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밑지는 '스마트폰 보험' 해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3:57:21
  • 댓글 0개

소비자도, 이통사도, 보험사도 손해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도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 노트2 출고가가 115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 3명 중 1명은 분실을 대비해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것. 그런데 스마트폰 보험을 들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와 보험사도 서로 죽겠다고 난리다. 말 많은 스마트폰 보험, 무엇이 문제인지 해부해봤다.

아이폰4를 사용한 지 만 2년이 다되어가는 마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그리고 이씨는 2년 전 스마트폰 구입 당시 분실, 도난, 파손 등의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보험'을 가입한 것을 기억해 냈다. 요금 명세서를 확인해보니 그는 매달 4000원씩 꼬박꼬박 통신요금과 함께 보험료를 내오고 있었다. 이씨는 기대를 안고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통신사 직원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보험문의를 하려는 이씨에게 통신사 직원은 대뜸 새로운 기계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며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기기변경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씨는 차후 신형 아이폰을 구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존기기를 보상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직원은 이씨가 사용 중이던 스마트폰을 분실로 보험 처리하는 경우 보상내역에 관하여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막상 설명을 듣고 나니 이씨는 보상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없는 게 낫다?

통신회사 직원에 따르면 2년 약정기간을 열흘 정도 남겨 둔 이씨의 경우 분실을 사유로 보험처리를 하면 32만6000원(유심칩 5500원 제외)을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아이폰4를 구입할 경우 2년 동안 가격이 많이 떨어져 36만3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했다는 것. 스마트폰 보험 가입으로 24개월간 4000원씩 납부를 했는데도 기기 출고 가격 94만6000원에서 보험 보상한도 70만원을 뺀 나머지 24만6000원에 자기부담금 8만원을 포함하여 32만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새 아이폰4를 구입할 때와 비교해 차액이라고 해봐야 겨우 3만7000원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2년을 꼬박 내온 보험료 9만6000원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5만9000원을 손해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매년 신제품이 나오면 구형 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결국 스마트폰 보험을 장기간 이용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인 것.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에 등록된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수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가입자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불만은 높아져가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휴대폰 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을 계속해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사례에서처럼 자기부담금을 산출하는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다. SKT와 KT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소비자들이 내는 자기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버렸다.

KT는 2009년 11월 아이폰3GS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2010년 3월 현대해상, 동부화재, 삼성화재 등 3사와 함께 스마트폰 분실 보험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스마트폰을 분실했다고 허위 신고한 뒤 자신이 원하는 기기를 바꾸는 사례가 적발되자 한 달 뒤 통신사는 '분실시 동급 기종 변경'에서 '동일 기종, 동일 색상의 스마트폰 변경'으로 약관을 바꿨다. 허위 신고자들의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로 자기부담금 비율도 높였다. 또 2번째 분실 신고를 할 경우엔 자기부담금을 두 배로 올렸다. KT는 이런식으로 수차례 보험금과 자기부담금을 올리다가 지난해 9월부터 '폰케어스마트(보상 한도 70만원)' 상품을 '폰케어안심플랜(보상 한도 80만원)'으로 바꿨다. 보상 한도가 오른 만큼 월보험료도 40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고, 자기부담금은 8만원 정액에서 손해액의 30%로 변경됐다. 

슬그머니 약관 바꾸고 고객부담금 올려
허위 신고 '폰테크족'기승…무용론 고개

SK텔레콤도 지난 7월9일부터 기존 휴대폰 분실 보험인 '폰세이프'의 가입을 중단하고 '스마트세이프'로 바꿨다. 월 보험료는 기존 상품과 같지만, 자기부담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예를 들어 출고가 70만원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세이프50(보상 한도 85만원)'의 경우 기존 상품과 월 보험료는 5000원으로 같다. 하지만 자기부담금은 1차 보상 15만원, 2차 보상 30만원에서, 1차 보상 손해액의 30%, 2차 40%로 바뀌었다. 70만원의 30%는 21만원이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 인상도 문제지만 보상방식이 더 문제다. 출고가 인하와 보조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보험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형 단말기를 제값을 다 주고 받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와 보험사들은 스마트폰 보험의 허점을 노린 일명 '폰테크족'들 때문에 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통사들에 따르면 분실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들이 분실보상을 통해 싼 비용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위해 허위신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로커, 판매책 등이 개입해 신규 가입자로 하여금 허위로 분실신고토록 유도하고, 이렇게 신고된 휴대폰을 음성적으로 유통시키는 조직형 보험사기단까지 기승을 부린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지난 2009년 35.5%였던 것이 2010년 두 배가 훌쩍 넘는 88%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31%를 기록했다. 지급되는 보험금도 늘어 2009년 12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009억원으로 늘었다.이를 두고 이통사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고객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보험료가 비싸고 고객부담금이 늘게 되면서 보험 혜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와 연계된 보험사 관계자는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 보장해주는 정액제에서 30% 상당의 일정 부분을 가입자가 부담한 뒤 나머지를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손해율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휴대폰 분실 건의 상당수가 고의분실 등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보험사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입 당시 출고가를 기준으로 자기부담금을 산출하는 게 소비자 관점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고, 보험사들도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스마트폰 보험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면서 '휴대폰보험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반적 재검토 필요

지난 7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스마트폰 보험가입자가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보험사와 직접 보험계약을 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험이 통신보다는 보험서비스에 더 가깝고 보험사로부터 계약 내용을 정확히 전달받는 것이 각종 민원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은 이통사가 판매채널 역할을 담당하지 않게 되면 판매비용이 더 소요돼 보험료가 대폭 높아질 것이고, 이에 스마트폰 보험시장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서 앞으로도 스마트폰 보험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