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처 폭행’ 공방전 김병만

진흙탕서 벌어지는 생존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를 상습폭행했다며 고소당해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하지만 전처인 A씨가 언론에 폭로하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병만도 소속사와 변호사를 통해 폭로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팬과 연예인의 결혼으로 관심을 받던 이들의 말로는 파국이 됐다.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혼 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김병만에게 고소당한 전처인 A씨는 해당 사건이 불기소가 되자 김병만을 상습폭행, 가정폭력으로 맞고소했다. 10년간 별거에 이어 이혼까지 한 이들은 아직도 진실공방 중이다.

10년 별거
다른 기억

김병만은 지난 1996년 연극으로 연예계 입문한 뒤 2002년 KBS 제17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돼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코미디계와 일반 예능계서 모두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병만의 인생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는 1975년 전라북도 완주서 태어나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학교 졸업 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방송인이 되기 위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도 쉽지 않았고,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약 10년 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KBS2TV <개그콘서트>서 활약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달인’ 코너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대표작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러 나라의 정글을 탐험하며 도전에 맞섰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던 중 <정글의 법칙>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는 잡기 힘든 대왕조개를 들고나온 사건으로 인해 제작진들이 미리 사냥감을 풀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방송국이나 PD 등이 주로 비판받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고 김병만을 주축으로 성립된 예능이라는 점에서 김병만에 대한 비판도 들끓었다.

굴곡진 인생을 살던 김병만은 팬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의 열렬한 팬이던 A씨는 김병만과 7개월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왔다. 김병만보다 7세 연상이었던 A씨의 직업은 교사였고 중학생 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다. 

김병만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 및 방송 등을 통해 A씨와 딸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김병만은 재혼이었던 아내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 속에 “생활을 보호해주고 싶다”며 아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A씨의 딸 성(姓)을 바꿔주기 위함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은 방송서 A씨와 행복하다며 결혼 생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SBS <정글의법칙 in 히말라야> 촬영 당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산지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통화를 나누면서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병만은 와이프의 애칭이 ‘뚱뚱이’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을 ‘땡깡이’라 부른다면서 “내가 하도 투덜거리니까”라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만과 A씨는 지난 2019년 이혼소송을 하며 행복의 막을 내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서 이혼 이유 밝히자…
상습폭행·가정폭력 폭로


김병만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4인용 식탁>서 2011년 결혼했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 동안 별거해 왔다고 털어놓으며 이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끈을 이어주는 게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나한테 피가 섞인 친자식이 있었으면, 나는 나의 미니미가 있길 바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혼식 사회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며 “남의 행복을 축복하는 자리에 가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고 별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병만은 “사랑은 잠깐이고 뭔가 이어갈 계기가 있어야 했다. 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그게 없다 보니 집에 들어가도 혼자인 것 같았다”며 당시 감정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 사람의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충분히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아이 위해 이사도 갔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내 갈 길을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이혼을 제안했지만 (전처가)차단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김병만과 전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약 1년 만인 2012년부터 10년간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별거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무명부터 시작해 열심히 꿈을 갖고 달려온 게 무너질까 봐, 한순간에 상처받아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며 “서로 갈 길을 가야 하는데 끈은 끊어지지 않고 정리가 안 되니까 계속 체한 몸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19년 이혼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합의가 안 되니까 법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혼소송을 마치고 완전히 결별하게 된 당시 김병만은 “별거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아내와 떨어져 산 기간이 길었기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며 “소송을 하긴 했지만 끝에는 잘 마무리해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혼한 후에도 김병만과 A씨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병만은 이혼 2년 뒤인 지난 2022년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이 지난 9월에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굴곡진
인생사

김병만의 고소에 A씨는 김병만을 상습폭행으로 맞고소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7월 김병만을 폭행,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병만이 2010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전 아내를 20여회 이상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김병만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병만이 전 아내를 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지만,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따라 가정폭력 범죄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더라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으나, 아직 기소·불기소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것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A씨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드러났다. A씨는 “그 사람(김병만)은 연예인이니 묻어두려 했지만 우리 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별거에 합의한 적도 없다. 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면 그냥 바쁜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장이 왔다. 결혼 생활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고, 김병만이 현재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며 폭로했다.

