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①속초 몽트비어

수제 맥주의 매력에 빠지다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하고 청량한 라거(Lager, 하면발효맥주) 맥주가 여름에 제격이라면 가을엔 농익은 에일(Ale, 상면발효백주) 맥주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라거맥주 위주였던 우리나라에 탄산이 적고 색이 진하며 풍부한 향이 특징인 에일맥주가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기호도 다양해졌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 마시는가 하면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잉을 즐기는 사람도 생겨났다. 수제 맥주의 매력에 빠져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 홈브루잉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 몽트비어다.

홈브루잉을 즐기던 동호회원들이 양조장을 설립한 것은 술을 만들어 외부 유통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주세법이 계기가 됐다. 진정한 수제 맥주가 무엇인지, 지역 맥주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맥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제 맥주

붉은색 벽돌과 파란색 간판이 어우러진 건물은 양조장이라기보다 카페의 느낌에 가깝다. 비어 바(Beer Bar)가 있는 2층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설악산과 북한부터 이어진 금강산의 봉우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프랑스어의 산을 뜻하는 단어에서 착안한 ‘몽트(Mont)’라는 이름과 울산바위를 형상화한 로고가 만들어진 이유다.

몽트비어를 찾는 가장 큰 즐거움은 갓 나온 신선한 맥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몽트비어가 선보인 맥주 종류는 1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는 스트로베리 에일과 피치 화이트 사워처럼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맥주도 눈에 띈다.


맥주에 들어가는 재료는 한국관광공사 관광두레서 만난 업체의 농산물을 사용한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로컬맥주라는 생각에서다.

처음엔 속초 응골딸기마을에서 생산된 딸기로 과즙을 내서 ‘스트로베리 에일’을 만들었다. 생딸기를 아낌없이 넣어 은은한 딸기향을 느낄 수 있는 봄철 한정판 맥주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았다. 뒤이어 양양의 곰마을에서 재배한 복숭아를 이용해 ‘피치 화이트 사워 맥주’도 만들었다.

유산균 발효 공정을 거쳐 복숭아의 향미와 더불어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맥주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제 맥주 대회서 피치 화이트 사워는 금상을, 스트로베리 에일은 동상을 받아 품질도 인정받았다. 몇 년 전, 강원도서 감자 파동이 있었을 때는 감자로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춘천에 있는 강원농식품연구소와 협업해 2년간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든 것이 강원감자 맥주 ‘쟈니’다.

신선한 맥주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곳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도 구비

국내산 효모와 감자 전분을 사용했다. ‘쟈니’라는 이름은 ‘야, 이거 ×× 쟈니?’라는 식의 강원도 사투리 말투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인 홉도 국내산을 사용하기 위해 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홉은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내는 재료로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이 다양하다. 홉의 향과 풍미를 더하기 위해 더블 드라이 호핑(Double Dry Hopping) 공정을 거친 하와이안 IPA(India Pale Ale)도 인기다.


미국식 IPA로 홉에서 나오는 열대과일향과 쌉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IPA 맥주는 홉을 많이 넣어 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쓴맛을 선호하지 않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쓴맛을 최소로 줄였다. 

‘필 바이젠’은 외부 유통을 하지 않아 몽트비어에서만 마시거나 구입할 수 있는 맥주다. 독일어로 밀을 뜻하는 ‘바이젠(Weizen)’ 이름대로 온도에 민감한 밀맥주기 때문이다. 필 바이젠은 맥주에 효모가 살아 있는 독일식 헤페 바이젠(Hefe Wei zen)으로 바나나 향을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젠 맥주의 맛은 효모가 발효되면서 정해지는데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을 유지해주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지만 맛있게 익는 것은 자연의 영역이어서 상업용 맥주를 만들 때 효모를 발효해 향 내는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다고 한다. 

‘라운드 미드나잇’이라는 이름의 한정판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싱글몰트위스키서 제조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고품질의 맥주다. 참나무 향을 입히기 위해 오크통에서 6개월 이상 1차 발효를 한 후 병에 넣어 2차 발효해 완성한다.

알코올 도수는 12°에 이르며 향과 풍미가 좋아 이 맥주만 찾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다. 

몽트비어 맥주는 모두 병에 담겨 시중에 유통된다. 맥주는 양조한 뒤 탱크 안에 들어있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 두 번째는 생맥주를 담는 20ℓ짜리 스테인리스 통이고 세 번째가 유리병이다. 유리병은 맥주의 맛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를 만나기에 가장 좋은 형태기 때문이다.

