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브로커 티내는 명태균

얼마나 우스우면…대통령까지 협박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 관련 의혹’ 논란의 중심에 선 명태균은 경남지역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일종의 정치 컨설턴트 역할을 하며, 여러 정치인들과 접점을 넓혀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각종 인터뷰를 통해 논란을 점점 더 키우고 있는 상황서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역 정가에서 유명인사로 알려진 그는 누구일까?

최근 명태균의 과거 행적과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며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 정가서 ‘정치 브로커’로 여겨졌던 명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데 이어 연일 언론에 폭로성 발언을 쏟아내며 여권의 긴장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그가 여권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드러내며 폭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반복 중이다.

연일 폭로
핵심 키맨

지난 1970년 경남 창원서 태어난 명씨는 한때 역술인 등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창원 일대서 여론조사 업체 등을 운영했으며 정치 컨설팅도 해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종합광고 대행 및 신문, 소프트웨어 개발, 인쇄출판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주)좋은날을 운영했던 기업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과거 창원대학교에 1억원의 발전기금을 출연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 활동했다. 

(주)좋은날은 지난 2003년에 설립됐으나,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창원대학교 발전기금 외에도 명씨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본부서 청년 창업자의 경영을 돕는 선배기업인 멘토단으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그는 지역 정가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 2018년 ‘미래한국연구소’를 창립하고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와 함께 여론조사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정치권 관여 폭을 넓혀왔다. 


유명인사였던 명씨의 호칭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그를 ‘정치 컨설턴트’라고 불렀고, 다른 이들은 ‘브로커’ 또는 ‘사기꾼’이라고 칭했다.

명씨가 전국적 인지도를 누리게 된 것은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의 집중 보도를 통해서다. 해당 매체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바탕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과 지난 4·10 총선 지역구 이동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에 낸 변호사 사무실 주소지가 명씨가 사실상 운영해 온 여론조사 업체와 같았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1월 창원시 진해구에 법무법인 ‘선택’을 설립하고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같은 해 4월, 21대 총선서 창원 진해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경선서 탈락했다. ‘선택’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같은 해 7월 주소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 한 빌딩 3층으로 돼있다. 이 주소는 당시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와 동일하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의 소장 명함은 김 전 의원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로 돼있다. 김씨는 명씨가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인터넷신문·인터넷방송·여론조사 업체인 <시사경남> 보도국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명씨는 인터넷 매체인 <시사경남>의 CEO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론조사가 주된 무기로 여론의 흐름을 읽는 능력을 비롯해 정치 현안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정가서 상당한 유명인사
정치 현안에 해박하다는 평가


지난 9월19일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창원을 비롯해 경남 일대서 정치하는 사람들 중 명씨 이름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명씨에 대해 “무속인은 아니고 지극히 정상”이라며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명씨를 처음 만났다는 신 의원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고 느꼈다”며 “선거 기획 능력이나 그런 것이 탁월한 사람처럼 보였다. 내가 몰랐던 정치의 흐름을 많이 설명해줬다”고 교류해 왔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레귤러하게 공부하지 않아 약간 울퉁불퉁한 경향은 있지만, 오히려 레귤러 출신들이 갖지 못한 창의력이 있어 보였다”며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눈이 있고, 발상이 좀 더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명씨의 과거 이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019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시 공무원에게 로비를 통해 승진시켜주겠다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였다.

이 외에도 무자격 상태로 여론조사를 실시 및 보도한 혐의, 불법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해당 기간 총 4차례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조위)의 고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도 지난 6일 공개됐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여조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조위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기준 위반 행위로 총 4차례 고발 처분과 1차례 과태료 처분, 3회 경고 처분을 했다. 

위반 행위는 대부분 ‘표본 대표성 미확보’와 ‘미신고’였다. 연구소는 지난 2019년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 후보자의 의뢰로 비공표용 조사 9건을 임의 구축한 전화번호 DB로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여조위가 고발 조치했다. 법원은 연구소 대표와 연구소에 각각 3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연구소는 21대 총선과 관련해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표본 대표성 미확보와 편향된 질문지 사용 등이 포착돼 여조위로부터 두 차례 고발당했다.

