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대담>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민주당 재집권을 말하다

“정권 붕괴 직전…수권정당 준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 운동권’ 대표 주자다.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발탁돼 20대라는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제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4선 중진에 올랐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민주당의 조타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 재집권 플랜’ 밑그림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각하다.” 윤석열정부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의 한 줄 평이다. 의료 대란부터 민생, 안보,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민주당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1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재집권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일요시사>는 김 최고위원과 만나 윤정부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 2기 지도부의 목표인 재집권 준비에 관해 질문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1기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데 이어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2기 지도부에 합류하게 됐다. 한 달간의 짧은 소회를 밝혀준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현안이 많아 무척이나 바빴지만 다행히 이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 지도부에 모두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 지지율이 오차 범위 밖으로 기록되는 등 격차를 벌려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 더욱 빠르게 변하는 정국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하면서 사실상 레임덕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현 상황은 어떤가? 전략을 설명해준다면?


▲지난 전당대회서 말했던 바와 같이 집권 준비에 전속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사실상 정권은 붕괴 초입에 들어섰다. 서둘러 안정적인 수권 준비의 모습을 갖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이런 인식을 갖는 게 첫 번째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 각종 준비 태세를 하나하나 갖춰 나가고 있다.

현 정권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정권교체 후 국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두 번째는 민생 붕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의료 대란이 워낙 심각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중도층이 대선 승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다. 중도층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방안은 무엇인가?

▲대선은 중도층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정당의 지지층 등을 포함한 국민적인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우리 당 지지층은 물론 윤정부에 실망한 이른바 ‘합리적 보수’까지 정권교체의 흐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큰 방향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서 봤을 때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거의 상실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지원금, 지역화폐,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같은 민생 이슈에도 반대 혹은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효성이 있는 대안은 아니다. 이에 두루 대처하는 것이 야당의 일이다.

-한국 정치는 이미 한 차례 탄핵 정국을 겪었다. 2016년 박근혜정부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2016년 당시 상황과 조금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국민이 탄핵 정국을 경험해 본 만큼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때 이상으로 심각하고 가망도 없다고 본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섰지만 각종 국정지지도는 벌써 20%대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커지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고위회의서 돌연 ‘계엄설’을 띄우셨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현 정권은)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동기와 세력, 사고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제대로 갖추지지 않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당시 특정 연고,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등학교 출신의 인맥)’와 비밀 회합을 하지 않았나.

“윤, 손대는 족족 문제…국정 운영 능력 없어”
“계엄설 띄운 이유? 용산 세력도 동기도 충분”

용산의 불법적인 군기 위반, 대통령 경호처장 비밀 모임 등 계엄 준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해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 주변 인물 몇 명이 피의자 상태인 만큼 자리를 보전하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권력에)집착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

-최근 야권 곳곳서 탄핵을 언급하는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주말마다 윤정부 퇴진 집회도 이뤄지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

▲국민 사이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정권이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지도부 내에서는 탄핵을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전체 의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몇몇 의원이 집회에 참여하는 정도일 뿐, 당 전체의 주된 기류가 탄핵을 말하는 상황은 아니다.

-재집권 과정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보시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다. 지난 총선서 (혁신당 조국 대표가)‘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와 ‘쇄빙선’ 역할을 외쳤기 때문에 선도적 역할이 바람직하겠다.

-혁신당이 ‘지민비조’를 내세웠다지만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금정구청장 단일화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야권이 갈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정권교체에 대한 큰 대의와 숙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 과정서 누군가가 이탈한다면 아마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생각할 때 원칙에 어긋난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정치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사안이 많지만 그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연관된 의료 대란이 가장 심각하다. 가장 절박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윤정부 자체가 문제다. 정부가 손을 대는 것마다 문제가 터지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각종 특검법과 정부의 개혁안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여의도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법’ 등 3건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다.

“하루하루 힘들다” 약자 눈으로 본 세상
“대통령 탄핵, 민주당 아닌 국민이 외친다”

민주당은 즉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을 버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거부권을 포기하고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거부권’ ‘의료 대란’ ‘여사 리스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파열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도 연일 논란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명백한 국정 농단이라고 말하는데…

▲정황과 증거가 나온다면은 당연히 국정 농단이다. 지금은 의혹이지만 (공천 개입을)시사하는 정황과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


-국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특검법 통과와 정부의 거부권이 끝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의 해법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가기로 작정한 정권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거부권을 쓸 거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서 딱 8석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발의했다지만 모든 야당 의원이 특정 법안에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10석 정도가 모자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상황서 민심에 따른 이탈표는 불가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표는 10에서 9석, 8석, 7석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이날 대담서 김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듯 작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 김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때가 있었다. 대표를 맡은 국회 연구 단체 ‘약자의 눈’을 설명하는 그는 “약자를 돕는 방식이 시대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인적인 정치 활동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연구 단체 ‘약자의 눈’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데 관련해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라는 모토로 2020년 출범한 단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야 하지만 세상의 변화와 함께하고 미리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가령 우리나라가 AI가 주되는 사회로 변하게 된다면 약자를 돕는 방식 또한 바뀌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결과다.

-약자의 눈을 모토로 한 이유가 있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4년 전에 국회에 18년 만에 복귀했을 때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국회 연구 단체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제적인 이슈를 주로 다뤘다.

‘누가 특별히 챙기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단체도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단체가 약자의 눈이고, 결과적으로 잘 받아들여져 지난 4년 내내 50개가 넘는 연구단체 중 1위로 선정됐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앞으로의 활동 방향도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지하철 시위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교통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종교계 지도자와 총리 면담을 실시하고 정부 예산을 반영하는 노력 등을 통해 지하철 시위가 상당 기간 중단되는 성과를 냈다.

물론 모든 요구 사안을 만족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위가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장애인 교통권 확대를 의제로 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단체에 함께하는 의원들의 관심사인 저출생, 위기 청소년, 정보접근성 등을 위한 노력도 함께하겠다.

대담 마치며 김 최고위원은 “하루하루가 참으로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주어진 일에 매진하겠다. 너무나도 기본적인 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을 향해 “늘 긴장감을 느끼겠다”며 “하나하나 열심히, 또 세심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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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