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희가 드디어 무관의 한을 풀었다. 노승희는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군의 레인보우 힐스 컨트리클럽(파72)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단독 2위 김수지(28)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20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노승희는 120개 대회 만에 생애 첫 KLPGA 투어 우승을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메이저 대회서 첫 우승을 차지해 감격이 더 컸다. 2027년까지 3년 시드도 획득했다.
노승희는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정상까지 오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성공했다. 한국여자오픈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2006년 신지애 이후 18년 만이지만 당시에는 3라운드로 치러졌기 때문에 4라운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노승희가 처음이다.
노승희는 2015년 박성현 이후 9년 만에 한국여자오픈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대회 조직위는 올해 마음먹고 골프장 난도를 높였다. 코스 전장이 지난해보다 30m 길어졌고 그린 스피드는 평균 3.2m를 유지했다. 또한 A러프를 최소 30m, B러프를 최대 55m 늘렸다. 정교한 공략을 하지 못하면 타수를 줄이기가 어려웠다.
올해 페어웨이 안착률 2위, 그린 적중률 9위를 기록한 노승희의 정확한 샷이 빛을 발한 이유다. 노승희가 우승까지 차지한 비결은 ‘아이언 샷’이다. 노승희는 비시즌 동안 체중 이동을 통해 아이언 비거리를 10m 가까이 늘였고, 스핀양도 높여 원하는 곳에 수월하게 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120번째 도전 끝 정상
정교한 페어웨이 공략
3라운드까지 공동 2위 김수지와 배소현에 4타 앞선 가운데 이날 최종 라운드에 나선 노승희는 긴장한 탓인지 2번 홀(파4)에서 세 번째 칩샷 때 뒤땅을 치는 실수를 범하며 더블보기로 흔들렸다. 위기였지만 추격자들인 김수지와 배소현도 초반 보기를 범하는 등 격차를 많이 좁히지 못했다.
4번 홀(파4)과 6번 홀(파3) 버디로 잃었던 타수를 만회하며 안정을 찾은 노승희는 9번 홀(파4) 보기로 다시 주춤했지만 12번 홀(파4)과 13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우승을 굳혔다. 이후 침착하게 파 행진을 벌여 정상을 밟았다.
노승희는 “첫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하게 되어 더욱 뜻깊다”며 “아마추어 때 한국여자오픈에 처음 나오면서 정규 투어란 이런 곳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이 투어서 뛰면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거의 4년 내내 시드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플레이를 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성적이 좋아서 시드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며 “그래도 3년 시드를 받은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세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김수지는 버디 3개, 보기 2개로 역시 1타를 줄여 노승희에 4타 뒤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홍지원에게 밀려 우승을 놓쳤던 김민별은 3위(8언더파), 우승 경쟁을 벌였던 배소현은 4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방신실이 공동 5위(5언더파), 윤이나는 공동 7위(4언더파)에 올라 장타자들이 고루 순위권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홍지원은 공동 10위(1언더파)를 기록했고, 시즌 3승을 거둔 이예원은 공동 44위(7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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