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국감 동행명령 해법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1 15:13:09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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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에 답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현직 검사도 국회의 동행명령에 불응하고,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은 국감 출석 요구를 받지 않기 위해 잠적했다. 미국은 증인의 의회 청문회 출석을 위해 소환장 전달 과정에 연방 보안관을 개입시킨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8일 법무부 등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동행명령을 발부했다. 김 차장검사는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했다. 김 차장검사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법정 허위진술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벌금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도 노 관장의 이혼소송 중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같은 날 법사위에 출석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고의로 국회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가 진행됐을 때도 최씨 본인은 물론, 다수의 증인들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청문위원들은 서울구치소 내 최씨의 수감동을 직접 방문해 약식으로 대화를 하는 선에서 최씨에 대한 청문을 진행했다.

국회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약식기소 되고,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사람들도 대부분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만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따라서 현직 검사도 국회에 불출석한 후 동행명령에 불응하는 등 “국회에 나가서 망신을 당하느니,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동행명령 제도는 1988년부터 시작됐다. 국회의 증인·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를 거부할 때, 상임위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면, 국회 사무처 직원이 동행명령장을 들고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동행을 요구한다. 

하지만 동행명령장에는 체포의 효력이 없는 만큼 강제구인은 불가하다. 대법원도 “동행명령장에 기한 신체의 자유 침해는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문회 소환, 연방 보안관 개입
불출석하면 본회의 의결로 고발

상임위 중심의 청문회는 제19대 국회서 시작됐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 개혁자문위원회가 “미국식 청문회를 참고해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제안했던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7년 3월17일 발표한 ‘미국 의회 증인출석요구 및 불출석 제재 제도의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개최하는 청문회서 증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대체로 출석 요청에 협조적으로 응한다고 한다. 따라서 소환장을 발부하는 상황은 아주 이례적이다.

미 의회의 청문회 소환장 발부는 위원회별로 위원장과 소수당 간사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특이한 것은 집행 과정이다. 위원회 직원에 의해 집행되는 경우는 우리와 같지만, 연방법원에 집행관으로 주재하는 연방 보안관(U.S Marshals Service)이나 의회 경위가 집행하는 예도 있다.


한국식으로 비유하자면, 의회 소환에 경찰관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환장이 체포영장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나 “소환장을 받고도 불출석하면, 의회 모독죄로 형사고발될 수도 있다”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의회 모독죄의 형량은 100달러 이상 1000달러 이하의 벌금, 1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규정상 처벌 수위는 한국이 더 높다.

하지만 미 의회의 의회 모독죄 고발은 위원회 조사 → 본회의 의결 → 연방검사에 고발 → 검사의 기소 요청 → 판사의 대배심 소집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본회의 의결을 거치기 때문에, 위원회 단위서 고발하는 한국과 무게가 다르다.

영화서도 권위 인정 장면
우리 국회는 호통·망신쇼

증인 대부분은 의회 모독죄 고발 전 출석 요구에 응한다고 한다. 1980년 이후 2014년까지 하원서 의회 모독죄 고발 결의안이 최종 가결된 사례는 8건에 불과하고, 불출석이 이유였던 사안은 4건이었다.

미 의회의 청문회 소환 과정서 특이한 제도는 하나 더 있다. 의회는 연방지방법원에 소환장의 효력을 확인하고 출석명령장을 발부하도록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사소송을 통해 출석명령의 효력을 확인한 후에도 증인이 불출석하면, 이때는 법정모독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

1980년부터 2014년까지 미 상원서 소환장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사례는 총 5건이었다. 아울러 의회가 불출석 증인을 직접 구인해서 증언할 때까지 증인을 가둘 수 있는 제도도 있다. 미국서 이를 의회 고유의 권한으로 인정한다. 연방대법원도 이를 합헌으로 인정했다.

국회가 증인의 자발적인 출석을 독려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제도도 있다. 입법조사처가 2010년 3월14일 발표한 ‘미국 의회의 도요타 청문회 개최와 그 시사점’에 따르면, 미 의회는 증인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미 의회는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에 위원회 소속 직원이 미리 증인을 방문해 증언을 녹취한다. 이로써 증인의 솔직한 대답을 얻을 수 있고, 제3자 모욕 등 부적절한 진술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증인이 수정헌법에 규정된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위원회 전체 2/3의 찬성을 얻으면, “증인이 형사소추되면 의회서 한 증언이나 그 증언으로부터 얻은 정보는 재판서 이용될 수 없다”는 법원의 명령을 얻는 ‘기소면제’ 권리를 부여할 수도 있다.

미 의회는 영화 등 대중 매체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의회의 청문회가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복잡한 상황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더욱 압박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묘사가 더러 등장한다.

반대로 우리 국회의원들의 국감이나 청문회서의 태도는 주로 ▲증인·참고인에 호통치기 ▲망신 주기 ▲튀어 보이기 위한 쇼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서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유명 걸그룹 소속 가수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의원도 목격됐다. 

법원 개입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서도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규혁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놓고, 한밤중까지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 등 증인에게 지나치게 무례했던 사례도 있었다. 국회 출석에 불응하는 증인들에 대한 엄정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의원들도 증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자신의 직무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서로의 숙제가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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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