두 사안을 병합 심리한 법원은 연구소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 연구소에 벌금 300만원을 결정했다. 연구소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22년 5월에도 자체 보유 휴대전화 DB로 조사를 실시하고, 특정 전화번호를 중복으로 사용해 고발됐고 벌금형이 내려졌다. 

다양한 호칭
숨겨진 이력

명씨는 5년 전 사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9월3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2019년 7월10일 사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그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 2016년 4~5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창원시 6급 공무원 A씨에게 로비를 통해 2017년 상반기 5급으로 승진시켜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같은 해 5월부터 10월까지 피해자와 골프 라운딩을 하거나 식사 자리서 피해자가 ‘시청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며 직급은 무엇인지’ ‘근무 성적이 어떤지’ 등에 대해 물어보고 창원시장의 친구, 비서실 공무원 등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명씨는 ‘승진 부탁을 누구에게 하려면 인사 명목이 있어야 한다’며 A씨로부터 금전을 요구했고, A씨는 같은 해 11월22일 그의 차량서 현금 3000만원을 건넸다. 이후 12월26일, 다른 공무원에게도 승진 로비 명목으로 225만원 상당의 여성용 골프용품 세트를 받았다.

또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 2021년 국민의힘 경선 당시 대의원을 포함한 당원 전화번호 약 57만건이 명씨에 의해 유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지난 10일, 명씨가 국민의힘 당원 56만8000여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여론조사에 활용된 국민의힘 당원 목록에는 책임당원과 대의원 분류, 성별과 지역, 휴대전화 안심번호 등이 포함됐다. 본 경선 기간(2021년 10월9일~11월4일)에 조사가 실시됐다는 점과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외부 기관으로 당원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 4명(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 및 각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대 1 가상대결 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당시 윤석열 후보의 압도적인 우위로 나타났다.


이에 같은 날 국민의힘은 명씨에게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당원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하기로 밝혔다. 국민의힘 서민수 사무총장은 노 의원이 제기한 ‘당원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 “어떻게(명부가) 흘러갔는지 우리가 차근차근 지금부터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도된 명씨의 언론 인터뷰는 여권을 뒤흔들었다. 그는 지난 6일 진행된 JTBC와의 인터뷰서 “(언론엔)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입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자택에 대여섯번 방문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 등 여러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거물급 인맥
영향력 과시

또 이날 밤 보도된 채널A 인터뷰에선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다.

보도 이후 논란이 커지자 명씨는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 연락해 “(하야, 탄핵 발언은)농담삼아 한 이야기”라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재차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씨를 만나게 됐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가 명태균을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어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 것이고, 윤 대통령이 당시 두 정치인을 자택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명씨가 대통령과 별도의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윤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그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많은 분들로부터 대선 관련 조언을 듣고 있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청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뛰는 천공 위에 나는 명태균이냐”고 비꽜다. 

박 원내대표는 “요즘 김건희는 정권 실세, 명태균은 비선 실세라는 말이 돌아다닌다”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켕기는 게 있는지 침묵으로만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이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라는 증언이 나왔다”며 “사실이라면 현직 대통령 부부가 공천 장사를 했다는 것이고,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비선 실세라는 말 돌아다녀”
“입도 뻥끗 못 한 상황 한심”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명씨를 두고 “제2의 최순실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서 “명태균씨 또는 제2의 명태균, 제3의 명태균이 김건희씨를 통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바로 인사 개입, 인사 농단을 했다거나 정책 관련 개입을 했다면 이게 바로 제2의 최순실”이라며 “이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를 밝히기 위해서 저희 당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비공개 자유토론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해 듣고 “행동할 때가 됐다”며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인 얘기들이 알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렇게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보면 발언자들의 내용이 서로 충돌되는 지점도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보수 정치인들이 명태균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사람과 어울려 약점이 잡히고 이 난리가 났는데 누구 하나 입도 뻥끗 못하는 상황이 한심하고 수치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는 “불법 공천 개입이든 불법 정치자금이든, 명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법대로 심판해야 한다”며 “만약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이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검찰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며, 특검을 피할 명분이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트 우려
정치권 술렁

명씨가 연일 윤 대통령 부부 및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드러내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파장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그 발언의 진위 여부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게이트급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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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