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드러난 스포츠협회 민낯

재주는 선수가, 돈은 임원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이다. 선수들이 땀과 눈물로 쟁취한 메달의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4년마다 반복되는 ‘한여름의 꿈’. <일요시사>가 파리올림픽서 드러난 우리나라 대표팀의 명암을 조명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시작된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하 파리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32개 종목 329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 파리올림픽서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따냈다. 당초 목표치였던 금메달 5개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낮은 기대
역대급 성적

한국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만 파견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래 48년 만의 최소 인원이다. 여자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종목의 집단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우리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5개 이상 종합순위 15위였다. 효자종목인 양궁을 비롯해 펜싱, 배드민턴 등에서 메달을 예상했다. 

개막 전까지 화제성도 낮았다.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배구 등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좀처럼 올림픽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하지만 사격 10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서 박하준과 금하준이 은메달, 김우민이 남자 수영 400m 자유형서 동메달을 따내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후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서 오예진이 금메달, 김예지가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양궁 남자 리커브 단체, 사격 여자 25m 권총 등에서 금맥이 터졌다. 특히 사격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따내는 등 예상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성적으로 초반 화제성을 주도했다. 


‘전통의 금밭’ 양궁은 금메달 5개로 남녀 전 종목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 대표팀 김우진과 여자 대표팀 임시현은 개인과 단체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올랐다. 펜싱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서 금메달을, 오상욱은 사브르 개인전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을 차지했다. 

총, 칼, 활 등을 사용하는 종목서 잇따라 메달을 획득해 ‘무기의 나라’라는 말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기도 했다. 유도, 탁구 종목서도 메달이 쏟아졌다. 탁구 혼성 복식서 임종훈과 신유빈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유도 여자 57㎏급에서 허미미가 은메달, 김하윤이 +78㎏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유도 혼성 단체전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안세영 작심발언에 체육계 발칵
사격연맹은 수장이 돌연 사임해

일찌감치 금메달 예상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서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는 물론 국민의 응원도 고조됐다. 절정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 출전한 안세영의 금메달 소식이었다. 안세영은 결승전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2대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종목 우승은 남녀를 통틀어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준결승 승리 직후 ‘낭만 있게 끝내겠다’는 말을 지킨 안세영은 자타공인 ‘셔틀콕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관식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황이 반전됐다. 

시상식을 마친 안세영은 공동취재구역서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얻은 무릎 부상에 대한 대표팀의 대처 과정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서도 안세영의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세영에 따르면 재검진서 부상 정도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며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을 나가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독기 품은
셔틀콕 여왕

안세영은 “대표팀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도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은퇴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추측부터 배드민턴협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여론이 들끓었다. 금메달을 딴 직후라 안세영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서 나온 폭로여서 그 파급력은 더 컸다. 이후 안세영은 SNS 글을 통해 각종 추측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안세영은 “일단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저의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어서 참… 저의 서사는 고비 고비가 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이야기해 드리고 싶었는데 또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해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며 글을 맺었다.

이후 안세영의 발언에 배드민턴협회가 반박하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사안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일단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안세영과)갈등은 없었다.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담은 A4용지 1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한체육회
조사 진행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부상 방치 의혹 ▲(안세영의)개인 트레이너 계약 여부 ▲(안세영의)개인 자격 대회 출전 가능성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7일 입국한 안세영은 “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대회 후에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의 갈등은 체육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한체육회는 감사원 출신 감사관, 경찰 수사관 출신 체육회 청렴시민감사관과 국민권익위 출신 감사관, 여성위원회 위원 등 외부 감사 전문과 4명과 체육회 법무팀장, 감사실장으로 조사위를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잡음이 나오는 건 배드민턴만이 아니었다. 파리올림픽서 역대급 성과를 거둔 사격서도 수장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지난 6일 “신명주 회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에 불거진 신 회장의 임금체불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종합병원인 명주병원을 운영하는 신 회장은 대한하키협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 6월 사격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사격연맹은 2002년부터 한화그룹이 회장사를 맡아오다 지난해 11월 물러나 6개월 넘게 회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명주병원은 최근 고용노동부에 임금이 체불됐다는 관련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4년에 한 번 ‘반짝’ 이슈로
지속적인 관심 있어야 변화

당장 포상금 문제도 불거졌다. 파리올림픽서 메달을 딴 5명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논의해야 할 시기에 신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사격연맹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은 규정에 따라 총 3억1500만원(선수 2억1000만원, 지도자 1억500만원)이다.

신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사비를 털어서라도 포상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체육계 등에서는 매번 올림픽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올림픽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양궁협회는 4년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수 선발 방식, 물심양면의 지원 등 양궁협회와 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칭송이 높다. 

그와 동시에 선수 지원이 부족한 협회에 대한 비판도 빗발친다. 최근 배드민턴협회와 사격연맹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한배구협회의 과거 행보가 재조명되는 것도 그 한 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배구 여제’ 김연경을 필두로 세계 4강을 두 번이나 노크했다.

특히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이번 올림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타 종목서 메달 레이스가 부진해 여자배구 대표팀의 활약이 국민에게 큰 즐거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서 높은 성적을 거둔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배구협회의 지원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김치찌개 회식’, 통역사 없이 대회를 치른 2016 리우올림픽 ‘부실 지원’, 귀국 후 논란 발언으로 난리가 났던 2020 도쿄올림픽까지 배구협회의 ‘흑역사’는 그 면면도 화려했다. 

좋든 나쁘든
지나면 끝

하지만 일각에서는 4년에 한 번 쏟아지는 ‘반짝 관심’으로는 엘리트체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꿀 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메달을 많이 따든 적게 따든 국민의 관심은 잠깐에 불과하기에 대대적인 변화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지적이다.

체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좋은 이슈든, 나쁜 이슈든 한 달이면 다 사라질 것”이라며 “4년 뒤에야 또다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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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