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도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 노트2 출고가가 115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 3명 중 1명은 분실을 대비해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것. 그런데 스마트폰 보험을 들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와 보험사도 서로 죽겠다고 난리다. 말 많은 스마트폰 보험, 무엇이 문제인지 해부해봤다.
아이폰4를 사용한 지 만 2년이 다되어가는 마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그리고 이씨는 2년 전 스마트폰 구입 당시 분실, 도난, 파손 등의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보험'을 가입한 것을 기억해 냈다. 요금 명세서를 확인해보니 그는 매달 4000원씩 꼬박꼬박 통신요금과 함께 보험료를 내오고 있었다. 이씨는 기대를 안고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통신사 직원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보험문의를 하려는 이씨에게 통신사 직원은 대뜸 새로운 기계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며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기기변경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씨는 차후 신형 아이폰을 구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존기기를 보상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직원은 이씨가 사용 중이던 스마트폰을 분실로 보험 처리하는 경우 보상내역에 관하여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막상 설명을 듣고 나니 이씨는 보상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없는 게 낫다?
통신회사 직원에 따르면 2년 약정기간을 열흘 정도 남겨 둔 이씨의 경우 분실을 사유로 보험처리를 하면 32만6000원(유심칩 5500원 제외)을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아이폰4를 구입할 경우 2년 동안 가격이 많이 떨어져 36만3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했다는 것. 스마트폰 보험 가입으로 24개월간 4000원씩 납부를 했는데도 기기 출고 가격 94만6000원에서 보험 보상한도 70만원을 뺀 나머지 24만6000원에 자기부담금 8만원을 포함하여 32만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새 아이폰4를 구입할 때와 비교해 차액이라고 해봐야 겨우 3만7000원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2년을 꼬박 내온 보험료 9만6000원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5만9000원을 손해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매년 신제품이 나오면 구형 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결국 스마트폰 보험을 장기간 이용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인 것.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에 등록된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수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가입자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불만은 높아져가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휴대폰 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을 계속해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사례에서처럼 자기부담금을 산출하는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다. SKT와 KT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소비자들이 내는 자기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버렸다.
KT는 2009년 11월 아이폰3GS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2010년 3월 현대해상, 동부화재, 삼성화재 등 3사와 함께 스마트폰 분실 보험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스마트폰을 분실했다고 허위 신고한 뒤 자신이 원하는 기기를 바꾸는 사례가 적발되자 한 달 뒤 통신사는 '분실시 동급 기종 변경'에서 '동일 기종, 동일 색상의 스마트폰 변경'으로 약관을 바꿨다. 허위 신고자들의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로 자기부담금 비율도 높였다. 또 2번째 분실 신고를 할 경우엔 자기부담금을 두 배로 올렸다. KT는 이런식으로 수차례 보험금과 자기부담금을 올리다가 지난해 9월부터 '폰케어스마트(보상 한도 70만원)' 상품을 '폰케어안심플랜(보상 한도 80만원)'으로 바꿨다. 보상 한도가 오른 만큼 월보험료도 40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고, 자기부담금은 8만원 정액에서 손해액의 30%로 변경됐다.
슬그머니 약관 바꾸고 고객부담금 올려
허위 신고 '폰테크족'기승…무용론 고개
SK텔레콤도 지난 7월9일부터 기존 휴대폰 분실 보험인 '폰세이프'의 가입을 중단하고 '스마트세이프'로 바꿨다. 월 보험료는 기존 상품과 같지만, 자기부담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예를 들어 출고가 70만원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세이프50(보상 한도 85만원)'의 경우 기존 상품과 월 보험료는 5000원으로 같다. 하지만 자기부담금은 1차 보상 15만원, 2차 보상 30만원에서, 1차 보상 손해액의 30%, 2차 40%로 바뀌었다. 70만원의 30%는 21만원이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 인상도 문제지만 보상방식이 더 문제다. 출고가 인하와 보조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보험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형 단말기를 제값을 다 주고 받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와 보험사들은 스마트폰 보험의 허점을 노린 일명 '폰테크족'들 때문에 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통사들에 따르면 분실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들이 분실보상을 통해 싼 비용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위해 허위신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로커, 판매책 등이 개입해 신규 가입자로 하여금 허위로 분실신고토록 유도하고, 이렇게 신고된 휴대폰을 음성적으로 유통시키는 조직형 보험사기단까지 기승을 부린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지난 2009년 35.5%였던 것이 2010년 두 배가 훌쩍 넘는 88%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31%를 기록했다. 지급되는 보험금도 늘어 2009년 12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009억원으로 늘었다.이를 두고 이통사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고객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보험료가 비싸고 고객부담금이 늘게 되면서 보험 혜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와 연계된 보험사 관계자는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 보장해주는 정액제에서 30% 상당의 일정 부분을 가입자가 부담한 뒤 나머지를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손해율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휴대폰 분실 건의 상당수가 고의분실 등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보험사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입 당시 출고가를 기준으로 자기부담금을 산출하는 게 소비자 관점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고, 보험사들도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스마트폰 보험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면서 '휴대폰보험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반적 재검토 필요
지난 7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스마트폰 보험가입자가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보험사와 직접 보험계약을 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험이 통신보다는 보험서비스에 더 가깝고 보험사로부터 계약 내용을 정확히 전달받는 것이 각종 민원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은 이통사가 판매채널 역할을 담당하지 않게 되면 판매비용이 더 소요돼 보험료가 대폭 높아질 것이고, 이에 스마트폰 보험시장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서 앞으로도 스마트폰 보험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