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㊶희망의 단절로 인한 아픔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3.03 04:00:00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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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이 직접 본 건 아니잖아 뭐.”

“나야 누에똥 치우느라 바빠서 그 멋진 러브 스토리의 일장면을 못 봤으니 억울한 노릇이지.”

“괜한 상상은 하지도 마. 아닌 밤중에 귀신을 봤다고 지어내는 애들인데 뭘 믿겠어.”

용운은 애써 반론을 폈다. 박꽃 같은 누나의 이미지와 으슥한 뽕밭은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용운의 머릿속엔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젖가슴이 자꾸 떠올랐다.

억누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용운은 야릇한 상상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그 뒤로 두 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소문은 공상의 가지를 계속 치며 입에서 입으로 번져 나갔다.


달라진 백곰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이 왔다.

백곰 반장은 몰라보리만치 달라져 있었다. 위악적인 살인미소도 전혀 짓지 않고 벙어리라도 된 듯 아예 입을 봉해 버린 것이었다.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거나, 혹은 밖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기가 일쑤였다. 원생들을 지휘 감독해야 할 직책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반원들에게 쌍욕을 하지도 않았고 구타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남에게 욕하는 자에게만 욕을 퍼붓고 남을 구타하는 자만 오달지게 때려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했다.

살도 좀 빠졌다. 원래 백곰은 일개 악한이면서도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정의감이랄까, 이른바 ‘깡패의 순정’을 지닌 왕초처럼 행세하길 좋아했었다. 주관이 너무 강해 유치해 보일 정도였다.

하긴 한 구역의 왕초니까 그것도 통했겠지만 말이다.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혁명 영웅이자 새 시대의 지도자’를 숭앙하면서 자신도 작은 영역에서나마 소영웅이 되길 바라는 듯 열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저렇게 이상해져 버렸을까? 용운은 그의 몰골을 보면서 한편으론 좀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왕거미 사장은 한동안 두고보다가 그에게서 반장직을 박탈해 버렸다. 대신 반장을 보좌하던 스라소니가 반장직을 승계했다.

겨울에는 공동작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각자 직업보도부에 들어가서 한 가지 기술을 익혔다. 용운은 목공부에 들어가 열심히 기술교육을 받았다.

희망의 단절로 인한 아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열심히 나무를 다듬고 나비장을 끼워 책상과 걸상을 조립했다.

큰 문짝도 만들었다. 날이 지나면서 담당선생도 용운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녀석, 보기보다 손끝이 매운걸?”

그러면서 그는 남보다 몇 배의 정성을 쏟아 가르쳤다. 실톱이나 애끌 같은 연장도 내주기를 꺼리지 않았다. 실습 시간 틈틈이 용운은 목각상 하나를 조각했다.

조그마한 엄마의 상반신 상이었다. 현실에서 엄마를 못 보는 대신 그 상징으로 삼아 분신처럼 지니고 다닐 생각이었다. 엄마의 실제 모습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조각해 나갔다.

얼굴의 선은 갸름하게 잡았고 콧날은 뾰족하게 살렸다. 눈에 쌍꺼풀도 새겨넣었다. 우아한 표정에 미소를 머금도록 했다.

그렇게 모상(母像)에 몰두할 즈음 원생들 사이에서 불길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백곰 반장이 조만간 딴 곳으로 옮겨진다는 것이었다. 전라도의 고하도 감화원으로 보내진다고도 했고 군에 입대한다고도 했다.

어느 쪽이 됐건 이별이었다.

급기야 죽음 초월한 삶
스르르 지워진 ‘엄마’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고 용운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어떤 어두운 예감이 마음 한구석에 걸려 오던 참이었다. 용운은 가슴속이 허전해지는 한편 왠지 시원스러워지기도 했다.

누나의 박꽃 같은 얼굴이 떠오르면서 어떤 안도감과 희열이 솟그치기도 했다. 그것이 질투의 감정임을 깨달은 용운은 스스로 좀 놀랐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백곰 반장의 표정에는 그 어떤 변화도 일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눈을 감고 벽에 기대 있거나 화단을 바라볼 뿐이었다.

목공실 벽면엔 작업대가 가설돼있고 그 위에 끌, 망치, 톱, 대패 따위가 놓여 있었다. 목공실에 들어가면 향긋한 나무 내음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내음은 오래 전에 고향의 학교에서 향나무 연필을 깎으며 맡았던 것이었다. 작업대 바닥에 떨어지는 톱밥에서도 구수한 냄새가 났다. 그건 어쩌면 나무 냄새라고 하기보다 나무 속살 내음이라고 해야 될 듯했다.

나무의 속살이 점점 더 드러날수록 향긋한 내음은 한결 그윽하게 풍겼다.


나무 속살은 향긋한 내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색깔도 너무 고왔다. 작업을 하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는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사람이 죽으면 그 육체는 썩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런데 나무는 죽어서 오히려 고상한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나무는 그 죽음을 초월한 삶을 얘기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속 깊이 나이테를 아로새기며 살아온 걸까?

용운은 나무를 매만지면서, 자신도 나무의 심성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어떤 고통스런 일이나 죽음 같은 생활에 억눌려 누추하게 변질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극복해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믿었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 그날은 엄마의 상이 마무리되는 날이기도 했다. 어쭙잖은 솜씨였지만 사포질을 말끔히 하고 나니 그런 대로 엄마다워 보였다.

용운은 그것을 가지고 창가로 갔다. 잔뜩 흐린 하늘이 창살 사이로 내다보였다.
“아, 엄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엄마의 목상

용운은 슬픈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유리창에 김이 서렸다. 용운은 그 위에 ‘엄마’라고 써 보았다. 잠시 후 그것은 스르르 지워져 버렸다.

첫눈이 희끗희끗 내리기 시작했다. 센 바람이 불어오는지 눈송이들은 바라던 자리에 내려앉지 못하고 어딘가로 훌쩍 날려가곤 했다. 그때였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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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