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동화마을 ④하이원추추파크

정읍인가? 유럽인가?

장쾌하고 다부진 오봉산 산줄기를 따라 눈꽃이 환하게 피었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스위치백트레인을 타고 바라본 설산은 가히 하얗다 못해 푸르다. 삼척 하이원추추파크는 철도 테마 리조트로,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트레인과 옛 영동선 철길을 굽이굽이 돌아 내려오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키즈카페와 체험형 실내동물원, 독채형 리조트 시설을 두루 갖춰 동화 같은 기차 마을 여행지로 꼽힌다.

하이원추추파크의 대표 체험 시설은 스위치백트레인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은 19 63년 첫 개통 이후 2012년 6월 솔안터널이 완공되면서 50년의 역사로 마감해야 했지만, 하이원추추파크에서 스위치백구간을 보존하려 다시 경적을 울렸다. 증기기관차와 같은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는 클래식하게 꾸며 볼거리를 더했고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힘차게 달린다. 

스위치백트레인

그 옛날 기차는 어떻게 험준한 고갯길을 넘었을까. 옛날에는 고개 위 통리역과 고개 아래 심포리역에 기차가 도착하면 통리재의 경사가 너무 심해 더는 가지 못하고 멈춰야만 했다. 과거 승객들은 걸어서 고갯길을 오르내렸다. 화물열차는 쇠밧줄로 한 량씩 끌어서 올리거나 내려보냈다. 고개 아래가 스위치백 구간이었다. 스위치백은 경사가 가파른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고저차를 극복하기 위해 갈지자(之) 형태의 기찻길을 설치해 열차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다니도록 만든 산악 철도다. 하이원추추파크의 스위치백트레인은 추추스테이션과 흥전삭도마을을 왕복(16.8㎞)하는 110분 코스다. 

3량으로 연결된 기차는 칸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앉으면 된다. 가운데 칸은 고풍스러운 조명으로 꾸며졌는데,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 배경이다. 스위치백트레인의 역사를 이어가는 이헌문 기관사는 국내 유일하게 남은 지그재그 기차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담아 직접 해설을 한다. 철로 변경을 위해 스위치백트레인의 앞뒤를 오가는 동안, 모든 승객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할 정도로 친절하다. 

기차는 흥전삭도마을에서 30여분 정차한다. 이 마을은 폐광 지역의 산업 유산을 활용한 관광자립형 마을로 기찻길 옆 벽화마을, 트릭아트 포토존 등 볼거리를 제법 갖췄다. 마을회관 부녀회에서 판매하는 추추찹쌀도넛과 잔치국수, 채소전, 전병 등 따끈한 주전부리는 겨울의 찬 공기를 녹인다. 기차 안에서 미리 주문해두면 정차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주니, 드라이브스루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추추스테이션은 유럽 고성처럼 우뚝 솟아 멋스럽다. 내부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2층 체험형 실내 동물원 ‘장생족장과 함께하는 정글대탐험’에서는 황금 앵무새, 미어캣, 크레스티드 개코, 파란혀도마뱀, 사향고양이 등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절지류, 양서류, 파충류 등 60여종의 동물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동물해설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동물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어 알차다. 1층 슈퍼윙스 키즈카페는 계절과 날씨와 상관없이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이다. 외부에는 미니트레인과 회전목마, 미니관람차, UFO스윙 등 놀이기구가 있고, 부대시설로 편의점과 특산물 판매점, 오락시설 등이 있어 온종일 머무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이원추추파크는 편안한 여행을 위한 네 가지 형태의 숙박시설을 골고루 갖췄다. 네이처빌은 프라이빗 빌라 형태의 단독형 숙박시설로 15동 규모다. 북유럽 작은 마을에 온 듯한 전경이 이국적인 분위기의 객실이다. 큐브빌은 현대식 옥상 정원으로 꾸미고 경사 지형을 반영하여 만든 객실이다. 아이들은 실제 기차를 개조해서 만든 트레인빌을 선호한다. 총 7개 객실 가운데 다자녀를 위한 가족형 다인실룸인 트레인패밀리는 최대 6명까지 머물 수 있다. 총 35동의 글램핑장도 마련되어 겨울철 낭만의 야외 바비큐도 즐기기 좋다. 

