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①속초 몽트비어

수제 맥주의 매력에 빠지다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하고 청량한 라거(Lager, 하면발효맥주) 맥주가 여름에 제격이라면 가을엔 농익은 에일(Ale, 상면발효백주) 맥주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라거맥주 위주였던 우리나라에 탄산이 적고 색이 진하며 풍부한 향이 특징인 에일맥주가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기호도 다양해졌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 마시는가 하면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잉을 즐기는 사람도 생겨났다. 수제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 홈브루잉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 몽트비어다.

홈브루잉을 즐기던 동호회원들이 양조장을 설립한 것은 술을 만들어 외부 유통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주세법이 계기가 됐다. 진정한 수제 맥주가 무엇인지, 지역 맥주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맥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제 맥주

붉은색 벽돌과 파란색 간판이 어우러진 건물은 양조장이라기보다 카페의 느낌에 가깝다. 비어 바(Beer Bar)가 있는 2층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설악산과 북한부터 이어진 금강산의 봉우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프랑스어의 산을 뜻하는 단어에서 착안한 ‘몽트(Mont)’라는 이름과 울산바위를 형상화한 로고가 만들어진 이유다.

몽트비어를 찾는 가장 큰 즐거움은 갓 나온 신선한 맥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몽트비어가 선보인 맥주 종류는 1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는 스트로베리 에일과 피치 화이트 사워처럼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맥주도 눈에 띈다.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는 한국관광공사 관광두레서 만난 업체의 농산물을 사용한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로컬맥주라는 생각에서다.

처음엔 속초 응골딸기마을에서 생산된 딸기로 과즙을 내서 ‘스트로베리 에일’을 만들었다. 생딸기를 아낌없이 넣어 은은한 딸기향을 느낄 수 있는 봄철 한정판 맥주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았다. 뒤이어 양양의 곰마을에서 재배한 복숭아를 이용해 ‘피치 화이트 사워 맥주’도 만들었다.

유산균 발효 공정을 거쳐 복숭아의 향미와 더불어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맥주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제 맥주 대회서 피치 화이트 사워는 금상을, 스트로베리 에일은 동상을 받아 품질도 인정받았다. 몇 년 전, 강원도서 감자 파동이 있었을 때는 감자로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춘천에 있는 강원농식품연구소와 협업해 2년간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든 것이 강원감자 맥주 ‘쟈니’다.

신선한 맥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곳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도 구비

국내산 효모와 감자 전분을 사용했다. ‘쟈니’라는 이름은 ‘야, 이거 ×× 쟈니?’라는 식의 강원도 사투리 말투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인 홉도 국내산을 사용하기 위해 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홉은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내는 재료로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하다. 홉의 향과 풍미를 더하기 위해 더블 드라이 호핑(Double Dry Hopping) 공정을 거친 하와이안 IPA(India Pale Ale)도 인기다.

미국식 IPA로 홉에서 나오는 열대과일향과 쌉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IPA 맥주는 홉을 많이 넣어 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쓴맛을 선호하지 않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쓴맛을 최소로 줄였다. 

‘필 바이젠’은 외부 유통을 하지 않아 몽트비어에서만 마시거나 구입할 수 있는 맥주다. 독일어로 밀을 뜻하는 ‘바이젠(Weizen)’ 이름대로 온도에 민감한 밀맥주기 때문이다. 필 바이젠은 맥주에 효모가 살아 있는 독일식 헤페 바이젠(Hefe Wei zen)으로 바나나 향을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젠 맥주의 맛은 효모가 발효되면서 정해지는데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을 유지해주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지만 맛있게 익는 것은 자연의 영역이어서 상업용 맥주를 만들 때 효모를 발효해 향 내는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라운드 미드나잇’이라는 이름의 한정판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싱글몰트위스키서 제조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고품질의 맥주다. 참나무 향을 입히기 위해 오크통에서 6개월 이상 1차 발효를 한 후 병에 넣어 2차 발효해 완성한다.

알코올 도수는 12°에 이르며 향과 풍미가 좋아 이 맥주만 찾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다. 

몽트비어 맥주는 모두 병에 담겨 시중에 유통된다. 맥주는 양조한 뒤 탱크 안에 들어있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 두 번째는 생맥주를 담는 20ℓ짜리 스테인리스 통이고 세 번째가 유리병이다. 유리병은 맥주의 맛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형태기 때문이다.

