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나도 안 터지는 스프링클러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8 09:40:38
  • 호수 1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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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도 모르는 ‘소화 장식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국적으로 화재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프링클러 및 소화전 작동불능에 관한 소방청의 규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물 내 소화 펌프의 압력과 방수량을 측정하는 ‘유량측정장치’가 화재안전기술인증 강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혹여 수압이 부족해 화재가 발생한 고층까지 물이 공급되지 못한다면 스프링클러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유량측정장치(이하 유량계)는 소화 펌프가 뿜어내는 물의 양과 압력 등을 측정하는 기계다. 건물의 배관공사 초기부터 안정적인 유량을 측정하기 위해 ‘성능시험 배관’을 설치하고, 여기에 펌프가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확인을 위해 유량계를 설치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소화전의 성능곡선과 방사압, 토출량 등의 적정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상한 기준
권고와 의무

과거에는 성능시험 배관에 구멍을 뚫어 밴드로 체결한 부표 유량계가 사용됐다. 현재는 대부분 ‘차압 면적식 오리피스형 유량계’가 쓰이고 있다. 오리피스는 구멍이 뚫린 판을 의미하며, 유체가 배관 내에 오리피스를 통과하면서 생기는 압력 차로 유량을 측정하는 것을 오리피스형 유량계라고 한다.

문제는 대부분 소방설비 회사에서 유량계의 기준을 배관 크기에 따라 시험하는 대신, 배관공사를 임의로 정한 뒤 유량계를 설치해 시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지름 32A의 작은 배관에 65A의 성능시험 배관과 65A 유량계를 설치해 성능시험을 한다는 것이다. 65A보다 작은 배관의 LPM도 얼마든 측정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는 유량계의 원리를 무시하는 방식이다. 펌프의 성능과 별개로 배관 크기와 모양 등에 따라 유량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제 ‘LPM(분당 리터)’에 비례해 유량계를 선정한 후 그에 맞는 성능시험 배관에 유량계를 설치해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유량은 배관의 면적과 물의 유속을 곱해 나온다. 유량계는 이를 바탕으로 오리피스를 사용해 물의 차압을 이용해 제작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실제 배관의 크기에 맞지 않는 부적합한 실험은 필연적으로 오차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방수량 조작 가능한 유량계 유통
청, 규제 없는 유량계 성능인증

소화 펌프의 LPM이 높게 나와도 배관의 길이나 굵기에 따라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에 전달되는 LPM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량계 측정이 정확하지 않다면 어느 곳에서도 소화전과 스프링클러 오작동의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 LPM이 낮으면 고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 물이 전달되지 않아 화재 예방이 어렵다. 따라서 스프링클러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선 펌프서 발생한 물이 배관으로 전달되는 유량계의 측정 결과를 계산해서 배관 설계를 하는 것이 맞다.

이런 배경에는 건축주 등이 유량계의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 시공사는 유량계 업체에게 유량 설정값을 조작해 준공검사에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장에 설치된 펌프의 정격 유량이 부족할 경우, 유량계 상부에 홀을 뚫고 물의 유입량을 조절해 인위적으로 부표가 정상적인 유량을 표시하도록 조작하는 방식이다.


고층 빌딩서의 낮은 수압이 스프링클러 오작동의 원인이 된 경우는 실제로 있었다. 2020년 2월 인천 서구 모 아파트 2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아파트 소화설비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배관 누수 문제로 펌프 압력을 낮게 설정해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있어도
안 쓴다

이 불로 A씨가 거주하는 세대와 바로 위층 세대 내부가 모두 탔다. 또 인접 세대와 건물 외벽에 그을음 등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소방청은 모든 소방공사에 성능 위주 설계로 공사를 진행하게 하며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에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만, 소방청이 2023년 3월28일 발표한 ‘성능인증의 대상이 되는 소방용품의 품목에 관한 고시’에서 유량계는 화재안전기술인증(NFTC)의 강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화재안전기술인증 강제 대상이 아닌 유량계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인증을 받지 않아도 유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소방당국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유량계가 화재안전기술인증 강제 적용 대상이 아닌 부분에 관해선 정확한 이유를 검토해보겠다”면서도 “통상적으로 펌프의 수압이 스프링클러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준공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공사가 제조업체에 유량계 조작을 의뢰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물음엔 “그런 경우가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요즘은 압력 수치 조작이 불가능한 전자식 유량계도 있다”고 답했다. 결국 소방 당국은 유량계의 성능보다 소화 펌프의 성능을 믿고 맡긴 셈이다. 3년 전 모 업체에서 전자식 유량계가 개발됐지만, 측정오차가 심해 현장에서 사용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소방청도
모르는 일

지난해 9월 KFI에서 차압 면적식 오리피스형 유량계에 대한 성능인증 기준이 발표됐다. 소방청서 유량계의 기술기준과 시험 세칙을 만들라는 지시에 따라 KFI가 3년 동안 유량계의 성능인증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유량계는 소방청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업체들은 인증받지 않은 제품을 저가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유량계가 부정확하게 측정되는 이유다. 현장서 유량계를 무작위로 수거해 교정검사 기관에 의뢰하면 밝혀질 일이지만 눈감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한 제조업체서 유량계를 생산하고 여러 곳에서 스티커를 바꿔가며 납품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고품질보단 저가, 저품질이 우선시되는 소방업계 상황을 견디지 못한 유량계 전문업체가 도산하는 일도 발생했다. 스프링클러의 성능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국내에선 배관 외부서 초음파를 방사해 물의 속도에 따라 변화를 받는 투과파나 반사파를 읽고 유량을 측정하는 ‘초음파 유량계’가 개발되기도 했다.


수압·수량 체크 눈 가리고 아웅
불길 못 잡는 먹통 원인 중 하나

또 현장서 스프링클러의 수압과 수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험밸브함도 개발됐다. 소방용 엔진 펌프 분야 전문기업 A사는 버튼식 압력계와 벤투리관을 응용한 차압 면적식 유량계 등으로 구성된 스프링클러 설비 시험밸브함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공급에 나섰다.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비는 일정 규모의 근린생활시설과 교육연구시설 내 합숙소, 노유자 시설, 무창층 또는 지하층에 설치된 다중이용업소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스프링클러 설비는 가장 먼 배관서 2개의 헤드를 개방했을 때 방수압력과 방수량이 각각 0.1MPa 이상, 50ℓ/min 이상 유지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이때 시험밸브함은 스프링클러 설비의 성능 확인을 위해 배관 끝부분에 부착된다.

기존 시험밸브함에는 방수 압력을 측정하는 압력게이지만 부착돼있다. 방수 압력은 이 게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방수량 측정을 위해서는 함 내에 있는 밸브를 개방하고 시간을 체크하는 등 일일이 사람 손이 닿아야 한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배관에 정체 모를 이물질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방수 압력을 조작하는 불법시공 등이 적발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방수 압력이 0.1MPa 이상이 되면 방수량이 50ℓ/min 이상이 유지된다는 통상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검사 시 방수 압력만 체크한다는 점을 시공업체들이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청 관계자
“그럴 리가···”


한편, 191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부상당했던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 사고의 원인도 스프링클러와 물 공급의 부재 및 소화전의 작동불능이 원인이었다. 현재도 소방 안전에 관련된 기술과 제품은 5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소방호스의 꼬임 방지에 대한 개선이 논의됐다. 기존 소방호스는 마찰손실이 클뿐더러 유량의 적정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불투명한 상황서 화재 예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화재 조기 진압을 위해 화재안전기술인증을 강제화해 소방 시설의 안정성을 높여야 할 상황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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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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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