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리는 급행 GTX

수도권 부동산시장서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노선이 지나가는 단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 철길을 따라가 봤다.

GTX-A 노선은 연내 운정중앙~서울역이 개통 가능한 상황이다. GTX-B 노선은 3분기 실착공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지난 4월 착공식을 한 GTX-C 노선은 2028년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도심
외곽 연결

먼저 GTX-A 노선은 지난 3월 수서~동탄 구간을 부분 개통했다. 오는 12월 운정중앙~서울역 개통을 앞두고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운정서 서울역까지는 18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현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평일 오전 8시 기준 1시간 30분~1시간45분까지 걸린다. 향후 창릉 신도시가 조성되면 창릉에도 GTX-A역이 지나간다. A 노선의 핵심인 삼성역 구간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삼성역 무정차 통과, 2027년 삼성역 부분개통(서울지하철 환승 가능), 2028년 삼성역 개통 후 완전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

GTX-B 노선은 인천대입구부터 부천, 여의도, 상봉 등을 거쳐 마석까지 이어진다. 지난 3월 착공식을 열었고,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산~상봉 구간(19.95㎞)을 재정사업으로 진행하고, 송도~용산, 상봉~마석 구간(39.94㎞)은 민자 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기로 했다. 공사 기간은 6년이다. 


GTX-C 노선은 지난 1월 착공식을 진행했으나 착공계 제출은 아직으로,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이다. C 노선의 길이는 85.9㎞로 B노선보다 길다. 반면 공사 기간은 5년으로 B 노선(6년)보다 짧다.

부동산시장서 GTX 노선을 품은 지역은 언제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GTX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외곽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로, 개통 시 교통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수혜 지역들의 부동산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A·B·C 노선 지나는 구간 파급 효과
개통 앞두고 거래 늘고 신고가 경신

GTX-A 노선 개통 구간을 살펴보면 GTX의 파급효과를 알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동탄역 인근 화성시 오산동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개통 전 2429만원서 개통 후 2713만원(2024년 5월)으로 2개월 새 11.69%(284만원) 상승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오산동에 위치한 ‘동탄역 동원로얄듀크 비스타 3차(2020년 2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올해 8월 9억7000만원에 매매돼 1월 거래가(8억7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또 같은 기간 ‘동탄역 파라곤(2021년 2월 입주)’ 전용면적 79㎡도 올해 초 거래가(9억6700만원) 대비 7800만원 오른 10억4500만원(8월)에 거래됐다.

GTX의 파급효과는 연말 개통을 앞둔 수서~파주운정 구간의 운정중앙역이 위치한 파주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1~8월) 파주시 아파트 매매는 32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건수(2422건)보다 851건 많은 수치다.

개통이 다가올수록 거래가 늘고 있으며, 올해 거래량은 지난해 전체 거래량 3531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파주시 동패동에 있는 ‘초롱꽃마을 13단지디에트르더퍼스트(2021년 10월 입주)’의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7억6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약 5개월 만에 직전 최고가보다 4200만원 오른 것이다. 다율동에 위치한 ‘해오름마을 10단지파크푸르지오(2021년 12월 입주)’ ‘해오름마을 14단지푸르지오파르세나(2022년 8월 입주)’의 전용면적 59㎡도 각각 4억7000만원, 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교통 편의
대폭 개선

분양시장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 7월 청약을 받은 ‘동탄2신도시 동탄역대방엘리움더시그니처’는 186가구 모집에 11만6621명이 접수해 626.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분양한 ‘제일풍경채 운정’은 209가구 모집에 2만6449건의 청약통장이 접수, 1순위 평균 126.55대 1을 기록하며 마감에 성공했다.

626대 1
126대 1

두 단지 모두 GTX 역세권이라는 입지가 성공적인 청약 결과를 이끌어낸 주요 원인으로 평가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는 수도권 대표 개발호재로 통하는 만큼 침체된 시장서도 수혜 단지는 가격 상승을 이뤄내고 있다”며 “착공과 개통 시기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GTX 노선이 예정된 지역의 신규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GTX 호재를 품은 단지.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경기 군포 벌터·마벨지구에 들어서는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아파트 전용 59㎡ 타입이 마감되고 전용 76㎡, 84㎡, 95㎡ 타입을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45층, 8개 동, 총 1072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59~95㎡로 조성된다. 세대당 주차대수는 1.33대.

계약 조건은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며, 계약금 5%만 납부하면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4Bay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GX클럽, 골프클럽, 그리너리 카페, 독서실, 시니어클럽,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입주 예정은 2028년 5월.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이 2028년 개통 예정이다. 호계역도 예정돼있다. 특히 2028년 GTX-C 노선 개통 시 금정역서 서울 강남까지 10분대로 이동이 가능해져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반경 1㎞ 이내에 홈플러스 안양점과 AK플라자 금정점이 위치하고 있다. 안양시청, 롯데백화점, 이마트, 한림대학병원 등이 있는 평촌중심상업지구 이용도 용이하다. 평촌 학원가도 10분 거리며, 안양천 수변공원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수도권 GTX 노선 개통
호재 품은 지역 눈길

안양IT단지와 평촌 스마트스퀘어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양국제유통단지 등이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로,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과 군포 첨단 R&D 클러스터 조성 사업, 약 2.7㎞ 구간의 안양천 정비 사업도 추진 중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경기도 군포시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호재와 2028년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 대우건설은 경기 양주시 남방동 일원에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분양 중이다. 양주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내 공동5(A1)블록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면적 59·84㎡ 총 1172가구의 대단지로 공급된다. 

지하철 1호선 양주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지날 예정으로, 노선이 개통되면 양주 덕정서 서울 삼성역까지 27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경기북부 단일 최대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인 양주테크노밸리(2026년 준공 예정)와 가까워 직주근접성이 뛰어나며,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에 계획된 상업용지가 가깝다.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오산시 양산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3층, 12개동, 총 970가구로 조성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특화 설계가 적용된다. 커뮤니티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개인 PT실 등 운동시설과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작은도서관, 티하우스, 경로당 등이 마련된다.

단지 주변에 지하철 1호선 병점역이 인접해 있다. 향후 GTX-C 노선이 병점역까지 연장(예정)되면 삼성역까지 3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단지 주변에 도보 통학이 가능한 양산초가 위치하며, 인근에 양산1중학교(가칭)가 2027년 3월 신설될 예정이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와 수원캠퍼스, 평택캠퍼스 등이 인근에 있다. LG전자가 포함된 진위일반산업단지도 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수원일반산업단지, 가장일반산업단지, 정남일반산업단지, 동탄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동탄일반산업단지 등 다수의 산업단지 및 기업체로의 출퇴근 여건까지 확보했다.

분양 관계자는 “GTX-C노선과 동탄트램 등 교통 호재로 인해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병점역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아파트로 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오산세교 우미린 센트럴시티= 우미건설은 경기 오산시 오산세교2지구 일원에 ‘오산세교 우미린 센트럴시티’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5층, 11개동, 전용면적 59·72·84㎡, 총 1532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GTX-C 노선 연장이 예정된 1호선 오산역, 터미널이 있는 오산역 환승센터와 인접해 있다. 단지 바로 앞에 마루초(가칭·예정)와 고교부지(계획)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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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