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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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와?" VS "그래도 못 가!"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유력한 야권인사가 허리춤에 찬 검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꺼내 들었다.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냥한 것. 그동안 문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타이틀로 안 후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안 후보도 '정치쇄신'이라는 조건으로 완곡한 공격 패턴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다르다. 양 후보 모두 직접 단일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 이들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를 들여다봤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1차전은 지난 9월19일에 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지지율만 보면 그렇다. 경선이 끝난 직후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자릿 수로 안 후보를 따돌렸던 문 후보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두 자릿 수로 안 후보에게 뒤쳐지며 그의 선전은 '1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식솔 가출에 민주당 멘붕
"문-안, 하나 되도록 최선"

이제는 전면전이다. 눈치만 보던 문 후보도 이번에는 공격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들의 경쟁은 본격화됐다.

안 후보는 자신의 아군이 된 송 의원에 대해 "참 맑은 힘이 더해졌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송 의원은 탈당하면서까지 안 후보 측 캠프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 아이의 미래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인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는 우리 시대의 소명"이라고 배경을 소개했다.

문 후보는 송 의원의 탈당과 안 캠프 합류에 대해 "아프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그랬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의원들과 소장파 대표주자였던 김 전 의원은 당시 정몽준 후보의 신당인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겼다.

2007년 당시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영춘 전 의원도 이에 속한다. 당시 의원들의 이러한 당적 이동 명분은 '야권단일화'였다.

하지만 막판 정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단일화는 실패했다. 문국현 후보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결국 대선 완주를 택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철새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한 전문가는 "관건은 송 의원의 탈당이 과연 야권을 재편하는 수준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송 의원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치도의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또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단일화 가교 외친 송호창 탈당, 긴장감 거세져
안철수, 이해찬의 '무소속 불가론' 정면 반박 

민주당의 거센 비난에도 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주시니 큰 위안이 됩니다. 모든 것을 던진 만큼 의연하게 안철수, 문재인 두 분이 하나 되도록 최선을 다해 비상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단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문-안 사이에서 중매를 서두르는 또 한 사람은 '제3지대'에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매체를 통해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당혁신, 정치혁신을 내걸었다"며 "그런데 그 혁신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양쪽 다 정확히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과 안 캠프가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합의를 문 후보가 반드시 실천한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정치혁신 해야 한다는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제안은 좋은 취지"라며 "원칙으로 후보단일화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원론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안 후보 쪽에서는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도 공방전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앞세우며 7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 번 쇄신을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에 덧붙여 특권과 독점적 정책을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체를 통해 국정감사 전략에 대해 "안 후보가 경쟁의 대상이면서 단일화 대상이기 때문에 ‘협력적’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안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도 이날 안 후보의 발언을 겨눈 듯 "정당혁신, 새로운 정치는 결국 정당을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에 정권 줄 것"
"무소속으로 양쪽 설득"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부각시키려는 복안으로 해석했다. 특히 문 후보는 "바깥에서 우리가 요구한다고 그게 그대로 다 실현되지 않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양 후보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문 후보는 정당을 내세우고 안 후보는 쇄신을 내세우며 전면전 워밍업에 들어갔다.

안 후보의 정책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13.5%p로 앞서며 압승을 거뒀다. 안 후보가 46.6%, 문 후보가 33.1%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 단일화 싸움에서 안 후보가 한 발 앞서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검증을 선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안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 모바일투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특정한 방법을 놓고 단일화를 이야기하면 마찰이 생길 것"이라며 "두 후보가 마주앉아 이야기하면 국민이 원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는 박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매체를 통해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안 후보의 무소속 정치행보를 거세게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은 민주당에 정권을 줄 준비가 돼 있고 민주당은 그 준비로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해 안 후보를 겨냥, 정당을 내세웠다.

이에 안 후보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 대표께서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할 수 있다"라고 짜증 섞인 투로 화답했다.

주어를 빼고 단일화 제목만 외치던 이들이 직접 상대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송 의원의 민주당 탈당으로 양측 경쟁이 가열되면서 더욱 공격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안 후보도 더욱 각을 세우며 '무소속 불가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안 후보는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 야당이 당선된다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할 수 있다"
"민의 대변해야 정당, 개혁에 도움 줄 것"

이날 문 후보도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문 후보는 10일 전북도당에서 지역 당원들과 결의대회를 갖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그저 단일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라며 민주당을 내세웠다.

이어 "민주당만이 반칙, 특권, 반민주의 새누리당의 저항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정치변화, 시대변화를 안정감 있게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서 "정당의 기반 없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안 후보를 정면 공격했다.

이후 안 후보 측은 기자들에게 안 후보의 입장을 전달했다.

안 후보는 문자메시지에서 "정당 없이 대통령이 가능하냐면 다시 역으로 질문할 수 있다. 여당이 재집권하면 힘으로 날치기 통과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여소야대 환경에서 5년 내내 방해 받을 것"이라며

"그러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대립의 정치하에서는 국회의원 100명이 있어도 자기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정치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대립이 날카로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안 후보는 "나도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라며 "정당이 없으면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이 민주주의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믿음인데,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 있으니 기존 정당이라도 민의를 대변하고 개혁하도록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향후 문 후보로선 정당기반 없이는 공동정부도, 분권형 정부도, 정치혁신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안 후보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라고 전하며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안을 치고 나갈지, 아니면 안 후보 측이 '국민 공천권'을 앞세워 분권형 정부 구성안 담론도 쥐게 될지, '문·안 단일화' 승부는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여당은 힘으로 날치기
야당은 방해받을 것"

전문가들은 문·안의 싸움이 전과 달리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지켜보는 양측 지지자의 마음도 더불어 더욱 초조해지고 있다.

적에 대한 대비는 고사하고 아군끼리 총구를 겨누고 있으니 혹이나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야권인사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자의 자가당착적 판단으로 절호의 정권교체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이 없도록 국민과 지지자의 시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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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