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열풍’ 헌책방 거리 가보니…

노벨문학상? 그래도 썰렁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주요 서적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고 서적이라도 찾기 위해 헌책방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의 영향인지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점주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서점과 기업형 중고서점의 등장에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왔던 헌책방 거리는 시대 변화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국내외 서점과 도서관에 ‘한강 신드롬’이 몰아쳤다. 시민들이 한강의 책을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와 줄을 서는 오픈런 상황까지 벌어졌다. 온·오프라인 서점을 가리지 않고 한강의 작품이 연일 품절 행진을 이어가면서 중고 서적이라도 찾으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헌책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뒤안길로

서울 중구 지역 ‘청계천 헌책방거리’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기는 했지만, 점주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때 신학기 시즌이 되면 전공 서적을 사러 온 대학생과 명저를 구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던 거리는 온라인 서점과 기업형 서점의 등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번 한강의 인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산했던 거리가 전처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일요시사>가 만난 점주들의 속사정은 달랐다.

지난 14일 오후 1시께 도착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 맞은편 오간수교 횡단보도는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신호가 바뀌자 한두 명씩 줄지어 횡단보도를 건너가고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 중 헌책방 거리로 들어서는 이는 불과 5명 정도였다. 


거리 초입 켜켜이 쌓인 책들 사이로 점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었으나 책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보다 그냥 지나치는 행인이 더 많았다. 거리를 약 30분가량 지켜봤지만, 상점 입구에 쌓인 책들을 두리번거리거나 책을 펼쳐보는 손님 외에 책을 구매하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구서 책을 펼쳐보고 있던 A씨는 “여기를 자주 오지는 않는데, 옛날 느낌에 향수 때문에 이번에 오게 됐다”며 “책은 주로 온라인을 이용해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현재 헌책방 거리서 생존한 책방은 14곳뿐이다. 한때 70여곳이 운영하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헌책방을 운영해 온 B씨는 “한강 덕분에 손님이 늘긴 했는데, 처지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요즘 찾아오는 손님마다 한강 책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것만 찾고 다른 건 찾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오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다른 서점서 안 파는 거 다 갖다 놓고 했는데도 사람들이 여기서 찾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손님 늘었어도 달라진 건 없어”
“인터넷 등장에 손님 절반 줄어”

인근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C씨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강의 인기가 식으면 전처럼 사람이 없을 것 같다”며 “기존에 많으면 3~4명 정도 왔는데, 최근에 늘긴 했어도 6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매출이 줄었다”며 “오래 장사했지만 요즘 벌이가 좋지 않아서 조만간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만난 점주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거리에 손님들로 가득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책을 구매하려는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기업형 대형 서점의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은 얼마나 될지 비교해 보기 위해 종로구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과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았다. 오후 2시께 방문한 알라딘 종로점에서는 손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앞서 찾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알라딘 중고서점엔 15~20명가량 손님은 책을 고르거나 보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30분가량 지켜본 결과 손님들이 급격히 빠지거나, 한산해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매장 밖을 떠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 매장을 찾은 손님들로 다시 채워지는 식이었다. 해당 매장 직원 D씨는 “평일에 평균적으로 손님이 10명서 15명 정도 있고 시간별로 방문하는 손님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며 “한강의 수상 소식 다음날부터 책을 찾는 사람들이 몰렸는데, 지금은 책이 다 품절돼 매장에 있는 손님이 이 정도”라고 말했다. 

해당 지점서부터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교보문고 광화문점도 찾았다. 매장 입구 회전문을 밀고 들어서자 세기도 힘들 정도의 인파로 가득했다. 매장에 들어선 이후에도 회전문을 통해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매장 밖으로 나가는 손님보다 들어보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였다.

특히 매장 내 손님들은 한 손에 한강의 책을 들고 돌아다니며 다른 책을 찾고 있었다. 한강의 책 외에도 코너별로 책이 놓인 곳은 몇 부씩 가져간 흔적도 보였다.

보는 것 외 구매 못 봐
“오는 사람만 이용한다”

매장 내 진열된 책만 본다면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있는 책 수와 비슷해 보였지만, 방문하는 손님들의 수는 크게 차이가 났다. 이후 매장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기자, 무인 키오스크까지 책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모 지역서 출판사 직원으로 근무한다는 E씨는 “한강 책을 구매하기 위해 오게 됐다”며 “요즘 사람들만 봐도 온라인이나 이런 기업형 대형 서점서 많이 산다”고 말했다.

이어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예전에 많이 갔는데, 지금은 안 간다”며 “그곳을 안 간지도 한 몇 년 됐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가던 사람만 이용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헌책방 거리의 침체는 알라딘·교보문고·예스24 등 기업형 대형 중고서점이 본격적으로 중고 책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이들의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와 오프라인 매장 확대로 헌책방 거리는 잊힌 거리로 전락하게 됐다.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왔던 헌책방 거리는 시대의 변화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헌책방 거리가 미래 세대에게 전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지난 2013년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전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헌책방 시장은 2000년대 들어 눈에 띄게 위축됐다. 독서를 하는 국민의 수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로, 중고 책 시장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활성화 기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성인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성인의 독서 장애 요인은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 등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관련 예산이 59억8500만원 상당 삭감됐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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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