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은 ‘엘시티’ 게이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27 14:14:05
  • 호수 1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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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러난 ‘LCT 패밀리’ 민낯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의 두 아들이 법정에 섰다. 사기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장남 A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베일에 가려진 차남 B씨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이 회장의 옥중 경영을 도운 변호인도 실형에 처해졌다.

이영복 회장은 엘시티(LCT)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른바 ‘엘시티 게이트’의 주범이다. 횡령·배임(약 709억원)과 5억3000여만원의 금품 로비 등 혐의로 2016년 11월 구속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가 2022년 11월 출소했다. 사실상 ‘엘시티 왕국’을 이룩한 조력자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력자들

이 회장의 장남 A씨는 엘시티에 대한 분양대행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겠다고 속여 32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거액의 채무를 부담한 상황을 숨기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거금 32억원을 편취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는 부동산 분양사업에 상당히 전문성 있는 전문가로서 이씨가 변제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업시설 독점 분양을 통해 큰 수익을 얻기 위해 큰 금액을 빌려줬다”며 “범행의 발생에 피해자 책임도 일부 존재한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6월경 피해자로부터 32억원을 빌리는 대가로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엘시티 민간사업자 엘시티피에프브이(PFV)가 소유한 부산 해운대 소재 상업시설에 대한 독점적 분양 대행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고 돈을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같은 해 12월 A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 2023년 1월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과 A씨는 죽이 잘 맞는 부자로 보인다. 이 회장은 부동산개발사업에 지분만 소유할 뿐 대표이사나 감사 등의 직책을 맡지 않았다. 실제로 청안건설, 엘시티(옛 트리플스퀘어자산관리), 엘시티PFV, 제이피홀딩스, 제이피홀딩스PFV, 맥서러씨 등 관련 회사 법인등기사항 일부 증명서와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영복 회장 장남 사기·차남 탈세
분양대행으로 뜯고 소득세 등 체납

A씨도 이 회장처럼 은둔 경영자였다. 실제로 A씨가 대표이사를 지낸 건 제이피홀딩스서 7개월(2009년 10월13일~2010년 5월11일), 맥서리씨에서 1년 1개월(2005년 8월16일~2006년 9월13일)이 전부다. 다만, 그는 제이피홀딩스PFV 지분 75.33%를 소유했고, 제이피홀딩스PFV는 제이피홀딩스의 지분 94.1%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맥서러씨의 지분 75.33%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개발사업과 무관한 에프엑스기어의 대표이사 자격으로 공개 인터뷰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로 2005년 2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그해 7월 사임했다가, 2007년 5월 재취임해 지난 10월10일까지 해당 직을 지냈다.

A씨는 ‘엘시티 게이트’의 논란을 키운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A씨는 박근혜정부 당시 창조경제 사업부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회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 등 인맥을 이용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해당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가상현실(VR) 기기 업체인 에프엑스기어 대표이사로 활동하던 2013년 11월, 미래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창조경제문화운동’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해당 추진위원회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홍보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2013∼2014년 두 번 회의를 연 후 운영 실적이 없었다.

당시 추진위원으로는 학자·연구원·기업가·창업 교육 전문가 등이 선발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업에 성공했고 창조경제에 기여할 사람을 인터넷 검색이나 주변 추천을 통해 무작위로 뽑았다”며 “당시 30∼40대 후보군 중 A씨가 있었고 객관적으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봤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창의재단은 최순실 파문에 휘말린 적이 있다.

최씨의 조카 사돈인 김모씨가 기업 파견직으로 창의재단서 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서울대 이공계 박사 출신으로 지난 2004년 에프엑스기어를 창업해 대표를 맡다가 2016년 10월 퇴사해 부친 이 회장의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과 계모임
비선 실세의 추억

이 회장의 가족으로는 부인 박씨와 두 아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A씨가 장남으로 알려져 있으며, 박씨와 차남 B씨의 실명은 언급되지 않았다. 차남 B씨는 지난달 7일 법정 구속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문경훈 판사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B씨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1억원 규모의 재산을 은닉·탈루하고 10억원 이상을 체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모친 박씨에게서 받은 돈의 증여세나 본인 종합소득세, 회사 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 18억2475만원을 체납했다.

B씨는 2017년 12월 세무서에서 과세예고통지서를 보내오자 자신의 재산을 숨기기 위해 서울 아파트 임차보증금(29억여원) 중 10억원을 지인에게, 14억여원을 모친에게 넘겼다.

문 판사는 “은닉·면탈한 재산의 가액이 11억9243만원에 이르고, 현재까지 10억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필적 범의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과거 이 회장의 변호인이자 엘시티PFV 대표이사 강모씨도 지난 12일 실형을 받았으나 법정 구속은 면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이창민 판사는 특수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징역 8개월형을 선고했다.

강씨는 2023년 3월22일 엘시티 워터파크와 관련한 유치권 분쟁 과정서 용역을 동원해 상대 업체 측 직원을 사무실서 끌어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1999년 이 회장의 또 다른 특혜 개발 건인 ‘다대·만덕지구 사건’ 수사를 맡았던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변호사 개업 후엔 엘시티 특혜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이 회장을 수시로 접견한 ‘집사 변호사’로 알려진 바 있다.

집사 변호사

이 판사는 “(강씨는)대표이사 지위서 용역업체와 만나 계약 체결을 협의하는 등 용역 이행에 관한 보고를 받았는데도 이를 지시한 바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8년 엘시티 재판 사건 진행 내용에 따르면, 강씨는 그해 6월28일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이 회장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 과거 이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가 오른팔로 둔갑한 것이다. 변호인이자 회사 대표인 덕에 강씨가 이 회장의 옥중 경영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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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