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곽종근 공소장에 담긴 윤 ‘2차 계엄’ 정황

“노상원 내란 지휘자 맞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불법 계엄이 국회서 해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군 수뇌부들을 연달아 재판에 넘기는 과정서 2차 계엄 시도 정황을 포착했다. 구속 기소된 일부 장성들이 지휘관들에게 복귀가 아닌 대기 명령을 내린 게 핵심이다. 정보사도 빠지지 않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계엄에 개입된 정보사는 노상원 전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주도면밀히 움직였다.

검찰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연합된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수사 한 달여 만에 군 수뇌부를 줄기소 처리했다. 검찰은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군 수뇌부들의 공소장에는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의 역할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었다.

정보사 역할
적나라 적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들의 공소장엔 윤 대통령이 150회 이상 등장하고, 기소된 당사자보다도 훨씬 많이 언급된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윤 대통령 공소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봤다. 또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뒀고, 계엄 당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외에도 검찰은 각 사령관들을 포함한 군 관계자들을 조사해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비화폰(군 보안폰)으로 직접 전화하면서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다 끄집어내라”고 독촉하는 등 국회 봉쇄를 직접 지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먼저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출석 통보를 한 것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에게 1차 출석 요청을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불출석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출석 통보를 한 이후 수사권 논란이 커지고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자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경찰은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을 만들고,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본을 꾸려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계엄 전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갖고 계엄을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계엄의 배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1차 수사도 마무리한 상태다. 특수단이 최근까지 입건한 피의자는 대통령실 및 당정 관계자 25명과 군 관계자 19명, 경찰 5명 등 총 49명에 달한다.

검, 한 달 만에 군 핵심 수뇌부 기소
짙은 플랜 B 논의 정황 “지휘부 대기”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의 ‘정점’인 윤 대통령 사건을 맡은 공수처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7일까지 공수처가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는 문 전 사령관 1명뿐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이미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던 윤 대통령에게 추가로 3차례나 더 출석을 통보한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지난 3일 집행 5시간반 만에 철수하며 “수사력과 수사 의지가 모두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려다가 국수본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자 철회하기도 했다. 검찰이 윤 대통령과 함께 이첩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도 제자리걸음 수준인 건 마찬가지다.

현 형사소송법과 공수처법 등을 따져보면 검찰은 기소권이 있으나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공수처도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입건해 윤 대통령을 수사 중이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고 체포영장 집행 등에 협력 중이다.

특히 공수처는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더라도 기소하려면 검찰에 다시 넘겨야 한다. 애초부터 검찰과 공수처,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꾸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대검은 공수처에 합동수사를 3차례 제안했지만,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사건 이첩 강행 규정을 들며 거부했고, 결국 검찰은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이후에도 ‘2번, 3번 계엄 선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음을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은 계엄 직후부터 제기돼 왔다. 국회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된 지 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상계엄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정점 수사
지지부진

박 총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고 박 총장이 국회서 증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이라도 해서 국회를 접수하라’는 투로 이야기했고, 그래서 7공수여단과 13공수여단이 새벽 3시 반 복귀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달 4일 오후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 장관 등이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서 모임을 한 것을 두고도 2차 계엄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해 “당연히 의혹이 있는 부분은 수사할 예정이고 일부 수사 중이다. 꼭 입증해야 하는 건 실행 행위가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후에도 육군본부에 있던 참모진들을 계엄사령부로 출동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2차 계엄 의혹의 중요한 근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 총장은 지난달 4일 새벽 3시3분 참모진들에게 계엄사령부가 있는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로 모이도록 지시했다. 당시 지시를 내린 시각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체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의결 후 즉각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지 않고, 계엄 다음날 오전 1시16분~1시47분경 합동참모본부 지하에 위치한 결심지원실에 모여 관련 논의를 계속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2시13분에 박 총장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병력 재차 투입 여부를 물었고 박 총장은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박 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된 이후 계엄사령부 구성 및 소집을 위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내 별동대
꾸리려 시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직후 군내 자신이 지휘하는 별동대를 꾸리려 했다. 경찰은 수사 2단이 부정선거 의혹을 확신하는 노 전 사령관 등이 선관위 장악을 위해 구상한 조직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지난해 11월1일과 3일 햄버거집서 두 차례 만나 수사 2단 설치를 논의했다. 수사 2단은 계엄 발령 이후 구성되는 합동수사본부와 별도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구체적 임무는 선관위 서버 확보였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2단과 관련된 일반명령 문건과 이에 근거해 작성된 인사 발령 공문을 확보했다. 수사 2단은 3개의 부로 나뉘는데, 단장부터 부대원까지 총 60여명이 인사 발령 명단에 포함됐다.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정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임무는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국무회의 의결 전 군 간부 ‘계엄사 이동’ 지시
노, 해제되자 분노 “‘강행해’ 언성 높이기도”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준비 과정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는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그는 계엄 직전, 김 전 장관과 국방부 공관서 단둘이 만나 계엄을 논의했다. 또 문 전 사령관과 김 대령, 정 대령 등과 함께한 자리서 선관위 장악에 북파공작부대(HID) 대원 등을 ‘체포조’로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계엄 당일인 지난달 3일 노 전 사령관은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 김 전 대령 등과 2차 햄버거 회동을 열었다. 제2기갑여단은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부대다. 구 여단장은 계엄 당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서 노 전 사령관 지시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노 전 사령관 등이 계엄 당시 탱크부대를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의 계엄 논의가 그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정 대령은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중순쯤 “노 전 사령관이 ‘공작 잘하는 인원 15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존재는 경찰이 김 전 장관의 통화 내용을 분석하던 중 드러났다.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잦은 통화 기록에 의심을 품은 경찰은 결국 ‘계엄 비선 기획’의 실마리를 잡았다. 노 전 사령관은 1989년 김 전 장관이 수도방위사령부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일 때 같은 부대서 대위로 근무했다.

20여년 전 김 전 장관이 박홍렬 전 육군참모총장의 비서실장이었을 당시 노 전 사령관은 국가정보원에 파견 근무 중이었다. 이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대북 관련 첩보를 제공하면서 수시로 통화하는 인연을 키웠다.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정부 시절 경호실 군사관리관을 할 때, 경호실장이 박 전 총장이었고, 김 전 장관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밀접한 수도방위사령관이었다. 김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국방부 장관이 된 이후 인사와 작전에까지 그의 입김이 미쳤다는 게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공작조 15명
보고도 지시

정보사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안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노 전 사령관도 타 사령관들과 마찬가지로 부하들을 대기시켰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군 소식통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회에 의해 계엄이 해제되자 노 전 사령관이 크게 분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관위 직원들을 겁박한 이후 다른 장소로 옮기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행하라’면서 언성을 높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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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