다양한 테마의 기차 운영
여행객을 위한 체험·숙박시설 마련

우리나라 탄맥을 품은 통리탄탄파크도 지척이다. 1982년 개광해 2008년 폐광까지 탄광도시 태백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한보광업소 통보탄광의 자리였는데,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장으로 유명해져, 유시진 대위가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광장의 발칸이오니아 건물에서는 동물과 함께하는 AR포토존과 용궁 체험이 아이들에게 인기다. 미디어아트로 빛을 품게 된 갱도는 ‘기억을 품은 길’에서 시작해 ‘빛을 찾는 길’로 나오며 탄광의 역사와 미래를 되짚는다. 두 갱도 사이에는 백두대간의 풍광이 펼쳐지고, 산책로 곳곳에 공룡 알 언덕, 놀이터, 천산포구, 종이비행기 조형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도계유리나라와 도계나무나라가 마주한다. 도계유리나라는 채탄 작업에서 나오는 석탄 폐석을 활용해 예술과 재생을 융합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폐교된 심포초등학교 자리로 8만 6719㎡ 드넓은 부지다. 유리갤러리, 지하 광물 박물관, 야외 전시장 등을 갖추고 블로잉(Blowing, 유리에 숨을 불어넣어 모양을 만드는 기법) 시연을 매일 5회 진행한다. 유리공예체험은 체험자와 체험지도사 1:1로 운영되며 램프워킹, 페인팅, 유리 목걸이 만들기 등의 체험이 있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피노키오가 지붕 위에 걸터앉아 눈길을 끄는 도계나무나라도 함께 둘러보자. 삼척시는 대부분 고지대 산간 지형으로 형성되어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한 도시다. 도계나무나라는 이러한 산림자원을 쉽게 이해하고 접하도록 전시실과 나무놀이터를 운영한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약 4900년 된 ‘므두셀라’의 모형이 눈길을 끈다. 또 전문 목공예 체험실에서 필통, 도마, 우체통 만들기 등 체험도 가능하다. 

도계나무나라


도계읍에는 도계전두시장과 도계역, 도계급수탑 등 석탄과 기차산업의 발자취가 남은 여행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도 볼거리다. 둘레 9.3m, 높이 24.5m에 이르며 일반 느티나무보다 잎이 더 길고 좁은 모양으로 자란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마을 성황목으로 여겨져 음력 2월15일 도계 영등제를 개최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하이원추추파크→ 통리탄탄파크 →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통리탄탄파크 → 하이원추추파크 →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
-둘째 날 도계전두시장(4·9일 5일장) → 도계급수탑 → 삼척 도계리 긴잎느티나무(도계여자중학교 맞은편) → 환선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삼척문화관광 https://www.samcheok.go.kr/tour.web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하이원추추파크 http://www.choochoopark.com/
-도계유리나라&나무나라 https://www.dogyeglassworld.kr/

운영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운영시간: 스위치백트레인(월~금요일 11:00, 14: 00 2회, 주말 및 연휴 10:30, 13:00, 15:30 3회), 주소: 강원 삼척시 심포남길 99, 요금: 스위치백트레인 1인 2만원(7월19일~12월1일), 1만원(1월1일~7월18일), 미니트레인 4000원, 어린이 놀이기구 3종 9900원, 레일바이크 4인승 3만5000원
-통리탄탄파크 운영시간: 09:00~18:00(※매표마감 17:00), 주소: 강원 태백시 통골길 116-44,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전화
-삼척문화관광 033)570-3075
-삼척관광안내소 033)575-1330
-태백시종합관광안내소 033)550-2828
-하이원추추파크 033)550-7788
-통리탄탄파크 033)806-5024
-도계유리나라 033)570-4208
-도계나무나라 033)570-4201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8회(06:00~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종합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14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s://txbus.t-money.co.kr
-기차 청량리역-태백, 무궁화호 하루 4회(07:34~19:10), itx 1회(17:08)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택시 이용 14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1544-7788

자가운전
신갈IC → 영동고속도로 → 만종IC 중앙고속도로(안동,제천방향) → 제천IC(제천, 영월방향) → 제천-태백간 38번 국도 → 영월 → 태백 → 하이원추추파크

숙박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7788/ https://www.choochoopark.com/view/viewLink.do?page=homepage/KOR/accommodation/nature
-쏠비치호텔&리조트 삼척: 수로부인길 1588-4888/ https://www.sonohotelsresorts.com/solbea ch_sc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태백시 머리골길 033)582-7440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22

식당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추추상회(백반):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4573
-백두대간(청국장): 도계읍 강원남부로 033)553-3219
-텃밭에노는닭(물닭갈비):도계읍 도계로 033)541-9989

주변 볼거리
미인폭포, 이사부사자공원, 해신당공원, 몽토랑산양목장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