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브로커 티내는 명태균

얼마나 우스우면…대통령까지 협박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 관련 의혹’ 논란의 중심에 선 명태균은 경남지역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일종의 정치 컨설턴트 역할을 하며, 여러 정치인들과 접점을 넓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각종 인터뷰를 통해 논란을 점점 더 키우고 있는 상황서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역 정가에서 유명인사로 알려진 그는 누구일까?

최근 명태균의 과거 행적과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며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 정가서 ‘정치 브로커’로 여겨졌던 명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데 이어 연일 언론에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며 여권의 긴장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그가 여권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드러내며 폭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반복 중이다.

연일 폭로
핵심 키맨

지난 1970년 경남 창원서 태어난 명씨는 한때 역술인 등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창원 일대서 여론조사 업체 등을 운영했으며 정치 컨설팅도 해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종합광고 대행 및 신문, 소프트웨어 개발, 인쇄출판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주)좋은날을 운영했던 기업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과거 창원대학교에 1억원의 발전기금을 출연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 활동했다. 

(주)좋은날은 지난 2003년에 설립됐으나,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창원대학교 발전기금 외에도 명씨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본부서 청년 창업자의 경영을 돕는 선배기업인 멘토단으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그는 지역 정가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 2018년 ‘미래한국연구소’를 창립하고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와 함께 여론조사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정치권 관여 폭을 넓혀왔다. 


유명인사였던 명씨의 호칭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그를 ‘정치 컨설턴트’라고 불렀고, 다른 이들은 ‘브로커’ 또는 ‘사기꾼’이라고 칭했다.

명씨가 전국적 인지도를 누리게 된 것은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의 집중 보도를 통해서다. 해당 매체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바탕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과 지난 4·10 총선 지역구 이동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에 낸 변호사 사무실 주소지가 명씨가 사실상 운영해 온 여론조사 업체와 같았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1월 창원시 진해구에 법무법인 ‘선택’을 설립하고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 4월, 21대 총선서 창원 진해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경선서 탈락했다. ‘선택’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같은 해 7월 주소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 한 빌딩 3층으로 돼있다. 이 주소는 당시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와 동일하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의 소장 명함은 김 전 의원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로 돼있다. 김씨는 명씨가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인터넷신문·인터넷방송·여론조사 업체인 <시사경남> 보도국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명씨는 인터넷 매체인 <시사경남>의 CEO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론조사가 주된 무기로 여론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비롯해 정치 현안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정가서 상당한 유명인사
정치 현안에 해박하다는 평가


지난 9월19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창원을 비롯해 경남 일대서 정치하는 사람들 중 명씨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명씨에 대해 “무속인은 아니고 지극히 정상”이라며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명씨를 처음 만났다는 신 의원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고 느꼈다”며 “선거 기획 능력이나 그런 것이 탁월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몰랐던 정치의 흐름을 많이 설명해줬다”고 교류해 왔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레귤러하게 공부하지 않아 약간 울퉁불퉁한 경향은 있지만, 오히려 레귤러 출신들이 갖지 못한 창의력이 있어 보였다”며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눈이 있고, 발상이 좀 더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명씨의 과거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01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시 공무원에게 로비를 통해 승진시켜주겠다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이 외에도 무자격 상태로 여론조사를 실시 및 보도한 혐의, 불법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해당 기간 총 4차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조위)의 고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도 지난 6일 공개됐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여조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조위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기준 위반 행위로 총 4차례 고발 처분과 1차례 과태료 처분, 3회 경고 처분을 했다. 

위반 행위는 대부분 ‘표본 대표성 미확보’와 ‘미신고’였다. 연구소는 지난 2019년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 후보자의 의뢰로 비공표용 조사 9건을 임의 구축한 전화번호 DB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여조위가 고발 조치했다. 법원은 연구소 대표와 연구소에 각각 3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연구소는 21대 총선과 관련해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표본 대표성 미확보와 편향된 질문지 사용 등이 포착돼 여조위로부터 두 차례 고발당했다.

