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언이설 술수 '저축성보험'의 함정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1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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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발림 말장난에 속지 마세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은행 및 보험사들이 단기 예·적금을 가입하려는 고객에 '저축성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고객들이 장기상품을 끝까지 유지 못 하는 점을 노리고 접근한다. 최근 CD금리 담합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금융사들은 결코 소비자 편이 아니다.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저축성보험의 함정을 파해쳐 봤다.

"네, 고객님. 요즘 금리 형편없는 거 아시죠? 일반적금으로는 절대 목돈 못 만드세요. 이 상품은 이번에 새로 나왔는데요, 일반적금보다 금리도 높고 심지어 요즘 복리상품 거의 없는데 이 상품은 복리상품으로 기획됐어요. 10년 이상 유지하시면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으세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서 가입 안 하시면 나중에 후회하세요."

맨날 '마지막 기회'

'이자 전액 비과세에 복리 효과까지!'

보험사에서 저축성(연금)보험을 홍보하는 문구로 은행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씨 역시 2년 전 은행에 저축상품을 가입하러 갔다가 은행 상담원의 권유에 복리 비과세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 상담원이 일반 저축상품과 복리 비과세 상품의 만기금액을 비교해주는 표까지 보여주며 해당 상품이 일반 저축상품보다 수익이 월등하다고 설명해 별다른 의심 없이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다. 2년 후 저축성보험을 해약하게 된 김씨는 뼈저리게 후회해야 했다. 중도해지하면 사업비 10%뿐만 아니라 해지 공제금액까지 빠지게 돼 환급금이 원금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때 상담원 말을 듣지 않고 일반예금을 들었으면 이렇게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저축도 되고, 보험도 되는 저축성보험 상품이 요즘 부쩍 성장세다. 많은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상품의 복리이자 제공을 부각하며 가입을 권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저축은행이 하나 둘 문을 닫게 되자 갈 곳 잃은 소비자들의 돈이 저축성보험에 몰리게 된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은행적금 금리보다 높고, 10년 이상 장기 유지 시에는 비과세인데다가 복리이율까지 적용된다며 저축성보험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공시이율이 은행의 적금금리보다 높은데다가 복리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저축성보험을 많이 들고 있다. 금융상품 역시 이자를 받으면 이자의 15.4%를 세금으로 징수당하는데 비과세 상품이라고 홍보하니 이에 혹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의 수익률이 여타 금융상품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연 복리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납입 금액 전부가 복리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적금은 계약자가 납입한 원금 전액이 이자율에 따라 적립되는 반면 저축성보험은 상품의 특성상 각종 운영비가 공제된 금액이 적립된다. 이때 운영비는 보통 7∼10% 정도.

즉 월 100만원씩 보험료를 납입한다고 가정하면, 이것저것 10%를 운영비로 차감하고 나머지 90만원에 대한 복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비과세에 복리이자로 목돈 마련" 호객 나서
유지 못하면 원금 날려…수익률도 높지 않아

이뿐 아니라 중도 해지할 경우 보험사는 운영비를 제한 계약자 적립금에서 해지공제액도 차감한 후 환급금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 후 5∼6년 이상 지나야 원금을 맞출 수 있고 10년 이상 장기로 유지해야 손해 보지 않는 구조인 것. 이 때문에 수년 내에 저축성보험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원금에 한참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또 저축성보험의 보장은 대부분 사망이나 중대 장애 발생 시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이에 대부분 사람들이 하나 정도는 들고 있는 보장성 보험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보험 기능이 떨어지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공시이율과 비과세혜택 외에도 예정사업비지수, 사망보험금 등을 세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비자들이 꼭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또 있다.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시중금리를 반영한 변동금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은행의 상담원이나 보험사의 영업원들은 현재의 공시이율을 기준 삼아 10년 후 수익률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말께 저축성보험과 은행 예·적금 상품의 10년 만기 수익률을 비교하면 저축성보험이 3%포인트 정도 더 높았다. 당시 비교표만 보면 예·적금보다 저축성보험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시중 공시이율이 0.5% 가까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저축성보험의 10년 후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과 같은 꼭 복리상품이 아니더라도 복리 운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복리란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와는 달리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을 말하는 데 1년 만기 정기적금을 납입하고 만기 후에 원리금을 그대로 정기예금으로 가입하는 것을 반복하면 연 복리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저축성보험의 10년 만기 수익률이 보통 115∼120%인데 이 정도 수익은 앞서 언급한 방법대로 운영한다면 이자소득세(15.4%)를 떼는 은행의 예·적금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저축성보험의 맹점은 10년 이상 저축성보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보험 가입자 중 45% 가까이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또 보험연구원의 '생명보험 상품별 해지율 추정 및 예측 모형(2010)'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연동형 상품의 9년 차(108개월) 유지율이 2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을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10년 이상 유지하는 사람이 네 명 중 한 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설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4%만 10년 유지

오늘날 장기불황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가는 상황 속에서 중산층 이하가 장기저축을 꾸준히 유지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납입하는 돈이 적어 비과세 혜택을 받더라도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수익률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저축성보험의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는 경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고소득층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받는 사람들은 금액 한도와 관계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유용하다"면서 "고소득층이거나 철저하게 재테크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경우라면 저축성보험보다 은행의 예·적금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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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