병은 와인병 크기인 750㎖를 고집하는데 우리나라서 유일하게 금형을 만들어 OEM 방식으로 유리병을 생산해 사용하는 업체기도 하다. 비어 바에는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도 준비돼있다. 피자와 감바스, 소시지, 먹태, 감자튀김 등 모두 맥주와 잘 어울린다. 

몽트비어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시설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개인 방문자의 경우, 관람 가능한 동선 내에서 자유롭게 양조장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건물 입구와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 맥주를 만드는 양조 탱크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창이 나 있다.

10명 이상이라면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다. 관람 가능한 날짜에 예약해 방문하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양조장 곳곳을 견학할 수 있다.

가을을 느끼기 좋은 설악향기로는 설악동 계곡의 절경과 어우러지는 산책로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순환형으로 자차를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쌍천 수변을 따라 설악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코스로 총길이 2.7㎞ 중 863m는 출렁다리를 포함해 새로 조성된 스카이워크 구간이다.

저녁에는 고보조명(영상조명)과 반딧불 조명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에는 목우재삼거리부터 길을 따라 벚꽃 터널을 이룬다.

영랑호 맨발 황톳길은 수채화 같은 영랑호 풍경을 벗삼아 맨발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편도 420m 순환형 코스로 황톳길과 산책길, 세족장, 황토볼장, 황토족장의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황톳길 흙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발에 전해지는 감촉이 푹신하며 걸을 때 관절에 무리를 덜 주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설악 향기로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외옹치항과 외옹치해변 사이 위치한 리조트 주변 바닷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약 890m 길이의 산책길이다. 수십년 동안 군사작전 지역으로 묶여있다가 지난 2018년에 개방됐다. 탁 트인 동해와 함께 어우러진 암석관찰길과 안보체험길, 하늘데크길, 대나무명상길로 구간마다 변화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몽트비어→설악향기로→영랑호 맨발 황톳길→외옹치 바다향기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몽트비어→설악향기로→영랑호 맨발 황톳길→외옹치 바다향기로→몽트비어 속초해변점
-둘째 날 속초아이→크래프트루트→척산온천휴양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몽트비어: montbeer.modoo.at 
-설악향기로: https://www.sok cho.go.kr/ct/tour/attraction/nature?contentSeq=162 
-영랑호 맨발 황톳길: https://www.sokcho.go.kr/ct/tour/att raction/nature 
-외옹치 바다향기로: https://www.sokcho.go .kr/ct/tour/attraction/nature

운영 정보
-몽트비어 BEER BAR 운영시간: 평일·일요일 13:30~220:00(L.O 21:30), 금~토요일 13:30~23:00(L.O 22:30)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입장 무료
-설악향기로 운영시간: 상시 이용 가능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무료
-영랑호 맨발 황톳길 운영시간: 09:00~18:00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무료
-외옹치 바다향기로 운영시간: 06:00~19:30(4월~9월), 07:00 ~17:30(10월~3월) 휴무일: 연중무휴(기상악화 시 통제) 요금: 무료

문의 전화
-몽트비어 033)636-9010
-설악향기로 033)639-2077
-영랑호 맨발 황톳길 033)639-2422
-외옹치 바다향기로 033)639-2362

대중교통
버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수복탑 정류장서 3번 또는 3-1번 버스(일 15회 운행) 이용, 한화리조트별관입구 정류장서 하차 후 몽티비어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속초시청 교통과 033)639 -2368, www.sokcho.go.kr/sc/fields/traffic/transport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속초IC→속초 방향 56번 도로(미시령로) 쪽으로 진출→콩꽃마을교차로서 좌회전→몽트비어 이정표서 우회전→몽트비어

숙박 정보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 속초시 미시령로, 033)630-5500, www .hanwharesort.co.kr 
-어반스테이 속초해변C: 속초시 해오름로, 0507)1375-7694, https://urbanstay.co.kr 
-위드유호텔앤게스트하우스: 속초시 동해대로, 010-9631-3620, https://withugh.modoo.at

식당 정보
-옛날할머니순두부(두부부침, 순두부):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033)636-8641 
-옥미정산채정식(산채비빔밥, 황태구이정식):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033)631-7799 
-은진네횟집(대게, 모둠회): 속초시 대포항길, 033)636-3562

주변 볼거리
-설악문화제(속초음식축제 포함): 10월4~6일, 엑스포잔디광장
-새해맞이 축제: 12월31일~1월1일 일출 시까지, 엑스포잔디광장(12월31일), 속초해수욕장(1월1일) 
-속초아이, 크래프트루트, 척산온천휴양촌(맨발 걷기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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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