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명태균 논란’ 윤 대통령 부부, 국민에게 사과해야

최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논란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명씨가 입만 벌리면 한 달 내에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도 된다고 한다. 일개 정치 브로커의 입에서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가 거론되는 이 나라 정국 흐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공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특히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입증할 핵심 증거를 쥐고 있는 듯하다.

명씨는 김 여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난 2022년 5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았으며,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로 공천에 대해 따졌다는 발언도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따라 그는 공천 청탁 관련으로 고발됐는데 검찰을 향해 잡아넣을 건지 안 잡아넣을 건지 감당할 수 있으면 알아서 하라면서 자신의 폭탄선언이 윤석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고 공개적인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기가 막히는 얘기다. 도대체 윤 대통령과 명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개 정치 브로커에 불과 한 자가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운운한단 말인가.

명씨가 이렇게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해 탄핵·하야를 들먹이며 공개적으로 협박을 하는데도 대통령실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이 대선 뒤 명씨와 소통을 끊었다는 원론적 해명만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실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올해 초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명씨가 김 여사와 텔레그램을 주고받았으니 대통령실 해명은 그의 주장이나 관련 상황들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명씨가 밝힌 여권 실세와의 친분은 놀라울 정도다. 그는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수시로 만나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하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김 전 의원,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교류했다는 실세 정치인들도 수두룩하다.

현 정부 출범 땐 공직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여권 내부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길래 실세 정치인도 아닌 자가 활개를 치며 보수 인사들과 그런 친분을 나눴는지 의문이다.

명씨는 또 자신이 윤 대통령 서초동 사저를 여러 차례 방문해 정치적 조언을 했고,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 전 대표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자신이 윤 대통령과 안 의원과의단일화를 성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스로 ‘그림자’라고 표현할 만큼 음지에 있던 사람이 어떻게 실세들을 줄줄이 만나 조언하고 후보 단일화 등의 역할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에는 아직도 공식적 루트가 아닌 비선 인사들에 의존하는 정치 문화가 남아 있는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이번 공천 파문의 핵심인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명씨 회사 직원 강혜경씨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명씨가 20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 비용 3억6000만원 대신 2022년 6월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따냈다고 주장했다.

강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가 명씨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면 정치자금 부정 수수에 해당할 수 있다. 20대 대선 뒤 국민의힘이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엔 명씨가 실시했다는 여론조사가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명씨의 입을 평가절하하면서 거리를 두려 하지만, 공개된 발언 상당수가 김 여사를 겨누면서 자칫 관련 민심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는 윤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여당의 중견 정치인들까지 명씨와 접촉 내지 교류한 사실이 알려져 발언의 파급은 여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서 윤 대통령 부부의 허술한 주변 관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선 같은 선거 국면에선 득표 아이디어가 있다는 인물이 속출하기 마련이고, 후보로선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나보고 싶기 마련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런 사람들의 얘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명씨처럼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대화·메시지를 과시하듯 공개한 경우는 없었다. 역대 정권에서 보통 이런 일들은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떨어지는 정권 말에 고개를 들었다. 반면 윤 정부는 임기가 반도 안 지났는데 대통령 부부의 밀실 대화가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다.

분명한 건 정권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연관이 있고 대통령 부부가 신중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점이다.

작금의 사태는 이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배우자의 공천 개입은 국정 농단에 해당한다. 선출되지 않은 비선 권력이 어떻게 국정을 망치고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가를 우리는 최순실(최서연으로 개명) 사태를 통해 뼈아프게 깨우쳤다.

그러나, 정작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잡아넣은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만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권력을 휘두르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또, 검찰이 명품가방 의혹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건넨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에 대해서는 검찰수사 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했다. 이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 개입 정황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김 여사와 연락한 적이 없다거나 결혼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해 온 주가조작 주범들이 김 여사와 여러 차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주범 중 한 명이 공범에게 쓴 편지에 김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잡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걱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금이라도 명씨와 관련된 사안의 진상을 진솔히 해명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사과해야 한다. 또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 대통령 주변 관리를 강화할 대책도 시간만 끌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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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