병은 와인병 크기인 750㎖를 고집하는데 우리나라서 유일하게 금형을 만들어 OEM 방식으로 유리병을 생산해 사용하는 업체기도 하다. 비어 바에는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도 준비돼있다. 피자와 감바스, 소시지, 먹태, 감자튀김 등 모두 맥주와 잘 어울린다. 

몽트비어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시설을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개인 방문자의 경우, 관람 가능한 동선 내에서 자유롭게 양조장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건물 입구와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 맥주를 만드는 양조 탱크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창이 나 있다.

10명 이상이라면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다. 관람 가능한 날짜에 예약해 방문하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양조장 곳곳을 견학할 수 있다.

가을을 느끼기 좋은 설악향기로는 설악동 계곡의 절경과 어우러지는 산책로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순환형으로 자차를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쌍천 수변을 따라 설악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코스로 총길이 2.7㎞ 중 863m는 출렁다리를 포함해 새로 조성된 스카이워크 구간이다.

저녁에는 고보조명(영상조명)과 반딧불 조명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에는 목우재삼거리부터 길을 따라 벚꽃 터널을 이룬다.

영랑호 맨발 황톳길은 수채화 같은 영랑호 풍경을 벗삼아 맨발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편도 420m 순환형 코스로 황톳길과 산책길, 세족장, 황토볼장, 황토족장의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황톳길 흙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발에 전해지는 감촉이 푹신하며 걸을 때 관절에 무리를 덜 주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설악 향기로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외옹치항과 외옹치해변 사이 위치한 리조트 주변 바닷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약 890m 길이의 산책길이다. 수십년 동안 군사작전 지역으로 묶여있다가 지난 2018년에 개방됐다. 탁 트인 동해와 함께 어우러진 암석관찰길과 안보체험길, 하늘데크길, 대나무명상길로 구간마다 변화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몽트비어→설악향기로→영랑호 맨발 황톳길→외옹치 바다향기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몽트비어→설악향기로→영랑호 맨발 황톳길→외옹치 바다향기로→몽트비어 속초해변점
-둘째 날 속초아이→크래프트루트→척산온천휴양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몽트비어: montbeer.modoo.at 
-설악향기로: https://www.sok cho.go.kr/ct/tour/attraction/nature?contentSeq=162 
-영랑호 맨발 황톳길: https://www.sokcho.go.kr/ct/tour/att raction/nature 
-외옹치 바다향기로: https://www.sokcho.go .kr/ct/tour/attraction/nature

운영 정보
-몽트비어 BEER BAR 운영시간: 평일·일요일 13:30~220:00(L.O 21:30), 금~토요일 13:30~23:00(L.O 22:30)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입장 무료
-설악향기로 운영시간: 상시 이용 가능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무료
-영랑호 맨발 황톳길 운영시간: 09:00~18:00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무료
-외옹치 바다향기로 운영시간: 06:00~19:30(4월~9월), 07:00 ~17:30(10월~3월) 휴무일: 연중무휴(기상악화 시 통제) 요금: 무료


문의 전화
-몽트비어 033)636-9010
-설악향기로 033)639-2077
-영랑호 맨발 황톳길 033)639-2422
-외옹치 바다향기로 033)639-2362

대중교통
버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수복탑 정류장서 3번 또는 3-1번 버스(일 15회 운행) 이용, 한화리조트별관입구 정류장서 하차 후 몽티비어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속초시청 교통과 033)639 -2368, www.sokcho.go.kr/sc/fields/traffic/transport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속초IC→속초 방향 56번 도로(미시령로) 쪽으로 진출→콩꽃마을교차로서 좌회전→몽트비어 이정표서 우회전→몽트비어

숙박 정보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 속초시 미시령로, 033)630-5500, www .hanwharesort.co.kr 
-어반스테이 속초해변C: 속초시 해오름로, 0507)1375-7694, https://urbanstay.co.kr 
-위드유호텔앤게스트하우스: 속초시 동해대로, 010-9631-3620, https://withugh.modoo.at

식당 정보
-옛날할머니순두부(두부부침, 순두부):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033)636-8641 
-옥미정산채정식(산채비빔밥, 황태구이정식):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033)631-7799 
-은진네횟집(대게, 모둠회): 속초시 대포항길, 033)636-3562

주변 볼거리
-설악문화제(속초음식축제 포함): 10월4~6일, 엑스포잔디광장
-새해맞이 축제: 12월31일~1월1일 일출 시까지, 엑스포잔디광장(12월31일), 속초해수욕장(1월1일) 
-속초아이, 크래프트루트, 척산온천휴양촌(맨발 걷기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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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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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