 유죄가 선고된 김 전 회장을 출처로 한 투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자금을 대기로 한 투자자문사 측이 지난달 12일 KT ds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 등을 상대로 쌍방울 자금 유입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베스트 고위 관계자는 “사이몬을 통해 지급된 계약금이 코스닥 비투엔(b2en)의 관계사를 거쳐 유입된 것으로 안다”며 “이니텍 임원으로 선임된 명단에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외이사를 지낸 이모씨가 있다”고 말했다.

실적 전무 사모펀드가 800억원을?
쌍방울과 ‘사채’ 투입 의혹 제기

이와 함께 이니텍 새 이사진에 김 전 회장 등과 2001년 게이트 사건의 주인공인 이씨와 밀접한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당초 서울PE와 유니베스트 투자자문이 자금 조달자로 나서고 유니베스트가 계약금 26억원, 서울PE가 58억5천만원을 준비했다.

하지만 사이몬은 LP 자금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제3자 자금 58억5000만원과 서울PE의 이행 보증 자금 25억5000만원을 합해 이니텍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로이·사이몬은 지난 2월12일, 24일 두 차례에 걸쳐 내용증명과 공문을 통해 주주 간 약정서에 명시된 대로 ‘서울PE는 주요 자금 조달자일 뿐, 본인들이 이니텍의 매수인’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주인이 바뀐 이니텍이 신규 선임을 추진 중인 이사진 명단에는 쌍방울그룹의 SI 계열사 비투엔 이사로 있는 인사가 2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김모씨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뉴미디어 비서관을 지낸 인사로 쿠팡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비투엔 이사로 선임됐다.


상근감사 후보로 오른 또 다른 김모씨 역시 축구선수 매니지먼트 기업인 ‘일레븐매니지먼트 코리아’ 대표 등을 지내고 지난 1월 비투엔 이사로 신규 선임된 바 있다.

두 후보는 지난 1월 비투엔 임시주주총회서 임기 3년의 이사로 동시 선임됐는데, 이니텍의 신규 이사와 감사 후보로도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니텍 인수에 비투엔의 모회사인 쌍방울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투엔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 시스템을 위탁운영한 SI 업체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한동안 구설에 올랐던 곳이기도 하다.

이니텍의 한 관계자는 “해당 후보들이 주총에 앞서 약력서 비투엔 이력을 지워줄 것을 요청했다”며 “쌍방울과 관계된 이력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매각 관련 잡음에 지난달 19일 열린 임시이사회서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T의 금융 보안 계열사인 이니텍은 KT ds의 자회사다. KT의 손자회사 격인 이니텍은 1997년 창업한 IT 금융 보안 기업이다. 2011년 KT 계열사로 편입됐고 온라인뱅킹 등과 관련해 국내 다수 금융사들에 금융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의 자회사인 케이뱅크와 BC카드를 비롯해 국민·우리·신한·농협·수협 등 주요 금융사는 물론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사진 포진

BC카드의 자회사 에이치앤씨(H&C)네트워크는 이니텍의 지분 각각 30%와 27%를 갖고 있었다. 사실상 KT가 57% 지분을 갖고 대표이사 선임 등에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였다. 순항하던 매각 작업과 달리 사모펀드들의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무자본 M&A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는 주가조작 작전 세력이나 기업사냥꾼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무자본 M&A 의혹을 뒷받침하듯 이니텍 인수에 나선 해당 사모펀드는 인수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일부 투자파트너와 투자금 반환과 관련한 소송에도 휘말린 것으로도 확인됐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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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