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100조 꿈꾸는 물류 베테랑 승부사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4 09:08:01
  • 호수 1524호
  • 댓글 3개

“고객이 ‘큐’하면 우린 무조건 ‘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넘쳐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는 배송 기사들은 운송료를 받는 데만 한 달을 기다린다. 배송을 주선하는 운송사가 운송료를 선결제해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신재명 큐런그룹 회장은 화물차주들의 고된 현실을 해소하고자 물류 네트워크 개발에 나섰다.

2020년 큐런을 설립한 신재명 회장은 꿈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였다. 배송의 속도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물류 업계에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국내 42만군데가 넘는 물류 회사들 속에서 문제 해결 중심 원칙을 외치는 신 회장을 만나봤다.

주문과 동시에

과거엔 물류 운송을 위한 인프라나 인력, 장비에 대한 비용이 저렴했다. 과거에 비해 현재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요인과 불경기가 맞물려 효율적인 비용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대리점만 늘리는 물류 시스템으로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큐런은 대리점망을 구축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워 IT 플랫폼을 통한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우선시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주문과 동시에 직접 배송을 실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배송 네트워크가 완성돼야 한다.

신 회장은 “배송 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빠른 선지급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큐런은 배송 기사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배송 네트워크의 안정화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미배송, 오배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기사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결국 화주들도 큐런을 믿고 화물을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큐런은 기사들을 위한 자금 지원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물류 주선이 주요 사업인 큐런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류 주선 업계에선 강점을 갖고 지속하고 있는 데 더해 더 빠른 배송 속도를 요구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충족시키려는 기업이다. 큐런은 경쟁사가 범람하는 업계서 차별화를 위해 ‘24시 번개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물류센터 매입을 위해서도 분주하다. 1만5000평 규모의 수도권 물류센터 3-4개를 확보해 수도권에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국방 물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윤국 전 국군수송사령부 소장을 부사장으로 세워 군수송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 개발 선진화 주도
24시 번개배송···4년 내 100조 목표

신 회장은 “이미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에 대한 경험이 쌓여 있다. 더 빠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다음 날 배송해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큐런의 24시 번개배송은 조금 다르다”며 “6시간 내 배송을 기획하고 PT하는 과정서 ‘택배’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기존 택배 시스템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택배는 집하가 중요한 데 고객의 주문과 동시에 빠른배송이 가능하도록 촘촘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0개 정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주간에 빠르게 배송해주거나 새벽 배송으로 서비스가 진행되는데 큐런은 24시간 언제라도 주문이 들어오면 6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하려고 한다. 이 과정서 1분이라도 시간을 허비하는 방식을 배제할 것”이라며 “기존의 택배처럼 집하 개념이 아닌 자사몰을 운영하고 빠른 배송이 필요한 기업에 큐런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잘 아는 신 회장은 수기 송장과 수기 계산서가 사용되는 불편함과 전화로 배차하는 아날로그 방식까지 없애면서 배송 속도를 더욱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내내 신 회장의 휴대전화 3개는 쉴 틈 없이 울렸다. 현장 업무도 직접 관리하는 그는 회장이라는 직에 걸맞은 권위적인 이미지보다 실무자 모습에 가까웠다. 물류 기사들과 통화하는 업무서 그는 설득을 통한 상호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스스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보였다.

신 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흐름에 맞춰서 준비를 지속하고 있고 그 과정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면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큐런이라는 상호도 고객이 ‘큐’를 외치면 ‘런’하겠다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큐런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서비스인 ‘24시 번개배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언제라도 6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산 개발은 끝난 상황이며 서울 수도권에 5개의 거점을 확보해 최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는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그의 철학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신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발표한 매출 100조 달성 목표는 실무자로서의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됐다. 큐런은 지난 1월6일 ‘2025 신속히 도약해 비상하자!’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서 이같이 발표했다.

당시 큐런그룹 계열사인 큐런네트웍스, 시사픽, 짐플러스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권안식 규런네트웍스 총괄고문은 “큐런맨이 물류산업 전반에 관한 핵심 포인트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연에 나선 이현우 전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큐런그룹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비상하기 위해선 국내외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리스크를 줄이고 큰 비전을 품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신 회장은 “전 계열사 임직원이 전략적 비전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직원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임직원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큐런 임직원들의 의기투합은 신 회장의 리더십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배송 기사님을 위한 회사
운송료 선결제 도입 호평

큐런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일인데, 배송 기사들의 경제적인 여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지급 구조를 만들겠다”며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상생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류 업계는 기존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는 형태다. 이 과정서 회사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큐런은 물류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실제로 보름서 한 달 뒤에나 운송료를 받는 기사들은 체감상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60일처럼 느낀다고 한다.

당당한 그에게도 과거의 아픔은 있었다. 지난 2022년 큐런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고난이 찾아왔다. 큐런은 당시 큐런 택배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기존의 택배와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 회장이 과거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큐런 그룹서 겪지 않도록 계획한 이유다.

한편, 신 회장은 전문가 수준의 무예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4월 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사)대한합기도무예협회장 취임식서 “합기도인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합기도의 과학화와 지도자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용 다이어트

신 회장은 “특히 대한합기도무예협회의 목적인 합기도 사범의 해외 파견과 초청, 국제교류, 국내외 합기도 대회 개최, 합기도 관련 서적과 역사 편찬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임기 중에 속도를 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합기도무예협회 공인 6단이다. 또 지난 2년간 (사)한국권투협회 제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권투 종목의 위상 제고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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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