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HID 진술 막전막후

“사살 명령, 당연히 따랐을 것”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최근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정보사 HID 요원들의 검찰 진술 내용이 공개되고 있다. 이들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지휘 아래 판교와 서울 모처서 대기했다. 노 전 사령관은 HID 요원을 이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체포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플랜을 짰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HID 요원의 주요 임무가 ‘체포’에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정부 비판 인사 500여명을 수집 및 수거할 계획을 자신의 노트에 작성했다. 이 노트는 지난해 초부터 자신의 측근들 및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12·3 비상계엄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 노트에 작성된 플랜 일부는 당시 실행됐다.

비상식적 플랜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관계자 체포 등 임무를 맡은 경기도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 집결한 수사2단 요원 38명 중 대부분은 특수공작부대(HID) 출신이다.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보사 간부로부터 “(수사2단으로 차출된 명단 중)HID 요원은 5명뿐이지만 명단의 상당수가 HID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10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고, 누구에게 경력이나 이름을 거론해도 인정받을 수 있는 ‘탑급’ 대원들”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다른 군 간부는 검사가 ‘야권의 한동훈 암살 주장이 현실성 있냐’고 묻자 “HID 부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상부의 지시에 따르기 때문에 만약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한동훈 사살’을 명령했다면 HID 부대원들은 그 지시를 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 아래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휘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 대상을 “민간 대형 선박”이나 “폐군함”에 실어 “연평도(로) 이송”하고 “실미도 하차 후 이동 간 적정한 곳에서 폭파하도록 한다”는 계획의 실행 주체로 특수요원이 언급된다. 민통선 이북서 수거 대상을 사살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대목에서도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체포, 주 임무 아니다”
노상원 수첩에 적힌 계획
일부 실행됐거나 준비

HID 출신 한 관계자는 “계획과 실행은 다르다. 노상원이나 문상호가 정치인 암살을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반발했을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응했던 한 정보사 간부는 “계엄에 애초 정보사가 가담해서는 안 된다. 관련 법도 없다. 국가 비상사태였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과 군 수뇌부에 이용당했다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관계자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김봉규 정보사 대령에게 사격·폭파를 잘하는 인원을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비상계엄 당시 정보사의 임무는 선관위 장악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격·폭파 능력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기에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수첩에 적은 대로 ‘수거 대상’을 폭파 방식으로 제거하기 위해 정보사 요원을 선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 대령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0월 초중순)노 전 사령관이 전화해서 ‘사격 잘하고 폭파 잘하는 인원 중 7~8명을 나에게 추천 좀 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지난해)10월 말경에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텔레그램 전화가 와서, 특수부대 요원으로 5명 정도를 선발하고, 우회공작(제3자를 통한 공작) 인원으로 15명 정도를 선발하라” 했다고 진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해 ‘경고성’이라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의 주장과 대조적이다.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로 이동해 본격적인 부정선거 의혹 확인에 나설 계획이었다. 당시 경기 성남시 판교 100여단에서 대기하던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김 대령에게 “계엄을 위해 선발한 인원 중 1명을 내일 아침 노 전 사령관에게 보내서 모시고 오라”고 말했다.

정보사 간부 검 조사서
“계획과 실행 다른 문제”

당시 현장에 있던 정보사 정성욱 대령은 변호인을 통해 “4일 아침에 차량으로 노 사령관을 모시고 오라는 것을 들었다”며 “제 사무실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대령이 정보사령부 소속 A 소령에게 수사단장 행정보좌관으로서 오전 5시40분까지 선관위로 모셔 오는 등 노 전 사령관의 수행 임무를 부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대원들 역시 선관위 이동 계획을 공유받았다.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 대원들에게 “선관위 직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 내에 있는 벙커로 옮길 것이며, 버스를 준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선관위 직원들의 체포와 조사에 케이블타이나 야구 방망이 등의 사용을 계획하기도 했다. 선관위에 투입됐던 정보사 대원들은 무력을 동원해 계엄 다음날 계획까지 미리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이던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비화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계엄이 무산된 다음날인 12월4일 오전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은 100여단 사무실서 문 전 사령관에게 “노 전 사령관 가방 2개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고,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가져다주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이 비화폰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계엄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김 전 국방부 장관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 계엄 전날엔 약 4시간, 계엄 당일 아침엔 2시간 동안 김 전 장관의 공관을 찾아 머물렀다.

“암살설은…”

이 자리서 비상계엄 선포 후 수사2단을 설치해 선관위의 부정선거 관여 의혹 등을 수사할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노 전 사령관은 ‘롯데리아 회동’ 전에도 김 전 장관의 공관에 수십차례 들른 것으로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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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