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 선수들의 미국 무대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해외 투어서 착실하게 성과를 쌓고, 더 큰 무대를 향한 일본 선수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덧 아시아 최다 출전권 보유국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볐던 일본 선수는 ▲마쓰야마 히데키 ▲고다이라 사토시 ▲이와타 히로시 ▲이시카와 료 등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던 한국 선수가 15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실적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PGA 투어에 도전했던 한국 선수들은 지난 10년간 13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프레지던트컵에 참가한 선수 12명 중 4명은 한국 국적이었다.
태풍의 눈
그러나 PGA 투어 출전권 보유자가 10명 안팎이었던 한국 국적 선수 수는 올해 5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콘페리 투어, DP 월드투어, 퀄리파잉스쿨 등을 통해 5명이 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PGA 투어서 한국에 다소 열세였던 일본이 단기간에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도전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큰 무대에 도전하는 일본 선수가 늘어나면서 올해는 역대 최다인 5명이 PGA 투어를 누비게 됐다.
PGA 투어가 아시아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마련한 ‘패스웨이(Pathway)’ 프로그램도 일본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호시노 리쿠야 ▲히사쓰네 료 ▲가나야 다쿠미 ▲오니시 가이토 등이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몇몇 일본 선수는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마쓰야마 히데키는 올 시즌 PGA 투어 개막전이자 특급대회인 더 센트리(총상금 2000만달러)서 35언더파 257타로 우승했다. 마쓰야마의 35언더파는 PGA 투어 72홀 최소타 신기록으로, 2022년 이 대회에서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세웠던 종전 기록(34언더파 258타)을 뛰어넘었다.
패스웨이 프로그램 기회 살려
JGA 경쟁력 강화 정책 한몫
이승호 PGA 투어 아시아태평양 총괄 대표는 “마쓰야마 히데키를 보고 자란 어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투어에 도전하고 있다”며 “여기에 패스웨이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가 생기면서 도전을 고려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20명이 넘는 일본 선수가 PGA 투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골프협회(JGA)의 국제 경쟁력 강화 정책도 일본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큰 힘을 보탰다. JGA는 2015년 호주 출신의 가레스 존슨을 일본 골프 국가대표팀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전력 강화위원회의 특별 관리 등 자국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존슨 총감독은 “국가대표에 발탁된 선수는 모두 국립스포츠과학센터서 체력, 근력 등 66개 항목을 세밀하게 체크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 맞춤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매년 20개가 넘는 국제대회에 파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과는 정반대로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 등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2년 40명에 달했던 PGA 투어 Q스쿨 출전 한국 선수는 지난해 7명으로 급감했다. PGA 투어 통산 8승의 최경주는 더 많은 한국 선수가 해외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경쟁력 강화
최경주는 “과거와 다르게 실력이 뛰어난 한국 선수들이 정말 많아졌다. 다양한 잔디와 장거리 이동 등에 적응만 한다면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처럼 충분히 잘할 수 있다.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성장하는 만큼 겁먹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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