김병만은 소속사를 통해 반박했다. 스카이터틀은 지난 12일 “김병만의 전처 A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혼소송서 A씨가 ‘김병만과 결혼 생활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병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김병만은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A씨가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다. 법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워진 사랑
결국 돈 문제

그러면서 “A씨에게 20대 중반 아이가 있다. 이혼소송이 끝난 만큼, 파양해야 하는데 A씨가 그 조건으로 김병만에게 3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혼소송 후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김병만을 허위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만은 A씨가 김병만의 생명보험을 20여개나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병만의 법률대리인인 임사라 변호사는 “김병만이 A씨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이혼이 성립됐다. 재산분할은 미처 받지 못했는데 어제까지도 상대방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A씨가 김병만의 사망보험을 수십개를 들어놨다는 걸 알았다”라며 이혼소송의 마무리 단계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될 돈이 4억5000만원 정도인데 상대방이 계약자로 가입한 보험이 24개, 그중 거의 대부분이 다 사망보험이었다. 종신보험이 대부분이어서 사망보험이라 판단했다. 연금보험이나 재테크보험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나 상속자에게 보험금이 가는 거기 때문에 사망보험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만은 이혼할 때까지 이런 사망보험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이혼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로의 재산이 어떻게 되는지 법원 금융거래 정보 명령 신청을 하게 되면 본인 명의의 보험, 예금이 어떻게 가입돼있는지 금융사에서 회신이 온다”며 “그 회신을 보고 보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보험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병만 명의로 된 보험의 수익자는 대부분 A씨나 A씨의 친딸이자 김병만의 입양딸인 자녀로 돼있었다. 임 변호사는 “A씨가 김병만이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가입했다는 주장하던데 수익자가 김병만으로 된 보험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연애뒤통령 이진호’는 김병만과 A씨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다며 반박 영상을 올렸다. 

이씨는 A씨가 김병만에게 파양의 대가로 30억원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 “말에 어폐가 있다”며 “A씨가 김병만에게 30억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30억 요구설’이 나온 이유에 대해 “A씨가 김병만씨의 수입을 전적으로 관리해 재산의 상당 부분이 A씨 명의로 돼있었다”며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무려 2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파양 대가 30억원·보험 20여개나 들어”
첨예한 갈등 장기전…결국엔 증거 싸움

그는 “A씨가 결혼 과정서 7억원을 이체했는데 이혼하는 시점서 이자가 3억원가량 불어났다. 그래서 재산분할 20억원과 A씨가 이체했던 7억원과 그 이자까지 합쳐서 30억원이 만들어졌고, 김병만씨 측은 이혼소송으로 A씨와 협의하는 과정서 ‘이 권리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부분이 파양의 대가로 나온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병만에게 분할하라고 결정된 재산분할액 20억원 가운데 15억원가량은 이미 가압류 등을 통해서 김병만 측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김병만 소속사 측이 폭로한 수십개의 생명보험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병만 자신도 모르게 아내가 들었던 수십개의 생명보험, 결국 사망보험에 대한 입장 역시 양측의 생각이달랐다”며 “김병만 이름으로 20개 가까운 보험이 들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두 사망보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김병만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보험들을 비롯해서 재테크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등을 모두 합친 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굉장히 다수의 보험을 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수십여건이 아닌 10여건인 데다가 사망보험은 그 가운데 일부였다”고 말했다.

김병만과 A씨 사이의 첨예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싸움은 결국 ‘증거’가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는 이씨도 “전처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논란서 지금까지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증거 싸움이다. 양측이 누가 먼저 핵심적인 증거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경찰서 김병만의 폭행 사건에 대해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으로 송치한 것을 보면 검찰서도 불기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A씨가 요구하는 30억원과 생명보험과 관련된 증거가 진흙탕 싸움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인
증거 나올까

임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재산분할서 김병만에게 20억원가량의 변제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병만은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재산을 압류해 왔지만 여전히 재산 분할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김병만은 A씨의 재산 은닉 및 변제 거부와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공방을 검토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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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