두 사안을 병합 심리한 법원은 연구소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 연구소에 벌금 300만원을 결정했다. 연구소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22년 5월에도 자체 보유 휴대전화 DB로 조사를 실시하고, 특정 전화번호를 중복으로 사용해 고발됐고 벌금형이 내려졌다. 

다양한 호칭
숨겨진 이력

명씨는 5년 전 사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9월3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7월10일 사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그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 2016년 4~5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창원시 6급 공무원 A씨에게 로비를 통해 2017년 상반기 5급으로 승진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같은 해 5월부터 10월까지 피해자와 골프 라운딩을 하거나 식사 자리서 피해자가 ‘시청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며 직급은 무엇인지’ ‘근무 성적이 어떤지’ 등에 대해 물어보고 창원시장의 친구, 비서실 공무원 등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명씨는 ‘승진 부탁을 누구에게 하려면 인사 명목이 있어야 한다’며 A씨로부터 금전을 요구했고, A씨는 같은 해 11월22일 그의 차량서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 이후 12월26일, 다른 공무원에게도 승진 로비 명목으로 225만원 상당의 여성용 골프용품 세트를 받았다.

또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 2021년 국민의힘 경선 당시 대의원을 포함한 당원 전화번호 약 57만건이 명씨에 의해 유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지난 10일, 명씨가 국민의힘 당원 56만8000여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여론조사에 활용된 국민의힘 당원 목록에는 책임당원과 대의원 분류, 성별과 지역, 휴대전화 안심번호 등이 포함됐다. 본 경선 기간(2021년 10월9일~11월4일)에 조사가 실시됐다는 점과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외부 기관으로 당원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 4명(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 및 각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대 1 가상대결 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당시 윤석열 후보의 압도적인 우위로 나타났다.


이에 같은 날 국민의힘은 명씨에게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하기로 밝혔다. 국민의힘 서민수 사무총장은 노 의원이 제기한 ‘당원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 “어떻게(명부가) 흘러갔는지 우리가 차근차근 지금부터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도된 명씨의 언론 인터뷰는 여권을 뒤흔들었다. 그는 지난 6일 진행된 JTBC와의 인터뷰서 “(언론엔)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입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자택에 대여섯번 방문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 등 여러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거물급 인맥
영향력 과시

또 이날 밤 보도된 채널A 인터뷰에선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다.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자 명씨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 연락해 “(하야, 탄핵 발언은)농담삼아 한 이야기”라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재차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씨를 만나게 됐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가 명태균을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어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 것이고, 윤 대통령이 당시 두 정치인을 자택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윤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그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로부터 대선 관련 조언을 듣고 있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청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뛰는 천공 위에 나는 명태균이냐”고 비꽜다. 

박 원내대표는 “요즘 김건희는 정권 실세, 명태균은 비선 실세라는 말이 돌아다닌다”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켕기는 게 있는지 침묵으로만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이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라는 증언이 나왔다”며 “사실이라면 현직 대통령 부부가 공천 장사를 했다는 것이고,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비선 실세라는 말 돌아다녀”
“입도 뻥끗 못 한 상황 한심”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명씨를 두고 “제2의 최순실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서 “명태균씨 또는 제2의 명태균, 제3의 명태균이 김건희씨를 통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바로 인사 개입, 인사 농단을 했다거나 정책 관련 개입을 했다면 이게 바로 제2의 최순실”이라며 “이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를 밝히기 위해서 저희 당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해 듣고 “행동할 때가 됐다”며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얘기들이 알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렇게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보면 발언자들의 내용이 서로 충돌되는 지점도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보수 정치인들이 명태균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사람과 어울려 약점이 잡히고 이 난리가 났는데 누구 하나 입도 뻥끗 못하는 상황이 한심하고 수치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는 “불법 공천 개입이든 불법 정치자금이든, 명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법대로 심판해야 한다”며 “만약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검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며, 특검을 피할 명분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트 우려
정치권 술렁

명씨가 연일 윤 대통령 부부 및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드러내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파장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그 발언의 진위 여부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게이트급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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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